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노마(老馬) 밸리브리, 영광의 우승

입력 2011-03-18 08:14 수정 2011-03-1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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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마공원의 최고령마 ‘밸리브리(9세, 거세마)’가 지난 13일 제 10경주(1,800M)에서 우승했다. 작년 4월에 마지막 우승을 한 이후 1년만에 맛보는 기쁨이다.

‘밸리브리’는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훨씬 넘겼다. ‘머신건’과 함께 서울경마공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팽팽하던 근육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쳐졌고, 입 주변의 주름도 해가 바뀌자 더 많아졌다. 한 때는 경주로를 압도하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뒷심을 자랑했지만, 이제는 젊은 경주마와 몸싸움도 힘들어 해 전성기가 지난 퇴물 취급을 받아왔다.

지난 1년간 ‘밸리브리’의 성적은 초라했다. 전성기의 명성은 퇴색했고 7번의 경주에서 거의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 그랑프리 대상경주 우승도 차지하며 한국 최고의 경주마라는 찬사를 받았던 영광은 돌이킬 수 없는 듯 했다.

그러나 세간의 무관심에 반항이라도 하듯 ‘밸리브리’는 총 12마리의 경주마가 출전한 이번 경주에서 가장 무거운 부담중량(56Kg)을 지고도, 당당하게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물론 과거처럼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노장의 투혼이 빚어낸 눈물겨운 승리였다.

‘밸리브리’는 현역 최고령 경주마에, 수득상금도 11억원을 넘어 역대 경주마 중 4위를 기록 중이다. 누릴 수 있는 영광은 모두 누렸다.

은퇴설도 나돌지만 노마(老馬)는 당분간 경주로를 더 달릴 전망이다. ‘밸리브리’를 관리하고 있는 홍대유 조교사(48세)는 무엇이 ‘밸리브리’에게 가장 좋은 일인지 심사숙고해서 판단했다고 한다.

사실 ‘밸리브리’는 홍대유 조교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업을 앞두고 있던 홍 조교사가 미국으로 연수를 갔다가 우연찮게 ‘밸리브리’를 발견했다. 당시 친분이 있던 김인호 마주에게 구매를 강력 요청했다. 2,800만원의 헐값에 국내로 들여왔고 홍 조교사의 훈련 아래 명마로 거듭났다. 홍 조교사는 ‘밸리브리’의 데뷔전에 기승을 하며 첫 우승을 이끌어 냈다. 기수 은퇴 후에는 조교사로 ‘밸리브리’와 인연을 다시 맺었다. 그동안 ‘밸리브리’는 2007년 그랑프리 우승을 비롯해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승승장구를 했고, 홍 조교사 역시 신참 조교사의 매운 맛을 보여주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제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기분을 알 수 있다는 ‘밸리브리’와 홍대유 조교사.

화려한 전성기는 어느덧 쏜살처럼 지나갔지만 노마와 중년의 조교사는 ‘느리지만 함께 동행하는 아름다운 경주’를 위해 오늘도 새벽 경주로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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