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 많은 국내외 감독업무 일원화 해야"

입력 2011-01-3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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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 정책 불협화음…해결방법 없나

‘금융감독’이라는 배 안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이란‘사공 2명’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저겠다고 다툰다. 그런데 국제금융 감독업무를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도 사공을 자청하니 금융감독의 키를 잡고자 하는 사공은 3명으로 늘어난다. 3명 모두 10년 동안 어느 정도 방향을 맞추면서 배를 저어왔지만 키코(KIKO)사태 등 화만 키워놓았다.

배 안에서 정책파트는 금융위, 집행파트는 금감원, 국제금융 감독업무는 재정부가 맡는 것으로 했지만 손발이 딱딱 맞지도 않는다. 금융감독의 배 안에서는 밥그릇 싸움과 힘 겨루기만이 이뤄질 뿐이니 정책 추진 속도도 그 만큼 느릴 수밖에 없다.

국내 금융감독기구는 2001년 통합작업을 이루며 현재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3개 기구로 축소됐지만 불협화음과 논란은 여전하다. 올해에도 금융위와 금감원간의 경쟁구도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리금융, 산은지주 민영화 등 금융권 재편과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 현안을 처리하는 속도가 빠르게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비효율과 조직간의 반복을 없애기 위해 금융위와 금감원, 재정부의 국내외 금융정책 기능을 합치고 감독업무만 새로운 감독기구에 넘기는 편이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주장이 적지 않다.

◇당연한 진통? 해묵은 신경전? = 재정부, 금융위, 금감원 등 금융정책과 감독을 논하는 공공기관들의 신경전은 10년 이상 지속돼 왔다. 정반합의 논리로 본다면 하나의 감독정책 등이 나오기 위해서 이같은 경쟁과 신경전은 당연하겠지만 현재 금융당국간의 경쟁은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불거졌던 금융위와 금감원간의 금융회사 제재권 논란부터 시작해 예보의 위치를 격상시키는 논란과 금융소비자보호법까지 금융당국간 같은 목소리를 냈던 정책들이 거의 없었다. 새희망홀씨를 출시하기 위한 논의에서도 금융위는 희망홀씨가 아닌 신상품을, 금감원은 희망홀씨를 개조하자는 주장으로 맞부딪치면서 은행권만 곤혹을 치루고 상품 출시도 미뤄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신한금융 사태 등으로 확산된 차명계좌에 대한 논란도 재정부와 금융위간의 의사 소통이 되지 않아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재정부는 차명계좌에 대한 개선안을 놓고 금융위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하지만 금융위는 재정부와 논의해야 한다는 등 말이 엇갈리고 있다. 윤증현 장관 등 수장들이 차명계좌 개선안을 이야기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진척된 내용이 없다.

재정부와 금융위의 신경전은 키코사태를 낳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사정이 악화되자 직접 시중은행장들을 소집했다. 금융위는 이를 놓고 재정부가 영역을 침범했다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고 이 와중에는 키코사태가 더 확산됐다.

재정부가 환율 등 국제금융을 담당하고 금융위가 국내금융을 각각 담당하는 등 의사 소통이 되지 않은 탓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미 예견될 수밖에 없는 사태였다고 지적한다.

국내금융과 국제금융을 나눠놓고, 또 국내금융에서 정책과 감독집행을 갈라 놓으니 손발이 맞지도 않을 뿐더러 각자의 밥그릇 싸움 등으로 위기대응 능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내 경제의 특성상 금융위기는 항상 외환위기를 동반할 수 없기 때문에 재정부와 금융위로 국내외 금융정책을 분리한다면 위기대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원암 홍익대 교수는 지난해 연말 열린 한국금융학회 동계 정책 심포지엄에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국내금융과 국제금융 정책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게 드러났다”며“국내외 금융정책은 통합하면서 감독업무를 새로운 감독기구에 넘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외 금융정책 통합과 감독기구 신설 = MB정부가 출범하면서 모습을 갖춘 현 경제·금융부처 체계는 성적표가 그리 나쁘지 않지만 안으로 곪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정부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공적 민간기구인 금융감독원의 수장을 분리한 것도 실패작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견제와 균형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10년간 아옹다옹 다투던 두 기관의 갈등만 부추겼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전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시절에도 시각 차이는 존재했지만 수장이 한 명이기 때문에 내부 교통정리를 통해 정책 결정과 집행이 원활히 이뤄졌다”며 “하지만 지금은 조율 기능이 없어지고 분란만 초래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금융감독정책을 한 기관으로 통합하는 것이 업무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긍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효율과 조직간 반목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금융위와 금감원의 금융감독 기능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말이다.

최흥식 하나금융연구소장도 동계 심포지엄에서 “업무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금융감독 정책과 집행은 한 조직 내에서 진행되야 한다”며 “한 조직 내에서 금융회사를 감독하면서 얻은 정보를 바로 감독정책에 반영할 수 있어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업무도 국내 금융정책과 통합해 하나의 금융정책기구를 만들자는 목소리도 높다. 환율 등 국제금융정책과 국내금융정책도 따로 떼어놓으면 금융위기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속도도 떨어지고 효율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업무를 민간 공적기관에서 담당하되 정책기능은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하자는 주장이 주를 이룬다. 최흥식 소장은 “민간기구에서 감독기능을 담당해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본연의 목표를 이뤄야 한다”며 “2000년대 초반 나타난 신용카드 사태도 내수 진작이라는 거시경제정책이 금융감독을 압도하다 보니 시장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통합 감독기구라는 해법은 좋지만 실행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같은 금융감독 체계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재정부, 금융위, 금감원,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간의 신경전과 밥그릇 싸움으로 끝날 뿐 대안이 나오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 금융감독 서비스의 수요자인 금융회사와 예금자, 투자자들의 관점에서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며 “정부도 효율성 있는 정책적 통로를 만들어야 시장에서도 적극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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