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폴리 '핏빛시위'..."보안군,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

입력 2011-02-26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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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동부와 서부지역 상당수를 반정부 세력이 장악한 가운데 25일 수도 트리폴리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친위병력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를 개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리비아 정부의 시위 강경진압에 항의하며 공직에서 사퇴하는 해외 외교관들이 잇따르고 있고 리비아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트리폴리 첫 대규모 시위 = 알-자지라 TV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위대 수천명은 이슬람권 휴일인 금요일을 맞아 이날 이슬람사원에서 예배를 마친 뒤 거리로 나와 반 정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예배를 마치고 시내 중심지인 그린광장으로 행진하려 했지만 카다피 친위대는 이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트리폴리 동부 외곽의 한 주민은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했다"면서 "수그 알-조마 거리에서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명피해 규모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알-자지라는 2명이 숨졌다고 전했고 로이터통신은 최소 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파시룸 지역 인근에서 2명이 숨지고 수그 알-조마 지역에서도 여러 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는 리비아 시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수도 트리폴리에서 대규모로 진행된 것이다.

이날 제2도시인 벵가지에서는 수만명의 시민들이 집결해 카다피 축출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반 정부 시위는 다른 지역에서도 동시 다발적으로 열리며 절정을 이뤘다.

그러나 시위대를 포함한 반 정부 세력은 벵가지를 중심으로 한 동부 지역과 튀니지 국경 근처 즈와라 등 서부 일부 지역을 장악하고,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을 꾀하고 있지만 카다피 친위병력의 군사력이 만만치 않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는 군부대 약탈, 국경지역을 통한 밀수 등의 경로로 소형무기 뿐 아니라 로켓 추진형 유탄발사기, 대공포 등 중화기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 무기를 동원해 카다피 친위대와 교전을 벌이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 진영 "리비아는 평온" =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는 터키 뉴스채널 CNN-튀르크와 인터뷰에서 `테러리스트 그룹'들이 통제하고 있는 자위아, 미수라타를 제외하고 리비아의 대부분은 "평온하고 정부의 통제 아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위대의 대규모 시위가 예견된 지난 24일에는 국영TV를 통해 외신의 트리폴리 방문 취재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민들은 24일 오후부터 군인들과 용병들이 트리폴리 시내에서 자취를 감추고 교통경찰만 남아 근무했으며, 그린광장은 깨끗이 청소가 돼 있는 상태였다고 전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이는 리비아 정부가 하루 전만 해도 불법 입국한 기자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았던 것과 비교하면 극히 상반된 조치로, 리비아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리비아 재외공관 반기 잇따라 = 이런 가운데 리비아 정부의 시위 강경진압에 항의하며 해외에서 공직을 사퇴하는 외교관들이 잇따르고 있다.

주 제네바 유엔대표부의 리비아 외교관들은 "리비아 대표부는 리비아 국민과 그들의 자유 의지만을 위해 복무하기로 단호히 결정했다"면서 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카이로에 있는 아랍연맹의 리비아 대표부도 성명을 통해 "비무장 시민을 겨냥한 극악무도한 범죄"를 비난하면서 "우리는 변화와 민주체제 수립을 위한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우리 국민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대표부는 또 조직의 명칭을 '아랍연맹 리비아 국민 대표부'로 바꾼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압둘-라흐만 알-압바르 검찰총장과 프랑스 주재 리비아 대사, 유네스코 주재 리비아 대사도 정부의 시위 강경진압에 항의하며 사임하는 등 리비아 공직자들의 시위 지지 선언은 계속되고 있다.

◇국제사회 전방위 압박 = 리비아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 또한 고조되고 있다.

나바네팀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UNHCR) 긴급회의에서 "시위대를 대상으로 한 대량 살상, 불법 체포, 구금 및 고문 등이 보고되고 있다"며 "탱크, 헬리콥터, 그리고 군용기들이 시위대를 향한 무차별 공격에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보도에 따르면 수천명이 살해됐거나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민간인을 향한 광범위하고도 체계적인 공격이 반인륜 범죄에 도달했을지 모른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프랑스와 영국이 공동 작성한 대(對) 리비아 제재안을 제출받아 논의했다. 안보리는 제재안에 대한 협의를 빠른 속도로 진행, 이르면 28일 제재안을 표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제재안에는 카다피와 리비아 고위관리에 대한 자산 동결과 여행금지 조치가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현지 소식통들은 관측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EU)은 리비아에 대한 무기금수, 비자발급 중단, 정권 핵심 관련자들의 자산 동결 등에 합의했다고 독일 외무부가 밝혔다.

아울러 터키를 방문 중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압둘라 귤 터키 대통령과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카다피의 퇴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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