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 아내 울린 조온마난색기(趙溫馬亂色氣)

입력 2010-11-1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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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그 자체가 재미와 즐거움을 동시에 주는 강력한 무기를 지닌 스포츠다. 사진은 '미녀프로' 홍진주

야, 들어간다, 들어가!” “아, 들어온다. 들어와!”

그린에서 내지르는 즐거운 함성이다. 둘 다 홀(hole.구멍)로 들어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같다. 하지만 주인공은 다르다. 눈치 챘을까? 한쪽은 여자고, 다른 한쪽은 남자다. 우스개 소리지만 그럴듯하다.

살다보면 웃을 일이 많지가 않다. 주말에 집에 있어 보라. 몇 번이나 웃는지. ‘웃찾사’나 ‘개콘‘을 보아도 웃음이 안 나올 때가 있다. 그만큼 현대인은 웃음을 잃은 지 오래다.

이 때문에 골프장에서 만나는 골퍼들은 틈만 나면 실실 조크를 던진다. 때로 음담패설도 오가고 캐디에게 농(弄)을 걸기도 한다. 별일이 아닌 것도 오버해서 낄낄대고 깔깔거리며 웃는다.

어쨌든 웃음은 좋은 것이다. 웃으면 마음이 릴렉스해지고 근육이 이완돼 플레이도 더 잘된다. 미소 지으며 라운드 할 때와 신경질적으로 화를 내며 플레이할 때를 비교해보면 안다.

무엇이 스코어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아내는 혼인관계에서 여성을 가리킨다. 처(妻) 또는 부인(婦人)이라고도 한다. 아내는 ‘안’과 ‘해’가 결합한 낱말이며, ‘집 안의 해’라는 좋은 뜻을 갖고 있다. 이상(李箱)의 단편소설 ‘날개’에서 보면 아내가 ‘안해’로 표기돼 있다. 발음은 같다.

애인(愛人)은 이성간에 사랑하는 사람. 그러니 아내도 애인일수 있다. 하지만 애인은 집사람을 빼고 다른 이성, 즉 연인이거나 부적절한 관계의 여자를 말한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아내와 애인은 골프장에서 플레이 하는 것만 봐도 쉽게 구별할 수 있다는 것.

남편이 아내에게 운전교습을 해줄 때 잔소리를 하는 것처럼 하루 종일 바람 잘 날이 없는 것이 바로 부부 골프가 아닌가 싶다. 물론 애정을 과시하면서 즐겁게 라운드를 하는 금실 좋은 부부도 조금 있긴 하다. 부부인지, 애인인지 구별하려면 그들과 어울려 라운드를 직접 해보면 잘 안다.

애인과 아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라운드 중에 부부는 대개 말이 없다. 애인은 다정다감하다. 웃음소리부터 다르다. 애교가 철철 넘친다. 아내가 뒤땅을 치면 그런 것도 제대로 못하느냐고 핀잔을 준다. 애인에게는 “지형이 너무 안 좋네”라며 클럽으로 잔디를 툭툭 친다. 부부는 각자 클럽을 꺼낸다. 하지만 애인에게는 다음 샷을 할 클럽을 골라준다. 아내가 친 볼이 벙커나 워터해저드에 빠지면 “에구 빙신아, 그렇게 밖에 못치니”하면서 짜증을 낸다. 애인에게는 “왜, 하필이면 그쪽에 벙커를 만들었을까?”하고 코스 설계자가 못 됐다고 책임을 돌린다.

그늘 집에서는 더 극명해진다. 아내에겐 “냉수나 마셔”라고 하지만 애인에게는 직접 커피나 생과일주스 등을 갖다 준다. 아내가 OB를 내면 나가서 “벌타 먹고 OB티에서 치시지”하고 애인에게는 “멀~리~건”을 서, 너번씩 외친다. 에라 속알머리 없는 놈.

애인이 10m짜리 버디를 해보라. 난리 블루스를 친다. ‘나이스 버디!’를 외치며 폴짝폴짝 뛴다. 동반자와 캐디가 속으로 한마디씩 한다. ‘미친 넘’이라고. 아내가 버디를 하면 “집안일은 안하고 매일 연습장에서 살지, 살어”하고 퉁명스럽게 말을 내 뱉는다.

아내의 1m짜리 퍼팅은 “들어갈 때까지 쳐야지”라고 하면서 2m가 넘는 애인의 퍼팅은 “OK!”발음이 경쾌하다. 아내의 샷은 잘못 친 것만 말하면서 애인에게는 “뭘 믿고 그렇게 볼을 잘 치느냐”고 감탄한다. 바보가 따로 없다.

홀마다 더블보기나 트리플보기를 하는 아내에게는 “당신은 지금 골프와 코스를 모독하고 있는 거야”하고 화를 낸다. 애인의 스코어카드에 그렇게 적히면 “같은 그린피 내고 많이 치는 것이 경제적이지”하고 아부하느라 침을 튀긴다.

아내가 “여보, 경치가 참 아름답지”하면 “골프도 못 치게는 무슨 놈의 경치야”하고 볼멘소리를 낸다. 애인이 이렇게 말하면 “그대가 장미꽃인데 무슨 경치?”하고 닭살을 돋게 한다.

사랑을 하면 눈이 먼다고 한다. 애인이 하는 짓은 다 예뻐 보이고, 집사람이 하는 짓은 다 미워 보이나 보다. 사랑해서, 눈멀어서 결혼한 사람은 아내인데 어찌 필드에만 나가면 눈에 보이지가 않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남편과 아내를 바꿔서 생각하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아니,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하지 않다. 결혼한 여자가 영계(young 鷄)하고 골프하는 것을 보면 이것은 난리도 아니다. 꼴사나워서 차마 눈 뜨고 못 본다.

어쨌든 아내든, 애인이든 골프는 즐겁다. 그 골프의 재미를 우리는 이번 기회에 사랑하는 아내에게 써 볼 일이다.

만일 플레이를 하다가 눈꼴사나운 짓을 하는 남편에게 화가나는 아내가 있다면 '조온마난색기(趙溫馬亂色氣)'라고 먼산을 바라보면서 내뱉어 보자. 앞글자에 짧고 강하게 악센트를 주면 효과적이다.

이 고사성어는 사람들 틈에서 경거망동한 행동을 삼가라는 깊은 교훈을 담고 있는 말. 옛날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조씨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조씨에게는 만삭인 부인이 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 부인이 말하길 “여보! 어젯밤 꿈에 말 한 마리가 온천으로 들어가 목욕을 하는 꿈을 꾸지 않았겠어요. 아마도 우리가 말처럼 활달하고 기운 센 아들을 얻게 될 태몽인 것 같아요”라고 했다.

조씨는 무척 기뻐하며 “그것 참 좋은 태몽이구려. 어서 빨리 우리 아들을 보았으면 좋겠소”라고 말했다.

3일 뒤 조씨 부인은 매우 건강한 사내아이를 순산했다. 조씨는 태몽을 따라 아이의 이름을 '溫馬(온마)'라 지었다.

세월이 흘러 조온마가 20살이 되었다.

조온마는 조씨 부부의 기대와 달리 마을의 처녀란 처녀는 죄다 욕보이는 난봉꾼으로 자랐다.

이를 보다 못한 마을 사람들은 결국 조온마를 관가에 고발하였고 조온마는 판관 앞에 끌려가게 되었다.

판관이 말하길 “조온마는 색기로 인하여 마을을 어지럽혔다(趙溫馬亂色氣:조온마난색기). 따라서 거세를 당함이 마땅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결국 조온마는 거세를 당했다. 후일 사람들은 경거망동을 하는 사람에게 조온마의 일을 상기시키기 위하여 '조온마난색기'라고 충고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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