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수직증축 불허 왜…"강남 등 재건축에 비해 특혜" 우려

입력 2011-07-06 09:33 수정 2011-07-0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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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은 40년 기다려…지나친 시세차익까지 염려"

국토부가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불허키로 한 것은 강남 등 재건축과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로 분석된다. 재건축과 달리 이미 용적률 제한 없이 개별주택형의 30%까지 자유롭게 늘릴 수 있는 등 상당한 혜택을 받고 있어 수직증축까지 허용하면 특혜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수직증축 허용이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재건축의 경우 아파트 준공 후 30~40년이 지나야 사업추진이 가능하다. 그러나 리모델링은 15년만에 사업이 가능하다. 시장에서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 재건축 연한기한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속도 빠른 재건축"이라고 일컫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수증증축이 허용되면 분당 등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바람이 불게되고, 이들 지역에서 시세차익을 위해 사업에 뛰어드는 단지가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혜 시비는 각종 규제에서도 나타난다. 재건축은 용적률이 최대 300% 이내(통상 250~290%선)로 제한되면서 소형의무비율, 임대주택 의무 건설(용적률의 30%), 각종 기부채납, 초과이익 부담금 등 각종 제약이 가해지는 반면 리모델링은 용적률 제한없이 개별 주택형의 전용면적의 30%까지 주택형을 자유롭게 늘릴 수 있다. 아울러 심의를 거치면 일조권, 높이제한 등 건축기준도 완화된다.

이 때문에 현재 강남권 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용적률이 350~380% 선까지 올라 400%에 육박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런 상황에서 수직 증축을 허용하고 가구수를 늘린다면 용적률이 500%까지도 늘어날 수 있고, 기반시설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지금도 상당한 특혜를 받고 있는데 가구수 증가까지 허용하면 형평에 어긋난다"며 "리모델링을 장려하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가구수 확대를 허용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안전성도 고려대상이 됐다. 특히 분당 등 1기 신도시의 경우 1980년대 건설 당시 건자재 파동과 더불어 소금 아파트 등 부실공사 논란이 빚어졌던 터라 리모델링에 따른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수직증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는 건설 당시 증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됐고, 철근과 철근 사이 접합부에 대한 안전성도 담보할 수 없다"며 "현재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콘크리트 강도 추정식조차 없는데 기존 구조물의 성능을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구조 전문가는 "1기 신도시의 경우 1980년대 말 주택 200만호 건설을 목표로 단기에 건설돼 당시 건자재 파동과 더불어 부실공사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수직증축 허용 이후 안전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귀책사유가 정부에 있는데 허용해주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현재 강남권에서 진행하고 있는 리모델링은 골조만 일부 남겨놓고 구조물의 80~90% 철거해 사실상 재건축이나 다름없으며, 리모델링의 근본 취지인 자원 재활용 효과도 거의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공사비도 재건축 수준으로 높아져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공사비는 조합원 이주비 금융비용 등을 모두 포함해 3.3㎡당 380만~390만원선(지하주차장 면적 포함한 계약면적 기준)이다.

이에 비해 현재 추진중인 강남권 아파트의 리모델링 공사비는 3.3㎡당 340만~350만원 선으로 재건축 공사비의 90%에 육박한다.

리모델링 아파트의 평면, 설계 등이 재건축에 못미치는 점을 고려할 때 입주자들의 만족도가 얼마나 높을지 미지수다.

정부는 특히 수직증축을 위해 막대한 구조 보강비를 투입할 경우 리모델링 공사비가 재건축보다 더 들어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물산이 리모델링하는 강남구 청담 두산 아파트는 고급 마감재를 쓰기도 하지만 단지 경계가 올림픽대로가 맞닿아 있어 구조보강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공사비가 3.3㎡당 394만원까지 올라갔다.

현대산업개발이 리모델링 하는 청담 청구아파트도 공사비가 3.3㎡당 380만원대로 높다. 이런 가운데 이번 리모델링 수직증축 불허로 분당 등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1기 신도시리모델링연합회는 지난 5일 안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도엽 장관의 리모델링 관련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형욱 1기 신도시 리모델링연합회 회장은 정부가 무분별하게 신도시를 건설한 뒤 이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리모델링 공사때 구조안전에 이상이 없는 범위에서 수직증축 및 일반분양 등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건설사들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S건설 관계자는 "베란다 앞뒤로만 주택형이 늘어나는 현행 리모델링의 기형적인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직증축이 필수"라며 "구조보강을 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는데 정부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기대했던 주민들이 실망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며 "분당을 비롯한 신도시 아파트값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는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여서 다음 국회에서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특히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리모델링이 정치 쟁점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수직증축을 불허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노후화되고 있는 신도시 등 고층 아파트 단지의 주거환경 개선 방안은 정부가 풀어야 할 또다른 과제로 남게 됐다.

1980년대 이후 지어진 신도시 등 고층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용적률이 200~250%에 육박해 현행 기준으로는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리모델링을 지속 가능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전담조직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부동한 한 전문가는 "수직증축이 불가능해지면 신도시 리모델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재건축 기준을 완화하거나 고층 아파트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주거환경 개선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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