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토로라 인수 "적을 노렸나, 동지를 노렸나"

애플의 독주에 제동을 걸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애플이 돼 기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을 압박할 것인가. 미국 휴대폰 업체 모토로라를 인수한 구글의 속내와 향후 시장 대응 전략에 대한 분석작업이 분주하다.세계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의 미국 휴대폰 업체 모토로라 인수로 휴대폰 시장의 판도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인수가 글로벌 IT업계 시장 판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선 이번 구글의 '돈'과 모토로라의 '특허'의 만남이 기존 안드로이드 진영 휴대폰 제조사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휴대폰산업의 지형이 새롭게 그려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반(反) 안드로이드 진영에 별다른 충격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는 등 시장반응이 크게 엇갈기고 있다.

구글과 모토로라는 지난 15일(현지시간)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 주식을 12일자 종가에 63%의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40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에 대해 양사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총 125억달러로 우리돈 약 13조5000억원 규모다.

우선 업계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경쟁사인 애플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의 진검 승부를 벌이고 있는 구글 입장에서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만 있을 뿐 하드웨어가 없는 것이 늘 약점으로 꼽혔다.

이와 함께 애플과 MS와의 특허전도 중요한 배경이 됐다. 이들 양사는 그동안 모토로라, HTC, 삼성 등 안드로이드 3총사를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를 지속해 오고 있다.

그러나 휴대폰에 관한 한 모토로라가 구글보다 훨씬 더 많은 노하우가 있지만 구글이 이를 완전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모토로라는 북미외 지역에서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고 휴대폰 제조업 경험이 전무한 구글이 전세계 유통망과 사업 관계를 확보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편 그동안 협력사였던 구글을 하루 아침에 경쟁사로 맞이해야 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는 향후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구글이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에 힘을 실으며 개방정책을 접고 애플처럼 폐쇄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할 경우 삼성과 LG 등 안드로이드 계열 제조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이번 빅딜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진영의 특허권이 늘어날 전망이어서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도 유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공짜 OS'인 안드로이드를 위해 구글이 13조원50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투자한 만큼 구글이 호락호락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