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을 걷고 싶다]⑤‘신성리 갈대밭’푸르른 환화가 반기다

입력 2011-08-04 10:59 수정 2011-08-0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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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무간판에 적힌 '신비로운 신성리 갈대밭'이라는 글자를 읽기 전까지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논두렁길의 끝 막다른 곳에서 기대없이 둑길 위에 올라섰을 때, 신성리 갈대밭의 여름이 거짓말 처럼 그곳에 펼쳐졌다.

갈대는 적당한 소금기가 있어야 자란다. 금강과 서해가 만나는 서천 일대 연안은 갈대가 자라기에 좋은 조건이다. 서천 200리 해안 곳곳에서 갈대가 군락을 이룬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중 백미인 신성리 갈대밭은 전남 순천시의 순천만, 해남의 고천암호, 안산의 시화호와 함께 우리나라 4대 갈대밭으로 꼽힌다.

여름의 푸른 갈대들은 낯선 여행객에게도 수줍어 하지 않고 씩씩하게 서 있었다. 문득‘갈대밭’이라는 말에 의문이 들었다. 울창한 갈대들의 병영(兵營)에는 ‘밭’이라는 표현보다 ‘숲’이 어울렸다. 이렇게 금강 둑길을 둘러 넘실대는 갈대밭의 면적은 무려 19만8000제곱미터에 이른다.

갈대 숲 사이로 들었다. 서천의 갈대는 특히 키가 크고 굵다. 키가 큰 갈대들이 나를 외부와 단절시켰다. 사방이 갈대로 막힌 벽 속에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유를 느꼈다. 어른의 키를 훌쩍 넘는 갈대들이 만든 넉넉한 그늘 속을 걸으며 금강의 강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바람이 갈대들의 무리를 쓸고 지날 때마다 푸른 갈댓잎들 부딪히는 시원한 소리가 여름의 더위를 잊게 만들었다.

나무 보행로는 둑방에서 갈대밭으로 진입하는 일부에만 설치돼 있다. 나머지는 갈대 옆을 직접 거닐 수 있는 흙길이다. 비가 내린 뒤에는 곳곳에 웅덩이가 생기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무리없이 다닐 수 있다. 비가 온 뒤라 땅이 질척했지만 코앞의 자연을 느끼기 위해 충분히 감수할 만 했다. 강에 바짝 붙어 나 있는 도보길은 흙이 곱게 정돈돼 있어 맨발로 걷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신성리 갈대밭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극중에서 남북한 군인이었던 송강호와 이병헌이 인간과 인간으로 처음 만난 달밤의 갈대밭 장면이 이 곳에서 촬영됐다. 영화 포스터가 새겨진 나무 간판이 이 곳이 촬영 장소였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 밖에도 탐방로 곳곳에는 갈대와 관련 시(時)가 새겨진 나무 간판이 운치를 더하고 있다. 신경림의 <갈대>앞에서 한동안 멈췄던 걸음을 다시 걸었다.

현재 금강둑길에는 자전거 도로 조성이 한창이다. 조성이 완료되면 자전거를 타다가 갈대밭으로 내려가 걸을 수도 있는 복합 코스가 조성된다. 신성리의 입구에는 폐교된 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해 만든 ‘갈대마을’이 있는데, 이 곳에서는 단체 관광객을 위해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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