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양치기 소년'된 김석동 금융위장

입력 2011-05-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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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금융부장

서슬 퍼런 금융 감독 칼날에 강정원 전 KB금융지주회장 대행 겸 행장, 황영기 전 KB금융지주회장,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회장 등 많은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자리를 물러났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그 칼날을 이번에는 하나금융지주에 정조준 했다.

기존과 다른 점은 금융 감독당국이 칼을 휘두르지 않고 복지부동만으로도 하나금융에 최대 위기를 안겨줬다.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문제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은 별개라는 입장을 강조했던 김 위원장은 결국 양치기 소년처럼 또 말을 뒤집으며 하나금융에 큰 타격을 입힌 것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빠른 시일 내에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과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시 이 문제를 사법당국의 판단을 핑계로 무기한 뒤로 미루면서 판단을 유보했다.

특히 금융위에서 결정을 내려야할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법원에 판단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전형적인 공무원의 복지부동 형태를 내비쳤다. 비난과 책임이 따르는 문제는 회피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복지부동을 넘어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당장 하나금융은 위기에 직면했다. 당장 오는 24일 이후부터 론스타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 해지 시 증자 등 인수자금 마련에 참여한 주주와 재무적투자자들이 소송을 낼 가능성도 있어 하나금융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거취문제까지 불거질 정도로 이번 금융위의 직무유기는 그 파괴력이 대단하다. 상대적으로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이 무산돼도 느긋한 입장이다. 앞으로 현대건설 매각 차익과 매각 추진 중인 하이닉스 지분 매각 이익, 정규 배당을 통해 계속 수익을 거둘 수 있어 오히려 론스타 입장에서는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인수에 반발하고 있는 외환은행 노동조합도 이번 금융위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떻게 되든 금융당국이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도 이번 금융위의 결정유보는 오히려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금융회사의 경쟁력 약화와 손실, 대외 신인도 하락 등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변양호 신드롬’에 빠져 권한과 책임을 회피하는 금융 당국의 모습을 보면 씁쓸해진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금융위가 국민의 세금만 축내고 있어 존재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변양호 신드롬은 2003년 당시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에 매각한 혐의로 검찰이 기소하면서 나온 말이다. 이 사건 이후 공직사회에서 자신에게 책임이 따르는 정책적 판단에 대해 유보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김석동 위원장이 “내가 4개 감독기관을 통합해 현행 감독원을 출범시킨 장본인”이라고 자화자찬했던 것처럼 지금처럼 한다면 차라리 금감원과 금융위가 통합하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공직자로서 자신에 한 말에 책임을 지고 공직을 걸어서라도 그동안 꼬인 실타래처럼 얽혀왔던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금융위 스스로 해결해야한다. 비판과 책임을 회피하기보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결단을 내릴 시점이다.

냉정하게 이해득실을 따져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금융위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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