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거시경제안정보고서의 발표 시기를 늦췄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요동치는 국제금융시장을 고려한 것이다.
25일 기획재정부는 당초 9월 마지막 주에 거시경제안정보고서를 발표하려던 계획을 일단 보류하고 유럽 재정위기 동향 등을 주시하면서 발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시경제안정보고서는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붕괴에 이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거시경제 상황과 잠재적 위험요인을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국회의 지적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2009년부터 매년 9월에 발표했다.
첫 보고서는 2009년 9월 8일에, 두 번째는 작년 9월 29일 내놨지만 세 번째인 올해 보고서는 10월은 돼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초안은 작성해놓았지만, 그 이후에도 대외경제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수시로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며 "아직 발표시기를 못 정하고 내부 조율 중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고서 발표시점이 늦어지는 것은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와 유럽 주요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 등 재정위기가 금융부문으로 전이되면서 한국경제의 대외 리스크가 불과 몇주 새 크게 증폭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가 급락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국내 물가와 거시·금융환경 전반에 악영향이 닥치며 경제 전반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상황을 수시로 보고서에 반영하는 가운데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올해 보고서는 재작년과 작년 보고서와 같이 대외경제, 금융, 부동산, 노동, 원자재·물가 등 5개 부문에서 한국 경제의 장·단기 리스크요인을 점검할 예정이다.
첫 보고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극복에, 두 번째 보고서가 경기회복세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의 보고서 키워드는 '유럽 재정위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세계경제 상황을 반영해 재정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유럽 쪽의 위기요인에 보고서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한국경제의 하방리스크를 살필 계획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한국경제는 유럽 쪽 위험요인에 가중치를 가장 크게 둬야 할 상황"이라며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경기변동 차원의 문제를 겪고 있는 반면, 유럽은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어 상황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