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 개도국 빈곤퇴치 앞장선 경제학계 '슈바이처'

입력 2011-04-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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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편집자주 :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를 거쳐 중동의 ‘재스민혁명’까지, 글로벌 경제는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깊은 고찰과 비전으로 정책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석학들의 시각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석학들의 비전을 분석하고 상아탑을 넘어 실물 경제의 정책을 주도하는 인물들의 경제이론과 그들의 삶을 조명한다.

<글 싣는 순서>

①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

②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③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④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⑥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⑦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⑧ 로버트 먼델 컬럼비아대 교수

⑨ 존 내쉬 프린스턴대 박사

⑩ 앨빈 토플러 뉴욕대 학사

⑪ 폴 새무얼슨 하버드대 박사(2009년 사망)

⑫ 오마에 겐이치 UCLA 교수

⑬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교수

⑭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학원대 교수

⑮ 노구치 유키오 와세다대 교수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주요 약력△1954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출생 △1976년 하버드대학 졸업 △1980년 하버드대학 박사, 준교수 취임 △1983년 하버드대학 교수 취임 △2002년 컬럼비아대학 교수 및 지구연구소 소장 취임 △현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자문 역 등 △주요 저서 : 빈곤의 종말, 세계경제의 거시경제학, 세계통합-거시경제적 상호의존과 세계경제 협력, 커먼 웰스 등

현재 전 세계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일까.

지구온난화나 테러를 꼽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온난화로 죽은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전해진 바가 없고 2001년 세계를 경악케 한 9·11테러에서도 3000명 가량이 목숨을 잃었을 뿐이다.

3000명이라는 사망자수가 결코 적은 것은 아니지만 이의 2700배에 이르는 800만명 이상의 인구가 매년 전염병으로 사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치료방법을 알지만 의료시설이 없어 소중한 생명이 꺼져가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경제학계에는 이같은 현실에 눈을 뜬 21세기판 알베르트 슈바이처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들이 세계 경제의 종말론으로 관심을 끄는 일각에서 개도국의 빈곤 퇴치에 팔을 걷어부친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학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삭스 교수는 1976년 미국 하버드 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1980년 같은 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83년 29세에 하버드대 역사상 가장 나이 어린 정교수가 된 전설적인 인물.

타임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매년 이름을 올리는 유일한 학자이며, 뉴욕타임스(NYT)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코노미스트라는 평가도 받았다.

하버드국제개발연구소장(HIID)으로서 개도국의 거시정책 및 경제개발이론에 많은 연구를 수행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유엔개발계획(UNDP)·세계보건기구(WHO)·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권위있는 국제기구의 자문위원을 지냈다.

뿐만아니라 라틴아메리카·동유럽·유고슬라비아·러시아 정부의 경제 자문을 역임, 특히 볼리비아·폴란드·러시아가 경제 위기를 타개하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워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그가 일생일대의 사명으로 여기는 것은 부의 축적이나 선견지명을 통한 인기몰이가 아니다.

아프리카 지역 등 개도국의 빈곤 퇴치다. 경제학계의 슈바이처란 별명도 이래서 붙었다. 원래 전문은 국제금융론이었으나 볼리비아 정부의 자문역을 맡을 당시 빈곤 문제에 눈을 뜨면서 개발경제학으로 전향했을 정도.

현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자문관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 삭스 교수는 유엔의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유엔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유엔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2000년 유엔이 채택한 ‘인류 공동의 발전과 번영을 위한 협력계획’으로 범지구적 차원에서 보건·교육·빈곤 퇴치·남녀평등·환경보호 등 전 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가 2005년 발표한 저서 '빈곤의 종말' 표지.
그가 2005년 내놓은 저서 ‘빈곤의 종말(The End of Poverty)’은 그의 이같은 의지를 집대성한 결정판으로, 1980년대부터 대외 채무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개도국과 시장 경제로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주의 국가의 거시경제 정책에 대한 조언을 담고 있다.

삭스 교수는 이 책에서 직접 환자를 대상으로 접촉하면서 진료에 임하는 임상의학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임상경제학(Clinical Economics)’이라는 획기적인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빈곤 책임을 무조건 빈국에 돌리는 것은 올바른 진단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훌륭한 임상의는 신체가 복잡한 시스템임을 이해하고 진단해, 개인이 아닌 가족 치료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개발도상국 경제도 복잡한 시스템인만큼 현장에서 살피고 감별진단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으며, 가족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것이 삭스 교수가 말하는 임상경제학이다.

‘빈곤의 종말’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문화·기후 측면에서 개발도상국의 빈곤을 분석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개도국의 절대 빈곤을 우리 시대에 종식시킬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개도국에 대한 원조는 부패한 현지 정치가의 배만 불려줄 뿐”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그의 메시지는 이미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빈곤의 종말’에 추전사를 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는 워런 버핏을 만났을 때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했고, 영국의 세계적 록 그룹 ‘유투(U2)’의 보컬인 보노도 추천사는 물론 기부금까지 냈을 정도.

세계 60억 인구의 6분의1 가량이 처해 있는 극단적 빈곤이 서서히 그 끝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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