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후배 구타 관행은 범죄"

입력 2011-05-02 11:00 수정 2011-05-0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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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예술대 신고식 명목... 얼차려도 끊이지 않아

“몇일전 용인의 모 대학에서 선배가 후배를 구타하고 얼차려를 준 사건을 봤어요. 우리 학교도 제보하면 집합(집단 얼차려 속어)이 없어질까요?”

경기도 수원 K대학에 다니는 신입생이 내뱉은 말이다. 이 학생은 최근 밥먹듯 이뤄지고 있는 집합 때문에 학교 다니기가 두렵다고 털어놨다.

이 학교는 과거 선배들의 구타 및 가혹행위로 전파를 탔던 전적이 있었다. 하지만 후에도 이 관행은 없어지지 않았고, 목요일 단체운동이라는 명목으로 얼차려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최근 용인의 모학교에서 선배가 후배를 구타하고 얼차려를 주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비인권적 후배 길들이기(?) 사건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며, 전국 여러 대학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후배 구타사건이 발생한 이 대학 한 졸업생은“체대 선배들이 후배에게 얼차려 및 구타하는 사건은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여러 체대에서 이런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충북 청주의 C대학 체육교육과에서도 ‘집합’이 전통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이학교 학생들을 매일 아침 7시30분에 모여 체육관 청소를 시작으로 수시로 선배들 주도하에 신입생 및 후배 학생들을 대상으로 얼차려가 행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 학교 학생은“입학했을 당시에는 매일같이 머리박고, 맞기도 했지만 지금은 한달 전 만큼은 아니다”며 “입학 전부터 우리학교 얼차려가 심한 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 학생은 “얼마전 체육 관련한 다른과 친구 한명이 얼차려를 받다가 호흡 곤란으로 응급차에 실려 가는 사건도 있었다”며 “다른 지역 체대에 입학한 다른 친구들 만나면 집합과 관련된 얘기가 주된 대화 내용일 정도로 다른 학교도 심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체대에 입학한 여대생들은 화장을 하거나 치마를 입는 등의 자유를 누릴 수도 없다. 신입생들은 남자선배 여자선배 가릴 것 없이 “안녕하십니까”,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등의 군대식 말투를 사용해야 한다.

이와 관련 경기도 모 대학 체육교수는 “체대만의 선후배 위계질서 문화가 확실한 것은 스포츠만이 갖고 있는 문화 때문이다”며 “위계 질서를 잡기 위한 수단이 폭력이란 방법을 통해 정당성을 찾아선 절대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예(禮)를 중시하는 한국문화가 스포츠라는 문화를 만나서 대학생들에게 변질된 관습을 양상한 사례”라며“한국문화에 맞는 방식과 조직화된 변화가 이뤄질 수 있게 교수진들이 끊임없이 학생들을 관리하고 바람직한 체대문화 정착을 위해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음대, 예대 등에서도 선배들이 신고식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원산폭격 등의 얼차려를 주는 사건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어, 비뚤어진 대학교 선후배 문화가 체육대학 차원이 아닌 대학 전체 문제로 보고 근절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을 접한 시민 김현창(43)씨는 “한창 공부하고 청춘을 만끽할 나이에 조직폭력배도 아니고, 학생들의 영혼과 목숨까지 앗아사는 구타는 있을 수 없다”며 “그걸 방조하는 교수나 교육당국은 왜 아무 말이 없는지 모르겠다. 가해 학생들을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 처벌하고, 폭행사건을 예방하지 못한 대학 관계자들도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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