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시장]공짜 콘도·건강검진 등 파격 혜택 앞세워 '퇴직금 모시기'

입력 2011-01-31 12:51 수정 2011-01-3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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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된 퇴직연금시장] 현대차·LG화학 등 대기업들 앞다퉈 도입

올해 퇴직연금시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퇴직연금시장이 매년 두 배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금융회사들이 영업력을 총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퇴직신탁과 퇴직보험에 대한 세제 혜택이 작년 말로 종료된 데다 올해부터 퇴직급여 사내 유보금액의 손비인정 한도가 축소돼 퇴직연금시장이 지난해 말 29조원대에서 50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과도한 보장 수익률을 제시하거나 콘도 이용권 제공과 같은‘특별 서비스’를 앞세워 영업에 나서는 등 출혈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심지어 일부 기업들은 자신들이 퇴직연금에 가입하기 위한 조건을 금융권에 요구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는 후문이다.

◇확대되는 퇴직연금시장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29조1000억원으로 전년 14조원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퇴직연금시장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금융회사들도 퇴직연금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퇴직연금사업에 은행 15개사, 증권 17개사, 보험 22개사(생보사 14개사, 손보사 8개사), 근로복지공단 등 총 55개 사업자가 등록돼 있어 유치 실적에 따라 금융권 판도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현대차그룹(1조2000억원), LG화학(1500억원), GS칼텍스(1500억원) 등 대기업이 퇴직연금을 대거 도입함에 따라 적립금이 6조8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은행, 증권, 보험 등 업종별 시장점유율에서도 차이를 줬다. 퇴직연금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은행업계가 차지한 가운데 증권업계의 경우 2009년 말 11.8%에서 지난해 말 16.2%로 4.4%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생명보험업계는 같은기간 동안 33.5%에서 26.1%로 7.4%포인트 감소했다.

◇과열경쟁에 혼탁해진 시장= 이달 초 현대중공업이 퇴직연금에 가입한 데 이어 조만간 현대자동차도 퇴직연금에 추가로 가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이후로도 퇴직연금 전환 규모가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기아자동차와 KT, 한국전력 등 대기업의 퇴직연금 가입이 예정돼 있어 상반기 중 퇴직연금 시장이 금융권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을 유치할 경우 그에 따른 부수적 금융거래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데다 한 번 가입하면 장기로 운용하는 점에서 사업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퇴직연금 적립금 기준 업계 1·2위를 달리고 있는 HMC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계열사 밀어주기에 의한 무임승차”, “상도를 벗어난 비난”이라고 치고받으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금융권은 편법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특별 서비스 등을 내세우며 과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보험·증권사들이 저마다 고금리를 앞세워 최고 연 8~9%의 금리를 보장하는 등 출혈경쟁을 벌인 것. 이에 금융감독원이 제재에 나서 퇴직연금 금리 수준을 최근 5% 미만으로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리 규제에도 불구하고 암묵적인‘특별 서비스’를 앞세워 새로운 형태의 출혈 경쟁도 벌이고 있다. 금감원 눈치가 보여 금리를 대놓고 올려주긴 힘든 만큼 ‘공짜 콘도 이용권’,‘특별금리 대출’,‘무료 종합검진’ 등 특별 서비스가 총동원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현재 퇴직연금을 찾는 기업이나 개인들은 높은 수익률과 낮은 수수료를 원하고 있다”면서 “대출을 끼고 시장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한 영업이나 고금리를 내세우는 방식의 출혈경쟁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심지어 일부 기업들은 자신들이 퇴직연금에 가입하기 위한 조건(고금리 요구 등)을 금융권에 요구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자사상품 편중 심해 =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자사 상품’ 집중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다. 금융사들이 남의 기업 근로자 퇴직연금을 자사 상품에 집중 투자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 등이 1년자리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연 5% 안팎의 특별 우대금리를 제공함에 다라 연 3.5%선 예금금리를 적용받는 일반 고객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보생명(99.8%), 신한은행(98.8%), 국민은행(96.2%), 삼성생명(93.5%), 미래에셋증권(78.7%) 등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증권사들 역시 주가연계증권(ELS) 등 자사 상품 편중 비중이 30~70%에 달했다. 주로 운용하는 자사 상품은 은행의 경우 1년 만기 예금, 보험사는 금리연동형 보험상품, 증권사는 ELS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편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를 지원하는 연구소 및 인력확보 경쟁도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제도적으로 민감하고 재무관리 측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퇴직연금 제도와 시장관련 파트, 재무설계 등을 위한 전담부서가 필요하다”면서 “인력 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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