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리스트' 인수 뒷얘기…'뚝심' 통했다

입력 2011-05-2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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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경쟁 양상 흐르자 경영전략으로 승부수

세계 1위 글로벌 골프 브랜드가 한국 회사 소유가 됐다. 미래에셋과 휠라의 합작이 세계 1위 골프용품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를 인수하는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미래에셋 사모펀드(PEF)와 휠라코리아 컨소시엄은 지난 20일 미국 포춘브랜즈로부터 자회사 어큐시네트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연매출 13억 달러(약 1조4000억원)의 회사를 아디다스 등 세계 유수의 기업을 제치고 한국기업이 인수한 것을 놓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큐시네트는 타이틀리스트 골프공, 풋조이 골프화, 스카티 카메론 퍼터, 보키 웨지 등을 가진 글로벌 1위 골프용품회사다. 특히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5%를 넘는다. 어큐시네트가 매물로 나온 건 올해 1월. 어큐시네트 등 비상장 3개 회사를 보유한 포춘브랜즈는 2년 전부터 행동주의 투자자가 어큐시네트 지분 10.2%를 보유하고서 주주가치 증대를 요구하자, 그때 어큐시네트 매각 계획을 세웠다. 1등 브랜드가 매물로 나온 자체가 이슈였고, 캘러웨이, 아디다스, 나이키 등 글로벌 골프용품 업체에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까지 인수전에 참가한다는 외신이 이어지졌다. 우리와는 먼 얘기인 듯 들렸다.

하지만 세계 1등 골프브랜드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유정헌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모펀드(PEF) 대표는 곧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에게 인수의 필요성을 보고했고, 박 회장은 “1등 브랜드가 언제 매물로 나오겠느냐. 경기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그러나 1등은 안망한다. 한번 해보자”며 인수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유 대표는 인수 파트너로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을 떠올렸다. 2007년 이탈리아 휠라 본사를 인수할 때 호흡을 맞춘 인연이 생각났던 것이다. 윤 회장은 처음에는 유럽 쪽 사업에 밤을 새워가며 집중하고 있던 터라 큰 관심이 없었지만 고심 끝에 참여 결정을 내렸다.

시작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난 3월 말 미래에셋PEF와 산업은행, 휠라코리아와 함게 미국 현지 실사에 나섰다. 당시 포천브랜즈는 “도대체 너희가 뭔데 우리를 인수하겠다는 거냐”는 식의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유 대표는 미래에셋이 후원하는 프로골퍼 신지애의 사진을 꺼내 보여줬고, 윤윤후 회장이 2007년 글로벌 브랜드 휠라를 인수하고 휠라USA를 턴어라운시킨 경력을 부각시키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인수전은 아디다스, 미국PEF, 미래에셋ㆍ휠라 3파전으로 좁혀졌다.

인수 분위기가 무르익자 포천브랜드는 가격 인상을 전면에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인수 결정 일주일 전쯤 미래에셋PEF와 휠라코리아는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않았지 더 비싸게는 주지 않겠다”고 내부 방침을 세웠다. 전략은 먹혔다. 가격 인상이 어렵다는 메시자가 전해지자 한때 인수가 어려워지는가 했지만 오히려 포천브랜즈가 조급해지며 인수가 성사됐다.

가격을 더 비싸게 내놓은 회사도 있었지만 포천브랜즈가 휠라는 선택한 건 매각 주체를 만족시킬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 결과다. 양측은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의 아시아 시장 점유율이 20~30%에 불과하고 아직까지 중국에 진출하지 못해 향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시장 공략과 기업공개(IPO) 계획 등을 무기로 삼았다. 그러면서 휠라가 2007년 이탈리아 본사를 인수한 뒤 4년여 만에 미국 사업을 흑자로 전환시켰던 경험을 살려 브랜드별로 고급화 유지나 아웃소싱을 통한 대중화 등 상세한 운영방침까지 제시했다. 어큐시네트의 인수액은 약 12억달러로, 경영권 프리미엄은 약 4%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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