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SOS 외치는데, 정부·금융권은…

입력 2011-09-23 11:00 수정 2011-09-23 17:4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시황 악화되자 금융권 태도 돌변…무역보험공사도 적극 지원 난색

“한국 해운업계는 스스로 살아남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와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종철 한국선주협회 회장이 지난 16일 해운현황과 향후 중점 추진업무에 대한 발표에서 이같이 밝히며 해운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해운업계가 고유가, 물동량 감소, 선박 과잉 공급 등의 파도에 휘청거리다 정부와 연관업계에 절실한 구호 요청을 하고 나선 것이다.

해운시황이 악화되면서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바로 금융권이다. 국내 해운업계의 보유 선박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자 금융권은 담보가치를 초과하는 대출금의 조기상환을 요구했고 신조선박에 대한 선박금융도 중단했다. 이미 금융계약이 체결돼 건조중인 선박에 대한 중도금 대출도 기피했다. 유동성이 악화되자 잘 나가던 해운업체들도 고립무원 신세로 전락했다. 이 회장은 국내 해운업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선박금융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이같은 모습은 선박금융과 해운업계에 대한 이해도 부족에서 기인한다. 호황과 불황이라는 시황사이클이 분명한 업종인데도 산업 자체가 구조적인 문제를 가진 것처럼 이해하고 있어서다.

여기다 금융기관들이 선박금융을 단순한 대출 업무로 운영하고 있고 선박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지 못해 해운 조선 금융에 모두 정통한 전문가들이 부재한다고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적했다.

정부 역시 해운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지난해 11월부터 해운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출기반보험'제도를 운영하며 해운사들의 선박구매에 대한 보증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에만 2970억원의 보증서를 발급했고 하반기에도 1320억원의 발급을 앞두고 있다. 현재 무역보험공사의 선박금융 보증규모는 총5000억원이다.

무역보험공사는 그러나 해운업계에 지원하는 현행 5000억원의 규모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공사 내의 사정도 어려운데다 불황에 시달려온 해운업계에 회복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5000억원 규모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이 자국화물을 싣는 배는 자국 조선소가 짓겠다는 '국소국조'정책을 비롯해 해운업계에 대한 강력한 보호주의를 펼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해운선사들은 정부의 강력한 해운 지원정책에 아낌없는 보호를 받고 있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중국공상은행을 통해 150억달러 규모의 신용대출과 5년만기 14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단행했다. 또 세계 최대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62억달러의 금융차입을 지원받았고 프랑스 CMA-CGM은 15억달러 규모의 은행대출을 정부 보증으로 제공받았다. 정부와 금융권이 국적해운사의 위기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특히 우리나라 해운업계의 영세성에 대해 집중적인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선주협회의 70개 회원사 중 자본금 100억원 이상의 선사는 10개, 50-100억원 선사는 불과 7개다. 지난 2008년 기준 177개 회원 중상위 30개 회원사의 매출규모는 전체 해운업계 매출의 85%. 중소선사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왜 절실한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물론 정부가 해운업계의 불황을 외면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 2009년 3월 ‘해운업 구조조정 추진방향‘을 발표한 이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해운사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2009-2010년 3800억원 규모에 달하는 27척의 선박을 매입했다. 최근에는 해운경기가 급격히 나빠져 선박매입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해운사가 늘어나자 5000억원 규모의 기업 구조조정기금을 활용해 선박매입을 재가동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그러나 불안정한 선박금융을 뿌리 뽑기 위해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데에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선박금융에 대한 보증 제공, 부실화된 선박 운용, 선박금융 여신 제공 등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적인 금융지원을 제공할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이를 정부와 적극적으로 조율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해기사 등 인력난에 대한 대책도 정부에 바라고 있다.

민간국제해운단체인 발틱국제해운거래소(BIMCO)와 국제해운연맹(ISF)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해운업계는 약 1만3000명의 해기사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해기사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국내 해기사 구인에 심각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목포해양대 등을 통한 정규양성 해기사는 연간 880여명. 여기다 한국인 부원선원을 양성할 만한 시스템도 부재해 해운업계에 심각한 인력난이 도래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젊은 사람들이 3~4년 배를 타고 세계를 누비며 경험을 쌓으면 해운 전문 CEO나 해운 전문 변호사나 금융가, 도선사 등 다양한 분야로도 진출할 수 있다”며 청년 실업 해소 차원에서라도 해기사 양성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선주협회는 지난해 기준 약 1800명의 신규 해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현행 750명선인 해양대학교의 정원을 2000명 선으로 대폭 충원할 것을 정부에 요청할 예정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지난해 가장 잘 팔린 아이스크림은?…매출액 1위 공개 [그래픽 스토리]
  • 개인정보위, 개인정보 유출 카카오에 과징금 151억 부과
  • 강형욱, 입장 발표 없었다…PC 다 뺀 보듬컴퍼니, 폐업 수순?
  • 큰 손 美 투자 엿보니, "국민연금 엔비디아 사고 vs KIC 팔았다”[韓美 큰손 보고서]②
  • 항암제·치매약도 아닌데 시총 600兆…‘GLP-1’ 뭐길래
  • 금사과도, 무더위도, 항공기 비상착륙도…모두 '이상기후' 영향이라고? [이슈크래커]
  • "딱 기다려" 블리자드, 연내 '디아4·WoW 확장팩' 출시 앞두고 폭풍 업데이트 행보 [게임톡톡]
  • '음주 뺑소니' 김호중, 24일 영장심사…'강행' 외친 공연 계획 무너지나
  • 오늘의 상승종목

  • 05.2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477,000
    • -1.05%
    • 이더리움
    • 5,324,000
    • +2.94%
    • 비트코인 캐시
    • 686,500
    • -0.07%
    • 리플
    • 732
    • +0.69%
    • 솔라나
    • 247,600
    • +0.65%
    • 에이다
    • 648
    • -2.41%
    • 이오스
    • 1,140
    • -1.98%
    • 트론
    • 160
    • -3.61%
    • 스텔라루멘
    • 152
    • -0.65%
    • 비트코인에스브이
    • 89,800
    • -0.83%
    • 체인링크
    • 23,100
    • +2.35%
    • 샌드박스
    • 615
    • -2.3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