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팔았지만 '허탕' 전세난에 멍든 신혼꿈

입력 2010-10-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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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신부 이선영씨의 1억5000만원 전세집구하기 '고군분투'

▲일러스트=홍종현 기자
“집을 살 정도로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출받기도 부담스러워 전세로 시작해야 하는데 그나마 집 찾기가 쉽지 않네요.”

올겨울 웨딩마치를 울리는 이선영(29)씨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녀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만큼 꼼꼼하게 신혼집을 구입하겠다고 마음먹고 예비신랑과 직장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다녔다. 이 부부가 마련한 전셋집 구입 자금은 총 1억5000만원 정도. 주말과 휴일마다 예비신랑과 함께 발품을 팔았지만 이 돈으로 마음에 쏙 드는 전셋집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이 예비부부는 눈을 돌려 서로의 직장 중간지역에 가격대가 다소 저렴한 전세를 구하기로 했다.

이선영씨가 전셋집 구하면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가격이다. 이씨는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가격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나요?”라며 “가격을 먼저 맞춘 다음에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현재 자금상황이나 직장과의 거리, 건축 상태 등을 보고 전셋집을 구하겠다는 결심을 한 후 이씨는 가장 적당한 곳으로 관악구 봉천, 신림동을 꼽았다. 저렴한 가격대치고는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월차를 내 발품을 팔아보기로 했다.

이씨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지난 12일 관악구 봉천동과 신림동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다. 이씨가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신림동 H공인 중개사무소. 50대 중년가량 돼 보이는 여성 공인중개사 대표는 이씨의 현재 조건을 토대로 집을 찾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신림현대아파트를 추천했다. 공인중개사는 “여의도와 강남을 잇는 버스가 많아 실제로 그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분들 상당수가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용면적 59.85㎡의 전셋값은 1억6000만원선으로 현재 가지고 있는 금액으로는 빠듯하다. 이 아파트는 방 2개 화장실 1개로 신혼부부 둘이 살기에는 크기며 구조면에서 괜찮았다. 신림현대는 신림역에서 마을버스로 5분 정도 걸리는 지역으로 초역세권은 아니지만, 초역세권보다 조용하고 깨끗해 오히려 주거하기 더 좋다는 게 공인중개사의 설명이다.

이씨는 “주변에 관악산, 보라매공원 등이 있어 주말에 운동이나 산책하기 편리한 것이 매력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 대표는 “요즘 전세물건이 귀해서 계약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벌써 이 집 문의만 9건째다”고 계약을 재촉했다.

이씨는 브랜드 아파트나 고층 아파트가 아니어도 좋다고 판단, 가격에 맞는 빌라나 연립 등도 함께 찾아 나섰다.

빌라는 아파트보다 넓은 평형을 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는 지인의 말을 토대로 이씨는 T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아 빌라를 문의했다. 공인중개사는 신림에서 2정거장 떨어진 구로디지털 단지에 있는 물건을 추천했다.

이 빌라는 전용면적 67.35㎡로 전세 1억5000만원이다. 방 3개에 화장실 2개에 특히 배란다가 넓다. 신혼부부가 살기에는 다소 큰 면적이지만, 빌라의 특성상 따로 관리비가 들지 않아 부담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공인중개사 대표는 “2004년도에 지어진 건물이라 굉장히 깨끗하고 좋다. 남동방향으로 설계돼 햇빛도 잘 들고, 주위가 평지라 ‘뚜벅이’ 회사원들에게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 것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씨가 역에서부터 빌라까지 보통걸음으로 걸으니 10분정도가 소요됐다. 이씨가 집을 방문했을 때 우선 빌라가 지어진 지 얼마 안 돼 비교적 세련되고 깔끔한 외관에 합격점을 줬다. 집 내부구조 등도 만족할만한 수준이었지만, 역시 아쉬운 점은 있었다. 빌라가 5층으로 돼 있는데 그중 전셋집으로 나온 곳이 5층인 것. 이 빌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이씨는 “매일 5층을 오르락내리락할 생각을 하니 힘들겠다. 건망증이 심해 출근할 때도 2~3번 집에 다시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라며 “언니가 4층 아파트를 매일 오르내리다가 아이가 생기자 결국 이사 가더라”라며 주변의 경험담을 소개하며 아쉬워했다.

이씨는 동작구 인근의 전셋집은 어떨까 하고 사당동, 흑석동 등 여러 아파트 및 빌라도 알아봤지만, 사당동은 가격이 맞다 싶으면 면적이 너무 작고, 흑석동 일대는 최근 전셋값이 많이 올라 최소 2억5000만원 이상이 필요해 마음을 접기로 했다.

흑석동 H공인중개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지만 중개인은 “그 가격에 나온 물건도 없지만, 그 가격에 원하는 평수를 구하기는 힘드실 것”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씨는 “전셋집 구하다 남자친구와도 몇 번을 싸웠는지 모르겠다. 요즘 같아서는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보다 집 구하는 스트레스가 더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지난번 발품 팔았을 때보다 훨씬 좋은 집들이었다. 경기도 지역으로 눈을 넓히면 더 좋은 전셋집들이 많지만, 직업 특성상 장거리 출퇴근은 무리일 것 같아 일부러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구할 계획이다. 남자친구와 상의해보고 주말에 다시 보러 나와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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