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잡기정책...기업만 옥죄고 가격도 못잡아

입력 2010-10-27 11:01 수정 2010-10-2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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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실패한 시장개입] ③ 정유사 공급가 공개·대형마트 주유소 진출 허용

이명박 정부가 ‘서민생활 안정’을 외치며 휘발유 가격을 잡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정작 시장에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유가 안정을 외치며 내세운 정책은 10개가 넘는다. 지난 2008년 3월 꺼낸 첫 카드는 유류세 10% 인하였다. 이후 정부는 △대형 마트 주유소 진출 허용 △석유 수입사 활성화 △주유소 판매가 인터넷 공개 △주유소 상표표시제(폴사인제) 폐지(공정위) 등을 연이어 내놨다.

지난해 5월엔 정유사별 공급가격 공개라는 시장원칙에 어긋나는 카드까지 내놓았다. 또 9월에는 농협주유소 확대방안도 발표했다. 이같은 정부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름값은 요지부동이다.

원유 가격과 환율에 따라 등락을 거듭할 뿐이다. 오히려 이런 과정에서 정유사와 주요소 사업자들의 반발과 갈등만 키웠다. 핵심을 잘못 짚었던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5월 꺼내든 정유사별 공급가격 공개는 정유사가 직영 대리점이나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의 주간 단위 판매가격을 정부에 보고하면 정부가 이를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인 오피넷(opinet)에 공개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가격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 하지만 실효성은 별로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정유사별 공급가격 공개는 각 정유사별 유통구조가 달라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유사마다 유통구조가 서로 달라 정유사별 공급가격이 실제 주유소에 공급되는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제도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영업침해 논란으로 이어지며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잇따라 꺼낸 카드의 효과가 신통치 않자 정부는 유통단계별 가격을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대리점이나 직영점 등 주유소에 공급되기 전 유통망에 대해서도 가격을 공개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정책이‘높은 기름값은 정유사의 유통마진 때문에 발생한다’는 기본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어서 정유업계의 불만이 쏟아졌다.

실제로 기름값 인하 정책이 한창이던 지난해 상반기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은 리터당 13.1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2008년 연간 기준인 리터당 20원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생존을 위한 막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 같은 낮은 수익률로는 미래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실제로 일부 정유사들은 고도화시설 공사를 연기하는 등 투자 지연으로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의 기름값 인하 정책이 실패한 시장개입이라는 또 다른 이유는‘대형마트의 주유소 진출허용’정책에서도 드러난다. 대형마트의 주유소 진출 허용으로 인해 기름값 인하 효과는 어느 정도 나타났지만 결국 기업형슈퍼마켓(SSM)이 골목 상권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석유시장감시단이 대형마트 주유소와 일반주유소 간 공정경쟁 및 소비자선택권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주유소는 지역 평균가격 대비 리터당 70~80원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감시단은 향후 대형마트 주유소가 지역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대형마트 주유소가 활성화 될 경우 주변 주유소의 폐업과 지역독점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대형마트 주유소를 도입한 영국과 프랑스의 사례를 보면 중소 자영주유소들이 줄도산 한 이후 대형마트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가격 정상화 조치로 가격부담이 더 커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다양한 기름값 인하 정책을 내놨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정작 가장 중요한 곳을 손을 대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바로 세금문제다. 우리나라 보통휘발유 가격에서 유류세 등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3% 안팎이다. 반면 유통비용과 마진은 7% 정도에 불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싼 기름값의 가장 큰 이유는 세금 때문인데, 정부가 세금을 손대지 않은 채 정유업계화 유통 과정을 문제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그동안의 정책을 보면 기름값 인하 효과보다는 자영 주유소들을 도태시키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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