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열석발언권' 금통위 정치적 독립 훼손

입력 2010-10-21 11:10 수정 2010-10-21 13:46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시장 신뢰잃은 한은 통화정책]<중> 금융위원 발언 공개 안돼 '그들만의 회의' 비난도

한국은행 통화정책이 잇따라 시장의 시그널과 다른 결과를 불러오면서 금융통화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통위원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통위는 한은의 정책결정기구로서 위원장을 비롯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통화금융정책 및 은행 내부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합의체 기구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금통위는 한은 총재와 부총재, 기획재정부·한은·금융위원회·대한상의·은행연합회장이 추천한 5인으로 이뤄진다. 기관 추천인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위원 5명을 각각 다른 기관이 추천해 선발하는 것은 위원간의 견제와 균형으로 통화금융정책이 독립적으로 결정되게 하는 것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금통위 결정이 시장의 시그널과 반대되는 결정이 나오면서 정치적 독립성이 훼손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열석 발언권’(기획재정부 차관 등이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참석해 정부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권리) 등으로 정부가 한은의 통화정책에 개입할 여지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금통위 열석발언권이 인정된 이후 시장의 시그널과 반대되는 통화정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정부가 금통위의 의사 결정에 영향력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들고 있다”면서“금통위의 정치적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을 제외한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정부 인사가 중앙은행의 정책위에서 발언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금통위원 한 자리가 공석인 채 금통위가 6개월째 운영되면서 한은 집행부가 통화정책의 열쇠를 쥐고 흔드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현재 금통위원 6인중 한은 집행부 2명(김중수 총재와 이주열 부총재) 제외한 4인은‘매파(인상론자)’인 김대식·최도성 위원과‘비둘기파(동결론자)’인 강명헌·임승태 위원 등 2명씩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한은 집행부가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다.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던 9월 금통위의 금리 동결 결정도 김대식·최도성 위원은 인상을, 강명헌·임승태 위원은 동결을 주장했으며 한은 집행부가 비둘기 쪽에 가세함으로써‘4대2’로 동결 결정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던 지난 7월 금통위에서 강명헌 위원만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명백히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동결을 주장한 바 있다.

또 금리는 동결됐지만 시장에 금리 인상의 시그널을 강하게 줬던 6월 금통위에선 강명헌·임승태 위원은 당시‘물가안정의 기조’라는 문구 삽입과 관련“(시장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지나치게 강한 시그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반대한 바 있다.

한양대 하준경 교수는“각각의 기관이 금통위원을 추천토록 한 것은 금리 결정때 각계각층의 의견을 균형있게 담으라는 취지”라며“금리 인상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 이 시점에 금통위원 공석이 장기화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도“결국 한은 집행부, 특히 김중수 한은 총재가 사실상 금통위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왔다”면서“취임부터 친정부 발언을 해 왔던 김 총재의 성향을 감안할 때, 금통위가 정치적 독립성을 갖췄다고 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 일각에선 금통위의 익명성이 오히려 독립성을 더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통위원들이 베일에 둘러싸여 있는데다 개인성향 등이 지나치게 보호되면서 금통위원들의 책임감 있는 의사 결정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 외국계 금융기관의 이코노미스트는“한국의 경우 금통위 직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통위원의 발언이 공개되지 않고 의사록이 공개되더라도 구체적인 의견을 알 수 없다”면서“책임있는 의사 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강명헌 금통위원이 한 심포지엄에서‘금리 인상 전에 지급준비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논란이 있었던 것이 좋은 예다. 그간 금통위 의사록에는 지급준비율에 관한 내용이 언급된 적이 없었으나 강 위원은 이 부분을 회의에서 논의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편 금통위원들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는 임기를 연장하고 민간 전문가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금통위원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 5년보다 더 길게 가져가고, 대통령 임기 내 최소한의 인원만 교체되도록 해야 한다”며 “특정 대통령 재임기간에 모든 금통위원이 교체되는 현재 인사 시스템으로는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아이돌 레시피와 초대형 상품…편의점 음식의 한계 어디까지?[Z탐사대]
  • 제니와 바이럴의 '황제'가 만났다…배스 타올만 두른 전말은? [솔드아웃]
  • 송다은 "승리 부탁으로 한 달 일하고 그만뒀는데…'버닝썬 여배우' 꼬리표 그만"
  • ’돌아온 외인’에 코스피도 간다…반도체·자동차 연이어 신고가 행진
  • ‘빚내서 집산다’ 영끌족 부활 조짐…5대 은행 보름 만에 가계대출 2조↑
  • “동해 석유=MB 자원외교?”...野, 의심의 눈초리
  • 미끄러진 비트코인, 금리 인하 축소 실망감에 6만6000달러로 하락 [Bit코인]
  • 집단 휴진 거부한 아동병원, 의협 회장 맹비난 "'폐렴끼' 만든 사람들"
  • 오늘의 상승종목

  • 06.1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3,709,000
    • -0.17%
    • 이더리움
    • 5,032,000
    • +1.39%
    • 비트코인 캐시
    • 608,000
    • +0.5%
    • 리플
    • 696
    • +2.96%
    • 솔라나
    • 203,800
    • -0.59%
    • 에이다
    • 582
    • -0.34%
    • 이오스
    • 928
    • -0.22%
    • 트론
    • 164
    • -0.61%
    • 스텔라루멘
    • 139
    • +0.72%
    • 비트코인에스브이
    • 69,750
    • -0.78%
    • 체인링크
    • 20,760
    • -1.42%
    • 샌드박스
    • 539
    • -0.3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