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눈꽃길에 남기는 새해 첫 발자국

입력 2011-01-0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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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선정 겨울낭만 여행지 5곳

새해첫머리부터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여름 비가 많이 오더니 이번 겨울에는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 겨울 강추위에 내리는 눈은 출퇴근을 앞둔 직장인에게는 혹독한 시련이지만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뽀드득 뽀드득’걸을 때마다 들리는 정겨운 소리가 낭만적임을 느끼게 된다.

눈 덮인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단지 고풍적인 풍경때문만은 아니다. 왠지 겨울 눈덮인 산하와 잘 어울릴 것 같은 신묘년 토끼해의 첫달, 한국관광공사는 이런 낭만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관광지 5곳을 선정 발표했다.

▲남한산성 행궁원경 <제공=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남한산성_성곽따라 걸으며 호국정신 되새긴다=남한산성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국방의 보루 역할을 해왔다. 험한 지형을 따라 축조된 성은 그 길이가 11.7km(본성 9km, 외성 2.7km)에 달한다.

오늘날에 와서 남한산성은 자연생태 환경이 좋아서 수도권 시민들의 당일 코스 걷기 여행지로 사랑받고 있다. 한겨울에 눈이라도 내리면 눈꽃을 감상하며 트레킹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남한산성 탐방코스는 최단 거리 2.9km짜리(1시간 소요)에서부터 최장 거리 7.7km(3시간 20분 소요)에 이르기까지 다섯 가지 코스가 개발돼 있어 여행객 각자의 체력과 여유 시간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걷기를 전후로 남한산성역사관에 들러 남한산성에 얽힌 역사 공부를 해두면 좋다. 주변의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이나 광주도자박물관, 분원백자관 등도 함께 관람해보면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백두대간의 선자령 구간을 걷는 등산객들 <사진제공=사진작가 양영훈>
◇선자령_동해를 굽어보는 백두대간 눈꽃길=대관령과 선자령 사이의 백두대간 능선길은 우리나라 최고의 눈꽃 트레킹코스이다. 약 5km쯤 떨어진 두 지점 사이의 고도차이는 325m밖에 되지 않는다.

두루뭉실한 산봉우리 몇 개와 들길처럼 평평한 백두대간 능선길이 두 고갯마루를 이어준다. 가파른 비탈길이 거의 없는데다가 길이 뚜렷해서 장비와 복장만 제대로 갖추면 누구나 쉽게 눈꽃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대관령에서 선자령 가는 길은 크게 능선길과 계곡길로 나뉜다. 백두대간 능선길은 상쾌하고, 옴폭한 계곡길은 아늑하다. 바람 부는 능선길은 조망이 탁월하고, 나직한 계곡길은 물소리를 벗삼아 자분자분 걷는 재미가 아주 좋다.

능선길의 풍경은 웅장한 반면 잣나무, 낙엽송, 참나무, 속새, 조릿대 등이 군락을 이룬 계곡길은 아기자기하다. 이처럼 두 코스가 또렷하게 대비되는 선자령 눈꽃길의 순환코스는 총 10.8km에 이른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대략 4~5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다.

▲한라산 어리목진입로 <사진제공=사진작가 신용만>
◇한라산 선작지왓_눈부신 ‘설국’의 정취=사위가 고요하다. 2시간여 오르니 시야가 툭 터진다. 선작지왓 평원이다. 사시사철 다른 맛인 제주 한라산은 1월 이맘때쯤이면 눈부신 ‘설국’으로 탈바꿈한다.

드넓은 평원에 하얀 눈이 가득하니 새해맞이 산행지로는 아주 제격이다. 선작지왓 평원은 국내에 흔치 않은 고산 평원이다. 평원 가운데 놓여 있는 안내 글이 눈에 띈다.

“잠시 여기 서서 한번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해보세요.” 평원 끝에 새하얀 구름이 일자로 놓여 있어 바라보는 시선과 수평이다. 노루 서식지인 ‘산상의 정원’에 걸맞은 풍경이다.

평원으로 오르는 가장 빠른 코스인 영실 코스는 ‘신들이 사는 곳’이라는 이름답게 발길 닿는 곳곳마다 ‘하로산또’(한라산 신)가 머무는 듯한 신비감이 느껴진다. 영실 코스가 끝나는 곳에는 윗세오름 대피소가 있다.

대피소 매점에는 1월 ‘설원 트레킹’을 즐기러 온 사람들만큼이나 많은 컵라면이 수북하다. 가족, 친구 단위로 옹기종기 모여앉아 먹는 모습이 정답고 따스하다.

▲무등산 눈꽃길 <사진제공=광주시청>
◇무등산 눈꽃길_‘김삿갓’처럼 시 한수 읊조리며=무등산은 도심 10km 이내에 인구 100만 이상을 끼고 있는 1000m 이상의 세계 유일의 산이다. 특히 한겨울 서석대의 주상절리대는 수정병풍으로 변해 호남 겨울풍경의 정수로 손꼽힌다. 저녁노을이 비치면 수직절벽은 빛을 발하는데 '빛고을 광주'란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정상에 서면 광주시를 발아래 두고 그 뒤쪽으로 내장산이, 남쪽으로는 월출산까지 조망된다. 무등산에 오르려면 산수오거리부터 시작되는 옛길을 이용하는 것이 운치 있다. 총 11.87km, 무등산의 높이인 1187m와 숫자가 같으며 눈길을 밟으며 자박자박 걸어도 정상까지 5시간이면 족하다.

소걸음처럼 우직한 폼으로 숲길에 접어들면 속세에서 선계로 들어선 듯 세상과의 단절을 맛보게 되는데 정상의 나무들은 온통 상고대를 뒤집어쓰고 있어 마치 바닷속 산호초 군락을 하늘에 옮겨 놓은 듯하다.

▲승부역을 향하는 눈꽃열차 <사진제공=봉화군>
◇봉화군 승부역_하늘 세 평, 땅 세 평=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라는 승부역, 그곳에 포실포실 눈이 온다.

자동차로는 접근할 수 없는 대한민국 최고의 오지역(驛)이자 간이역의 설경은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기에 정감이 넘친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엽서 한 장을 보내거나 뽀드득 뽀드득 승부역 뒤쪽으로 이어지는 투구봉 산책로를 따라 눈길을 걸어본다.

역 앞으로 흐르는 낙동강이 얼어붙으면 썰매를 타고 한 평짜리 대합실에서 두 손을 녹이며 하루에 몇 번밖에 서지 않는 기차를 기다려본다. 그렇게 승부마을 여행은 오지마을 추억여행이 된다.

더불어 성춘향과 이몽룡의 흔적이 남아있는 계서당을 들러 보거나 봉화군에서 전해 내려오는 가양주인 봉화선주를 옆에 끼고 봉화송이돌솥밥을 곁들이면 올 겨울 봉화여행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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