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부문 ‘아이폰’에 대비한다

입력 2011-09-23 10:22 수정 2011-09-2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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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반도체 업계발 태풍에도 대비해야"..'아이폰 쇼크 잊지말자' 경고 메시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반도체 나노시티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메모리 16라인 가동식 및 20나노 D램·플래시 양산' 행사에서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2일 나노시티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메모리 16라인 가동식 및 20나노 D램·플래시 양산’ 행사에 참석, “앞으로 더욱 거세질 반도체 업계발 태풍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이날은 삼성전자가 일본과 대만 업체들을 따돌리고 세계 최초로 20나노 D램을 양산하게 돼 크게 고무된 분위기였다. 그런데도 이 회장이 이같이 경고한 데 대해 반도체업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그 진의가 무엇인 가를 놓고 해석이 한창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휴대폰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던 삼성전자가 예상치 못한 애플의 아이폰발 쇼크로 시장 주도권을 뺏겼던 것처럼 반도체 부문에서도 그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선 기술 개발과 시기적절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세계 최대 규모의 메모리 16라인 가동과 20나노 D램 양산 발표도 결국 또 한번 경쟁사를 앞섰다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공정을 20나노 이하로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폭이 너무 좁아지면 반도체 회로를 지나는 전류가 서로 간섭·충돌하는 현상이 생겨 오작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20나노의 장벽에 막힌 상황에서 경쟁사에 반도체 생태계 주도권이 넘어간다면 과거 소니, 노키아, 닌텐도의 경우처럼 시장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 반도체 한계를 뛰어넘을 만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반도체 업계 생태계를 먼저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과거 화려한 명성을 떨쳤던 일본의 소니가 급격히 쇄락한 것이나, 애플의 아이폰이 기존 휴대폰 생태계를 무너뜨린 사례를 반면교사를 삼겠다는 선제적 포석이다.

공교롭게도 삼성전자는 TV와 휴대폰 사업에서 이같은 헤게모니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뺏어도 봤고 뺏겨도 봤다.

TV사업의 경우 LED TV -> 3D TV -> 스마트TV로 이어지는 TV사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며 과거 1위 소니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반면 휴대폰에서는 애플 아이폰이 만들어낸 전세계 IT생태계 변화 속에서 크게 흔들렸다. 얇고 가벼운 휴대폰 제조 기술에서 최고였지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콘텐츠와 장터까지 결합한 애플 아이폰이 기존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놨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패스트팔로우어(빠른 추격자) 전략을 자만하며 기다리다 역풍을 맞았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자”며 “이는 가격이나 성능, 시장점유율이나 영업이익률이 아닌 혁신제품 만이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차세대 반도체 M램의 원천 특허를 보유한 미국의 그란디스(Grandis)란 반도체 개발 회사를 인수했다. 기존 메모리보다 내구성을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인 차세대 반도체 R램도 학계에 공개했다.

이건희 회장이 그룹이 처한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결정적인 카드로 생각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에서 삼성전자가 현재의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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