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 탈출했던 외국인들 "일상 복귀 눈치보여"

입력 2011-03-2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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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ㆍ쓰나미ㆍ방사능 등 동시다발 공포가 수그러들면서 지난주 대피행렬에 몸을 실었던 외국인들의 일상 복귀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위협 속에서도 자리를 지켰던 일본인들 사이에서 외국인에 대한 배신감이 강해져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일본의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한 외국인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3일간 오사카로 대피한 데 대해 상사와 동료들의 반발이 심했다"며 "도쿄 직장으로 돌아올 때 왕따(집단 따돌림)를 당하지 않도록 신경써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연쇄 폭발에 따른 방사능 누출 우려가 고조되면서 외국인들은 각각 자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일본을 빠져나가거나 위험성이 낮은 곳으로 몸을 피했다.

일본인 직장들 사이에서는 해외로 출국한 외국인(外人, 가이진)을 ‘플라이진(fly+人)’ 이라고 부르는 등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생활이 회사 중심인 일본의 직장문화에서 피난은 민감하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권 인재정보회사인 톱머니잡스닷컴의 마크 핑크 대표는 “일본인과 외국인은 우선 순위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선 회사와 가족을 동일시하지만 외국인에게 회사는 가족 다음이라는 인식의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지진 발생 13일째를 맞아 현재 도쿄는 일상으로 거의 되돌아왔다. 출ㆍ퇴근 시간이면 전철은 만원이고, 점심시간이면 음식점은 직장인들로 가득한 상황.

투자은행에 근무하는 한 외국인은 “위험에 노출시키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다”며 “여기는 투자은행이며, 근무 성격에 맞는 사람을 쓰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업무에 복귀한 직원이 따돌림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외로 일본을 떠난 주재원들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WSJ의 조사 결과, 도쿄에 있던 외국인 관리자들 대부분은 도쿄에 머무르거나 일본의 다른 장소로 이동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본을 떠난 것은 주재원의 가족이나 부하직원이 없고 장소에 구애없이 일할 수 있는 경우였다.

폴크스바겐 일본법인의 게리 도리자스 사장은 “사장인 내가 (도쿄를) 떠나면 리더로서의 이미지가 손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외국인 12명, 일본인 130명 등 전 직원과 가족을 재해지에서 먼 아이치현으로 대피시켰다.

보잉은 주재원들에게 귀국을 제안했지만 전체 30명 중 절반이 도쿄에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일본인은 “동료 몇 명 피난했다고 해서 업무에 지장은 없다”며 "어디서든 자신의 업무를 완수하면 된다"고 말했다.

톱머니잡스닷컴의 핑크 대표는 "기업 경영진은 일본인과 외국인간의 신경전을 해소하는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며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갖고 있는 일본인과 되돌아와 눈치를 보는 외국인 양쪽에 조정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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