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철수 신드롬 왜?

입력 2011-09-16 11:47 수정 2011-09-1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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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안철수를 바라보며 일희일비하는 정치판이 참으로 가관이다. 추석 민심 자체가 안철수신드롬을 어떻게 볼 것인 지가 되는 수준이다. 사회적 관심이 오세훈 서울시장 사퇴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비리문제의 국면으로 가더니 곧 바로 안철수 정치론으로 이어졌다. 대통령도 나서서 ‘정치에 대한 국민의 변화욕구의 반영’이고 ‘우리 정치권에 올 것이 왔다’고 말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안철수가 많은 것을 가졌고, 많은 것을 일군 사람 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의사출신으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회사를 성공시킨 것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그 성공에 힘입어 안철수는 벌써 몇 년 전부터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부터 여러 차례 국회의원으로 영입 제의를 받았다. 정부로부터 장관 제의도 수차례 받았으며, 심지어 국무총리 제안까지 있었다는 말도 들린다.

그래서 그런가. 안철수는 거침이 없다. 500명 회사를 경영했기에 행정도 별게 아니라 했다. 스스로 ‘나는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세력’이라고 폄훼했다. 서울시장이 되면 할 일이 많다며 시장 출마의사를 표명하며 자신이 나서면 서울시장은 따 놓은 당상인 것처럼 말했다.

정당에는 안들어 간다더니 야권통합후보를 지향하는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 시장후보로 추대했다. 9%의 지지를 받는 박 변호사도 자신이 밀면 된다는 식이다. 자신은 더 큰일을 해야 하는 존재로 비춰지는 것을 피하지 않고 당연한 듯 즐기는 듯 하다.

안철수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가 가졌다는 역사의식을 알 수 없고, 역량도 가늠하기 어렵다.

문제는 안철수가 펼치는 정치장단에 춤을 추는 우리 정치의 비참함이다. 한국 사회가 이렇게 취약하고 이렇게 농락당해도 되는 것인가 한심스럽다. 여야를 막론하고 안철수를 영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것이나, 안철수로부터 공격받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는 것을 보면 딱하기 그지없다.

집권 한나라당은 눈앞에 닥친 서울시장 후보를 어떻게 만들 것인 지를 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제1 야당이자 집권을 준비한다는 민주당은 안철수가 지원하는 박원순 시장후보를 어떻게 하면 민주당 마크를 붙일까 궁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보수를 대변한다는 한나라당의 처신을 보면 어이가 없다. 영입하려 했던 안철수로부터 오히려 ‘응징 대상’으로 찍히며 공개망신을 당했다. 반역사적이라는 말도 들었다.

좌파진영의 대표 운동가를 시장후보로 밀겠다는 치욕스런 말도 듣고 담담한 척하고 있다. 대선에서 민주당보다 530만표 이상 득표하고 국회의석 180석이나 점유하면서 국민을 대표한다는 정당이 반역사적이라는 데도 꿀먹은 벙어리다.

정당의 존재이유를 부정당하고 자신을 지지한 세력과 국민에 대한 모독이 진행되는 데도 안철수에게 밉보여서는 안된다는 식이다. 오히려 공격받지도, 비판대상도 아니었던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안철수는 지금 ‘간이 배 밖에 나와 있다’고 일침을 놓는 상황이다.

정치는 정당성에서 시작되고 사회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다. 이번 서울시장선거는 216만표로 표출된 시민의 의지의 최종 판단문제이지, 안철수 문제가 아니다. 복지포퓰리즘을 저지할 것이냐, 확대시킬 것이냐의 문제였다.

그런데 응징 대상이자 반역사적이라고 평가받은 한나라당은 이번 시장선거의 의미까지도 완전히 잃어버린 듯 하다. 자기가 걷는 길에 대한 정당성도 방향성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까지 된 것은 한나라당이 정치권 내의 취직자 연합이자 관직 사냥꾼 집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사실 안철수가 누군지도 모른다. 단지 인기가 있다고 하니까 그 덕을 좀 보고 싶을 뿐이었다. 정책방향도 모르고 역사인식도 모르면서 국회의원직 유지와 관직사냥에 필요해 애걸하다가 뺨맞았을 뿐이다. 자기 정당성과 방향성이 없으면 간판을 내리는 것이 마땅한 것 아닌가. 그것도 모른 채 보수라고 지지한 국민만 불쌍하지 누굴 탓하랴.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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