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순의 일본이야기]일본의 또 다른 얼굴, 고베

입력 2011-09-0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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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간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일본의 얼굴이다. 한마디로이국적인 인상. 19세기 말 개항 이후 요코하마와 더불어 일본의 2대항으로 번성하기까지 서양문화가 깊이 스며들어 이국적인 정취가 짙다. 때문에 ‘일본 속의 유럽’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일본 속의 유럽이라니, 말만 듣고는 아리송송 감이 잘 안 온다. 핑계 삼아 가볼 수밖에. 여행의 핑계는 일삼아도 큰 허물이 안 되니 얼마나 다행인가. 게다가 고베는 가깝다. 오사카에서 쾌속선, 고속철도,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빠르면 20분 내 도착한다.

우뚝 솟은 롯코산(六甲山ㆍ931m)을 등지고 바다를 향해 문을 낸 고베 시가지의 실루엣에서 어딘지 모르게 친숙함을 느끼면 부산을 좀 아는 이다. 산과 바다 사이 좁고 긴 평지에 도시가 형성된 고베의 지형은 우리네 부산과 닮았다.

부산이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것처럼 고베도 일본을 대표하는 항구도시니 해안가로 눈이 절로 돌아가겠지만 해 질 녘까지는 북쪽의 산노미야 지역에 발걸음을 붙잡아두자. 고베의 진가는 어두운 밤바다를 환히 밝히는 야경.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고베에서 맛볼 수 있다는 데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지만 고베의 하이라이트가 야경인 데는 이견이 없다. 오죽 아름다우면 ‘천만불짜리 야경’으로 소문났을까.

황홀한 절정을 기대하며 산노미야로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찾아나서는 일도 고베에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19세기 말 서양인들이 거주하면서부터 들어선 커피전문점과 제과점은 고베를 일본에서 커피와 디저트의 본고장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산노미야역에서 양식 건물이 모여 있는 키타노까지 이어지는 언덕길에 감미로운 커피와 달콤한 케이크, 푸딩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경사가 가파르나 바다를 마주한 언덕길에서 만나는 이국적인 풍광과 맛있는 디저트, 아기자기한 소품점이 동행하니 힘겹지만은 않다.

일본의 국가등록문화재인 100살 넘은 2층 양식목조주택에 들어선 스타벅스, 은은한 연둣빛 외벽이 눈길을 끄는 연두색의 집, 지붕 꼭대기에 수탉 모양 풍향계가 달려 있는 풍향계의 집, 셜록홈즈 박물관이 꾸며진 영국관 등 이채로운 풍경이 가득해 꼼꼼히 둘러보려면 하루로는 부족하다. 욕심을 버리고 꼭 보고 싶은 두세 곳만 골라 들르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겨라. 일본 속 유럽에서 맛보는 향긋한 커피가 고베의 시간을 낭만으로 채울 것이다.

암만 낭만에 푹 젖었더라도 땅거미가 내려앉기 전에는 항구로 내려와야 함을 잊지 말자. 밤이 되면 찾아오는 고베의 하이라이트가 항구 한가운데서 기다리고 있다. 새빨갛게 타오르는 고베포트타워와 초록색 불빛으로 범선 모양의 외관이 한층 또렷해진 해양박물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야경 명소는 이들 맞은편에 위치한 테마쇼핑몰 모자이크.

캄캄한 밤까지 에너지를 쏟은 몸은 온천에서 보듬자. 고베에서 야경만큼이나 빼놓으면 억울한 즐길거리가 온천이다. 일본의 3대 온천으로 꼽히는 아리마온천이 롯코산 중턱에 위치하기 때문. 일본사기(日本書記)에 따르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다. 아리마온천은 남북으로 흐르는 조그마한 강을 따라 뜨거운 증기를 뿜어내는 원천, 아기자기한 상점이 드문드문 섞인 한갓진 온천휴양지다.

철분을 함유해 적갈색 온천수가 솟는 킨노유(金の湯)와 무색 투명한 탄산 온천수가 흐르는 긴노유(銀の湯)가 유명하다. 킨노유는 피부에, 긴노유는 혈액순환과 관절통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마을구경과 온천욕으로 출출해진 속은 아리마온천에서 용출되는 천연 탄산수를 이용해 만든 아리마사이다나 탄산센베로 달래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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