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박문덕 회장 변칙증여·위장계열사 현안 산적 '시험대’'

입력 2010-04-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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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왕금속공업 지분 30% 상회 공정위 조사받아...대기업·외국자본과 힘겨운 싸움 불가피

하이트-진로그룹이 올초부터 뒤숭숭하다. 국세청으로부터 지분 변칙증여 혐의로 380억원의 세금을 추징 통보를 받자마자 이번에는 위장계열사 논란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그룹 계열사 자산총액이 6조원을 넘어서면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타법인에 대한 지분이 30%를 초과할 경우 계열사로 편입해야 한다.

하지만 하이트-진로그룹은 지주사인 하이트홀딩스와 진로등 계열사의 보유지분율이 30%를 초하는 비상장 회사인 세왕금속공업을 계열사로 편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왕금속공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최대주주는 하이트홀딩스로 지분율이 24.85%에 달한다. 나머지 주주는 무학(13.15%)과 보해양조(12.91%), 금복주(12.63%), 기타(36.46%)로 구성돼 있다.

감사보고서상 주주명단만으로는 하이트홀딩스 지분율이 30%를 넘지않아 계열사 편입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타주주 중 진로와 하이트주조가 각각 7.08%, 0.4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하이트-진로그룹 지분율이 32.39%에 달한다.

공정위는 현재 하이트그룹에 자료제출을 요구하는등 계열사 편입조건이 되는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그룹이 이처럼 위장계열사 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박문덕 회장은 지난3월 국세청으로부터 변칙 주식증여건으로 380억원의 세금 추징을 통보받았다.

이번 변칙 주식증여건이 지난 2007년부터 2008년 사이 진행된 박문덕 회장의 지분승계작업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오너이자 대표이사인 박문덕 회장이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 지분 26.49%를 소유한 최대주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또 박문덕 회장의 장남인 태영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삼진이엔지와 삼진이엔지의 100% 자회사인 삼진인베스트가 하이트홀딩스 지분을 각각 3.0%, 24.66% 보유하고 있다.

하이트홀딩스는 그룹 주력계열사인 하이트맥주 지분 31.3%를 비롯해 진로(53.46%), 하이트산업(100%), 하이트주정(100%), 하이트주조(100%), 세왕금속공업(24.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진로는 석수와퓨리스(100%), 진로소주(100%), 세왕금속공업(7.08%)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이트 주조가 강원물류, 수양물류, 천주물류등 3사 지분 각각 100%를 갖고 있다. 이밖에 하이트맥주는 하이스코트, 하이트산업은 하이트개발 지분 10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국세청이 문제 삼은 것은 박문덕 회장과 하이트홀딩스, 삼진이엔지, 삼진인베스트의 지분관계다.

삼진인베스트는 하이트홀딩스 지분 24.66%를 갖고 있어 박 회장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 있고 삼진인베스트는 삼진이엔지의 100% 자회사이다. 삼진이엔지는 삼진인베스트 외에 하이트홀딩스 지분 3%로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삼진이엔지는 박 회장의 장남 태영씨가 지분 58%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결국 박 회장과 장남 태영씨가 삼진이엔지와 삼진인베스트를 통해 하이트-진로그룹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 지분 50% 이상을 소유하면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장남 태영씨에게 편법으로 지분을 넘긴 것으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이트맥주의 협력사로서 맥주냉각기 제조및 판매를 하던 삼진이엔지는 지난 2007년 12월 태영씨가 지분 73%(당시 기준)을 매입하면서 하이트-진로그룹의 계열사가 됐다.

이후 박 회장은 삼진이엔지에 하이트홀딩스와 하이트맥주 지분 9.8%를 가진 하이스코트 지분 100%를 전량 무상증여했고 하이트맥주가 2008년 7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하이트맥주주식회사를 신설하고 존속법인은 하이트홀딩스로 변경했다.

이후 삼진이엔지는 하이스코트가 보유하고 있던 하이스홀딩스 지분등 투자사업부문을 분리해 2008년 12월30일 삼진인베스트를 설립했다. 삼진인베스트는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 하이트홀딩스 지분 24.21%(현재 24.66%)를 가진 2대주주로 등극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태영씨가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이스코트 지분이 태영씨 개인이 아닌 삼진이엔지로 증여됐기 때문이다.

법인이 증여를 받았을 경우 22%의 세금을 내면 되지만 개인은 50%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삼진이엔지에 변칙증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측은 현제 국세청에 과세전적부심을 신청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세전적부심'이란 지방청 및 세무서에서 세무조사나 감사결과 후 세금을 고지하기 전에 과세할 내용을 납세자에게 미리 통지하고 그 내용에 대해 이의가 제기되는 경우 고지 전에 잘못을 시정하는 사전권리구제 제도다.

하이트-진로그룹을 둘러싸고 현재 진행형인 이 두건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론이 나든지 최근 대기업 오너들의 변칙증여나 위장계열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은 물론 박 회장 개인의 도덕성에는 상처가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이트-진로그룹의 발전에는 그룹 오너인 박문덕 회장의 공격적인 영업방식이 큰 몫을 담당한 것이 사실이다.

박 회장은 만년 2위였던 하이트맥주(전 조선맥주)의 개발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하이트맥주를 시장 1위로 이끈 장본인인다. 또 2007년 진로를 성공적으로 인수하면서 국내 주류업계를 통일했다.

박 회장은 조선맥주 창업주인 고 박경복 명예회장의 둘째아들로 1991년 사장에 취임했다. 당시 조선맥주는 시장점유율 20%, 부채비율 1600%의 부실회사였다.

2년 뒤인 1993년 회장에 오른 그는 취임후 2년여에 걸친 준비기간을 거쳐 하이트맥주를 출시했다. 출시이후 3년만에 시장 정유율 1위에 오르자 1998년 회사 상호도 하이트맥주로 변경했다.

2007년 진로 인수는 하이트-진로그룹이 주류시장 1위를 차지하는 것을 물론 맥주 1위 수성을 위한 운명과도 같은 선택이었다. 당시 진로가 입찰경쟁 상대였던 두산에게 넘어갔다면 두산이 맥주사업에 재진출할 가능성이 있었다.

또 다른 경쟁사인 롯데, CJ등도 각각 아사히, 기린맥주등 일본 맥주회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단순한 수주 1위 기업 인수가 아닌 하이트 맥주의 운명이 걸린 문제였다. 박 회장도 당시 “회사의 사활을 걸고 진로를 반드시 인수하라”는 특명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과감한 결단과 도전으로 하이트-진로그룹을 국내 주류시장 절대지존의 반열에 올려놓은 박 회장은 이제 1위 수성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시장재편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하이트백주, 두산 오비, 진로쿠어스 카스등 3자 구도의 경쟁구도는 IMF및 벨기에 기업 인베브의 오비맥주, 카스맥주 M&A등을 거쳐 현재 국내 유일의 토종맥주회사인 하이트맥주와 외국주주회사 오비맥주이 양사 경쟁구도로 재편돼 있다.

또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가 인베브로부터 오비맥주 인수작업을 완료해 오비맥주의 모기업이 다른 외국계 기업으로 변경됐다.

소주시장에서는 지난해 3월 롯데주류가 두산의 주류사업부문을 양수하면서 시장에 새롭게 진입했다. 거대 그룹의 소주시장 진출에 따라 소주 판매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 진로 재상장시 재무적 투자자들(FI)과 약속했던 풋백옵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룹 지주사인 하이트홀딩스는 진로 인수할 당시 FI들에게 진로 상장시 투자금액에 연복리 8%를 적용한 가격 이상에서 공모가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하이트홀딩스가 주식을 이 가격에 모두 사들이겠다는 풋백옵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작년 진로 상장시 공모가가 풋백옵션 가격에 못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FI의 풋백옵션 행사기간은 신용협동조합이 이달 13일부터 3개월 이내이며 리얼디더블유는 올 7월18일부터 9개월 이내이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이 두 FI의 풋백옵션 해결을 위해 약 3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그룹이 현재 국내 부동의 1위를 확고히 지키고 있지만 올해부터는 대기업 및 외국자본과의 힘겨운 싸움을 할수밖에 없다”며 “지금부터가 박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진정한 평가가 이뤄지는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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