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아, 이래서 골프는 고행(苦行)"

입력 2010-12-2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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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고생길이 열리셨군요.”

골프에 입문 하는 사람을 보고 하는 말이다. 골프의 가장 큰 단점은 ‘재미’라고 했는데 무엇 때문에 ‘고행(苦行)’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골프의 특성 탓이다. 오늘을 잘 맞다가도 다음날 엉망이 되는 게 바로 골프다.

처음 클럽을 잡으면 모두 ‘신동(神童)’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듣는 사람은 기량이 뛰어난 듯 하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이 말이 ‘신기한 동물’이라는 의미가 강하다는 것을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골프를 하기 전부터 핸디캡이 줄어 언더파를 칠 때 까지 떠도는 야그(口)가 있어 정리해 본다.

▲입문 전=“아, 그까이 꺼 운동도 아닌 것이 운동인 척 하는 골 때리는 운동. 무엇하러 작대기를 휘둘러 대나. 비싼 돈 들이면서. TV속 대초원을 바라보면서 하는 말, “차라리 저 넓은 땅에 보리나 심지. 힘들게 무엇 때문에 저리들 난리를 치나. 돈 안 드는 등산이 좋은 디”

▲입문직후=“으랏차차~” 이제 겨우 7번으로 하프 스윙을 하면서 세게 치면 좋은 줄 알고 볼이 깨져라 친다. 손이 아프다고, 몸이 뻐근하다고 엄살을 부린다. 골프 채널을 보기 시작하고 남들이 골프이야기를 꺼내면 참견한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폭스바겐의 ‘골프’라는 차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진다. ‘골프가 아직 골패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를 때다.

▲100타대=“그래 이 맛이야.” 마치 골프의 참맛을 깨달은 도인처럼 행동한다. 사실 100타를 더 치면서 캐디가 봐줘 100으로 스코어를 적어주면 자신의 실력인줄 알고 마냥 즐거운 시기다. 슬슬 골프이론에 대해 뭔가 탐구하는 자세가 된다. 뒤땅을 치고 드라이버가 쪼로가 나도 재미있다. 스코어는 줄지 않으면서 18홀이 아쉬운 때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동반자들에게 ‘왜 골프는 27홀을 안 돌지’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90타대=건방져 진다. 남들이 물어보면 80대 후반을 친다고 약간 거드름을 핀다. 그리고 초보자에게 건방진(?) 레슨

을 한다. 골프이론을 들어보면 프로다. 초보자가 볼 때 진짜 프로라고 해도 될 정도. 그래서 ‘이 프로’ ‘김 프로’로 불린다. 이름대신, 직업대신 프로라는 호칭이 늘 따라 다닌다. 특히 이때부터 신제품이 나오면 무조건 바꾼다. 거리를 늘리려고 비공인 드라이버를 꺼낸다. 프로들이 들으면 화 낼 텐데.

▲80타대=18홀을 돌고 나서 복기가 가능하다. “아, 3번 홀에서 드라이버를 잡지 않았으면 싱글이 됐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골프가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욕심을 버려야지 하다가 핸디캡이 한 자리 숫자에 근접하면 갑자기 돌변한다. 2~3타를 더 줄일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친구들과 헤어진 뒤 골프연습장으로 직행한다. 그날 안 된 것을 점검하면서 연습을 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프로테스트 나갈 볼까. 주말이 오면 “이제 다 죽었어~”를 외친다. 그러다가 자신이 ‘깨구락지’ 된다. 그게 골프다.

▲70타대=무엇보다 외롭다. 손님이 없어진다. 주위에서 골프하자는 사람이 점점 줄어 든다. 그리고 손꼽아 기다린다. 언더파 칠 날을. 골프원리도 깊숙이 알고, 골프에 관한 전반적이 지식이 머릿속에 들어 있다. 프로들의 스윙분석까지 한다. 타이거 우즈가 왜 우승을 못하는지, 김경태가 일본에서 상금왕에 오른 이유 등등. 보기 플레이어들이 볼 때 마치 ‘골프신(神)’ 같다. 진짜 신나게(辛) 맞아 볼 껴?

▲언더파를 친 뒤=‘이제 클럽을 놓아야 하나’하는 회의가 든다. 골프가 재미없어 진다. 그리고 아마추어 골퍼들과 라운드 하는 것은 시시해 늘 프로골퍼들과 내기를 하고 싶어진다. 회원권을 구입해 클럽챔피언대회도 나간다. 아마추어 대회 때마다 단골손님이 된다. ‘골프를 왜 배웠나’하고 후회도 한다. 시간낭비, 돈 낭비, 그리고 오랜 시간 소홀이한 반쯤 과부된 아내와 자식들.

사실 언더파를 치려면 일주일에 7일은 연습장가야 하고, 일주일에 적어도 4번은 코스를 밟아야 한다. 말은 안 해도 아마도 언더파 골퍼는 아파트를 몇 채 날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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