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잠재력]작지만 강하게…‘强小기업’ 성장의 한 축

입력 2011-02-24 13:21 수정 2011-02-2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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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부품·원천기술 개발…대기업 못지않은 ‘조력자 역할’

중견 전자업체인 A사는 외국 기업과의 특허 소송으로 인해 해외 시장 수출이 가로막혔다. A사가 사용하는 기술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 기업이 전문 변호사를 고용, 유사기술을 사용하는 외국의 기업들을 이잡듯이 찾아내 몰아치기 식으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탓이다.

A사는 유사기술이 미국 기업의 기술을 카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때까지는 사실상 수출 길이 봉쇄된 것이다. 하지만 소송에 맞설 전문 변호사를 구할 수도 없고, 비용도 없어 A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이 문제는 A사 하나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첨단 부품과 핵심기술, 전문인력 부족이 뒤늦게 중견·벤처 기업들을 옥죄기 시작했다는 의미에서다.

한국경제는 대기업과 운명을 함께 해왔다.‘대기업 성장=경제성장’라는 공식이 자연스러울 만큼 대기업의 경제기여도는 상당했다.

그러나 향후 100년 이상 먹을거리를 찾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한 요즘 대기업 못지 않게 중견기업과 벤처의 역할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중견기업과 벤처기업이 한국 경제 성장의 한축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정보기술(IT) 등 미래 산업분야에서 핵심 부품·소재에 대한 원천기술 확보가 절실하다. 일본·독일 등 선진국은 중견기업들이 부품·소재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해 국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중견·벤처기업 육성해 첨단 부품 기술 확보 = 중소기업 지원제도 중 △산·학·연 공동 기술개발, 대학 및 연구소가 보유한 기술의 이전, 첨단장비의 활용 지원 등의 기술혁신 관련 지원시책 △이전받은 기술의 사업화에 필요한 시설자금 등을 지원하는 개발기술사업화자금 지원 △기업의 연구개발 비용에 대한 세제지원 등의 기술개발 역량 강화 지원제도를 중견기업에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견기업이 정부출연기관 및 연구소, 대학 등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연구장비를 활용해 기술 역량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견기업이 보유하고 있거나 이전받은 기술의 제품화 및 사업화에 필요한 개발기술사업화자금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부품·소재 중견기업이 연구개발 계획서를 제출하면, 정부와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평가해 연구개발비 및 사업화를 지원하는 민관 연계 모델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건 고무적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중견·벤처기업들 경쟁력 있는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최근 많은 중견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기업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차세대성장동력 발굴사업을 중견기업까지 확장시켜 범국가적인 연구개발 및 기술혁신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견·벤처기업 성장잠재력 한 축 ‘부각’ = 중견·벤처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동시에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또 대기업이 가진 한계를 중견·벤처기업이 극복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넘어 3만, 4만달러 시대에 진입하는 등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견 및 벤처기업의 역할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수많은 국내 중견·벤처기업들이 성장의 문턱에서 힘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대적으로 부실한 한국 경제의 허리가 더욱 취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중견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무관심이 이런 상황을 더욱 부채질했다.

대한상의 자료에 따르면 기술개발 역량 및 지원제도 미비로 국내 중견기업들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1.8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3.1%)은 물론이고 중소기업(2.1%)보다 낮은 수치다.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낮으니 당연히 경쟁력 수준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견기업들의 투자 의지도 소극적이었다. 한국산업기술재단 설문조사에서 중견기업의 51.6%가 최근 3년간 연구개발 투자비를 현상 유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상당수의 중견기업들이 신규사업 기획을 보류 중이라고 밝혔다.

취약한 기술 개발 역량과 지원제도 미비, 판로 개척의 어려움이라는 환경에 중견기업들의 소극적 투자 관행까지 더해지면서 악순환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소수의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로 양극화된 결과, 질좋은 일자리 창출이 부진하고 핵심부품 분야의 무역역조현상이 심각해졌다”며 “혁신과 글로벌 지향성, 고성장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형 중견·벤처기업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견·벤처기업이 자체 역량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외부의 성장 장벽을 해소하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판로 개척 지원해야 =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중견기업도 판로 개척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중소기업보다는 형편이 좋지만 중견기업이 새로 개발한 제품도 신뢰성이 높은 편은 아니어서 대기업들은 선뜻 채택하기를 꺼린다.

중견기업이 연구개발 전에 대기업과 정보를 공유하고, 구매 등의 사항을 협의한 후 진행하는 공동기술개발과제(R&BD)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때 중간에서 정부가 조정 및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

중견기업을 글로벌 수출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식경제부 등 정부기관과 코트라(KOTRA) 등 수출지원기관의 단계별 맞춤 정책도 필요하다.

특히 △무역촉진단 파견 △해외바이어 알선 △해외지사화사업 등 중견기업의 수출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품질 경쟁력은 갖췄지만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시장 개척이 힘든 중견기업에는 브랜드 활성화를 지원하는 등 맞춤화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전문업종을 중심으로 해외 박람회·전시회 및 해외시장 개척단을 파견해 중견·벤처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무역촉진단 파견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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