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오바마의 뒷모습

입력 2010-11-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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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Lame Duck)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가지 설이 존재한다.

첫번째는 18세기 영국 증권거래소에서 증시가 급락하자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설이다.

이후 미국에 전해지면서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나 재선 출마를 포기한 대통령을 비꼬는 말로 쓰였단다.

▲민태성 국제부장
두번째는 남북전쟁 당시에 발생했다는 설이다. 재선에 실패한 현직 대통령이 남은 임기에 힘이 빠져 정책집행의 일관성이 없다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정책 방향을 잃어버린채 마치 뒤뚱거리는 오리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헤매는 대통령을 레임덕이라는 말로 풍자했다고 한다.

유래는 다르지만 레임덕이 힘빠진 현직 대통령을 의미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레임덕은 미국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된다. 미국의 대통령제는 4년 연임제다.

일반적으로 연임에 성공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 대통령의 레임덕은 재선 이후 임기를 1~2년 정도 남겨두고 시작된다.

예외의 경우도 있다. 1960년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사후 취임한 린든 존슨 대통령은 베트남전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재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레임덕에 시달렸다.

단임 대통령으로서 연임을 포기하자 바로 힘이 빠져버린 셈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역시 2009년 1월 퇴임을 앞두고 2006년말부터 레임덕으로 고생했다.

같은 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패배한 것이 치명타였다.

부시의 지지율은 역대 43명의 대통령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20%까지 추락했다.

미국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레임덕 논란에 휩싸였다.

현지 주요 언론은 새로운 의회 출범 소식을 전하면서 일제히 ‘레임덕 의회’로 표현했다.

오바마가 기록적인 지지율로 지난 2008년 대선을 한편의 드라마로 승화시킨 인물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최근 레임덕 논란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외치며 서민과 중산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그가 취임 2년이 채 안돼 지지율 급락이라는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물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것이 오바마 위기를 가속화한 배경이다.

앞서 지난 2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오바마는 치명타를 입었다. 공화당에 하원을 넘겨주면서 험난한 국정 앞날을 맞게 된 것이다.

전세계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누구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오바마 대통령의 추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역시 경제였다.

행정부와 중앙은행을 통해 수조달러의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침체다.

소비는 본격적으로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안하무인식 정치에 실망한 미국 국민들이 오바마를 택한 것은 국민의 뜻을 헤아려 민의를 통합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결국 통합 기대가 실업과 소득 감소라는 생활고를 이기지는 못했다.

숨가빴던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쓸쓸한 뒷모습으로 돌아갔던 오바마의 머릿속에 지난 1992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선 구호가 메아리쳤을 지도 모르겠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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