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영화'아이들'…극 전반은 '굿' 후반은 '글쎄'

입력 2011-03-04 15:38 수정 2011-04-2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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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들 스틸컷
영화 ‘아이들’은 1991년 ‘개구리 소년들’미제사건을 다룬 만큼 영화 관객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봉 일주일 만에 관객 100만을 넘어섰다는 점에서도 상업적으로 성공한 상반기 흥행작으로 자리를 굳혔다. 영화 ‘아이들’은 박용우, 류승룡, 성동일 등 굵직하지만 튀지 않는 캐릭터를 내세워 관객에게 영화적 색깔보다는 다소 다큐멘터리적 시선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투박하고 평균연령 40에 이르는 주인공들을 내세워 현실감있는 호흡과 스릴을 가지고 카메라는 친절하게 관객들의 시선을 안내해나간다. 소년의 아버지가 범인일 수도 있다는 추측, 대학교수로 논리적 추리를 내세우는 류승룡의 주장은 관객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는다. 그 의심과 스릴러적인 시선을 따라가며 다큐멘터리의 ‘포인트’에 집착하는 방송국 PD박용우의 비인간적 면모는 아들을 잃은 부모들의 표정과 대비를 이루며 극의 전반적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류승룡의 시선은 관객의 시야에서 제껴진다. 류승룡이 극 중 가장 유력한 범인으로 추측했던 실종 아버지의 집이 파헤치고 아무 증거도 나오지 않자 박용우의 실망스런 표정과 함께 관객들의 마음도 류승룡의 논리에 등을 돌렸다.

다큐멘터리 PD로서 승승장구하지만 포인트만 잡아내면 된다며 다소 비인간적 캐릭터를 선보였던 박용우는 극 후반에 치달을수록 캐릭터가 180도 회전하며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모한다. 이 과정에서 세월의 흐름에 맞는 박용우의 연기는 자연스러워 급반전된 캐릭터가 어색치 않았다. 아버지 역으로 출연한 성지루의 덧대지도 모자르지도 않은 아들을 잃은 슬픔 연기도 극 초반 ‘아이들’의 승부수다.

영화 ‘아이들’은 단순히 미제사건을 그리고 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메시지를 던져주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극 초반 팽이를 치는 아이 주변으로 빨간색 보자기를 등 뒤에 맨 아이가 도는 장면을 통해 돌고 또 도는 이미지를 던져준다. 그 이미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듯 박용우의 딸에게 범인이 접근해 납치 가능성을 선보인 점에서는 미제사건으로 남은 한, 범죄는 돌고 돌아 누군가의 가족 혹은 본인에게 해를 가할 수 있음을 영화는 암시하고 있다. 동시에 사건 사고에 무책임한 집단, 혹은 '나의 일'이 아니면 이웃에 무관심한 사회 전체에 일침을 가하고 싶어하는 메시지다. 하지만 메시지를 남기고 싶어했던 감독의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유력범인이 박용우의 딸에게 접근하는 과정이나 본인의 존재를 박용우에게 알리며 접근하는 장면은 현실감을 떨어뜨리며 실화 영화로서의 방향을 잃은 느낌을 준다.

극 후반 치아 미백을 돋보이게 한 유력범인과 박용우의 거친 주먹다짐은 극의 긴장감을 급하게 잡아가기 위한 억지 설정으로 보일 뿐이다. 유력 범인을 따라가 격투신을 벌였다는 것이 설정이 아니라 사실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면 이 장면은 아이들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혔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 대목에서 ‘아이들’은 다큐멘터리 시선으로 영화적 긴장감을 끌어올렸어야 했을 감독으로서의 한계점을 노출하고 말았다.

하지만 흥행에 성공한 영화로서 가진 힘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흥행과 더불어 공소시효 폐지라는 사회적 함의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과업을 달성한 영화임에 틀림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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