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울보증 너나 잘하세요"

입력 2011-07-22 11:36 수정 2011-07-2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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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지고도 안 갚고 버티면 된다. 빚이 많아도 성실하게 갚아나가면 바보다. 정직하면 손해보는 세상이다.

서울보증보험의 깜짝쇼는 이 명제를 또 한번 증명했다.

서울보증보험은 21일 19만327명에게 특별 채무 감면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서울보증보험이 대출보증을 해준 86만3193명 가운데 22%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들이 서울보증보험에 현재 갚아야 할 빚은 8964억원에 달한다. 이가운데 연체이자는 아예 사라지게 되고 대출 원금도 30~50% 깎인다.

대상자들은 10년 이상 빚을 갚지 못하고 있는 채무자들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이들을 ‘생계형 채무자’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나자빠진’ 케이스에 가깝다.

서울보증보험의 조치는 악성 채무자의 모럴 해저드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안 갚고 버티니까 결국 빚이 줄어들었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열심히 채무를 성실 상환한 서민들이 이 뉴스를 접하고 어떤 기분이 들까.

서울보증보험이 서민들에게 그렇게 관심이 많다면 빚을 성실하게 잘 갚고 있는 서민들의 대출 금리를 어떻게 더 낮춰줄지 고민하는 게 옳다.

물론 채무를 도저히 상환할 수 없는 상환이 되면 채무자는 파산이나 개인 회생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이는 채무자의 권리고, 채권자가 알아서 빚을 일괄적으로 줄여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서울보증보험이 그럴만한 상황이 되느냐도 따져봐야 한다. 서울보증보험은 8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상환해야 한다. 이 회사의 대주주는 예금보험공사로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나 마찬가지다. 사실 적극적으로 채권을 회수해 최대한 수익을 내려고 노력하는 정상적인 회사라면 못 받은 돈이 이렇게까지 쌓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취임 1개월차 김병기 사장 입장에서는 시장이 주목할 만한 선심성 정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 이번 조치는 시장을 교란하고 성실 채무자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준다. 김병기 사장은 자기 자신이 과연 그럴 처지가 되는지, 이렇게 장기 악성 채무가 쌓일 동안 회사는 무엇을 했는지를 먼저 고민하는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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