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는 지난 16일 김 내정자가 경제 전반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경륜을 갖췄고 OECD 대사로서 국제적인 경험과 안목도 겸비하고 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대신 김 내정자를 선임 한 것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원활한 소통과 정책조율, 시장과 여론의 반응 등을 살펴보고 고심해 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그동안 MB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엔 환율정책으로 대립각을 세웠고,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선 금리수준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가 금융통화위원회 열석발언권 행사는 물론 공개적으로 금리발언을 쏟아내면서 한국은행을 압박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차기 한국은행 총재의 자질 가운데 정부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1순위 조건으로 꼽은 것으로 보인다.
탁월한 글로벌 감각을 지녔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국제금융 전공에다 KDI 원장을 거치면서 경제적 식견이 높은데다 OECD 대사를 지내면서 국제적인 경험과 안목을 쌓아 최근 글로벌 흐름도 잘 파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G20 정상회의 관련 각종 국제금융 컨퍼런스에 패널로 참석하면서 G20 정상회의 준비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내정자의 진짜 평가는 이제부터다. 한은의 독립성과 시장과의 소통, 출구전략 등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이다. 또 이성태 총재의 대한 시장의 신뢰가 두터워 적어도 이 총재와 비슷하거나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 과제는 ‘한은 독립성’
김 내정자의 최우선 과제는 한은 독립성이다.
‘인플레 파이터’로 불리며 한은 독립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이성태 총재의 후임이라는 점 때문에 그런 부담이 더 크다는 관측이다.
한국은행 노동조합은 최근 후임 한은총재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중앙은행 독립성과 자율성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가장 우선으로 꼽았다.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물가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목적인 한은과 경기부양에 중점을 두는 정부는 본질적으로 상충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와 중앙은행간 상호 견제와 협조관계가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김 내정자는 무엇보다 먼저 독립과 자율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공표해 안팎의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성태 총재는 4년간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에 신뢰를 심어준 점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또 절제된 화법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려 노력한 점에 대해서도 후한 점수를 받는다.
총재의 말 한마디에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이른바 ‘BOK 쇼크’ 사태가 이 총재 재임 때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조할 때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헬리콥터, 수평선, 문고리 등 다양한 비유를 통해 시장에 금통위의 입장을 이해시키려 했다. 덕분에 시장으로부터 비유의 달인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이같은 시장과의 소통 노력은 김 내정자에게도 요구되고 있다.
◇시장 반응 현재로선 긍정적
김 내정자가 선임될 때 시장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높았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어윤대 위원장이 거론돼 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아예 어 위원장을 이미 선임하고 김 내정자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을 깨면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의외라는 반응과 긍정적이라는 반등이 동시에 나타났다.
그는 국제금융전공 학자 출신으로 지금처럼 전 세계와의 공조가 요구되는 시점에 탁월한 인물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한은의 개혁 필요성이나 국제사회에서 중앙은행의 역할 등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G20 정상회의를 추진하는 데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 “아직 국제 금융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부와의 정책조율이 중요하다”며 “ 한은 총재는 정부와의 정책조율, 국제공조를 원활히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도 “김 내정자는 OECD 대사를 한 만큼 국제 공조에 문제가 없을 것이며 정부와의 공조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출신도 한은 출신도 아니고 학자 출신이어서 균형감각을 갖추고 합리적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은행 노조 역시 김 내정자에 대해 “굳이 흠잡을 데가 없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비둘기와 매의 비유를 들며 김 내정자와 이 총재에 대해 평가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김중수 내정자에 대해 “비둘기가 ‘새장 속에 갇힌 매’를 대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둘기는 정부의 저금리 정책에 협조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김 내정자를, 새장 속에 갇힌 매는 인플레이션과 자산 버블을 우려해 금리 인상을 원했지만 결국 실행하지 못한 이성태 현 총재를 비유한 것이다.
FT는 김 내정자에 대해 “물러나는 이 총재가 한국은행에서 4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데 비해 김 내정자는 ‘아웃사이더’라고 할 수 있다”면서 “통화 정책에서 한국 정부가 원하는 비둘기파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금리인상 상반기 내 힘들 듯
한은 총재가 바뀌면서 이제는 금리인상 정책이 언제부터 시행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 내정자가 정부와 정책조율 등을 강화하면서 실물경기 회복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 최대의 관심사인 금리 인상 등의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 시기는 다소 늦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동안 이성태 한은 총재와 정부가 금리인상 시기를 두고 수차례 엇갈린 시각을 보인 만큼 새 총재는 정부와의 공조를 통해 금리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아직 미국과 유럽이 저금리 정책을 지속하는 만큼 세계경제 흐름을 보고 맞춰갈 확률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김 내정자 역시 기준금리 인상 문제와 관련해 “이제는 국가 간의 공조가 중요하다”면서 “우리 중앙은행도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경제운영에서 하는 역할과 기여를 기준으로 삼아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가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만큼 미국과 유럽 등이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 저금리 시대를 지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김중수 새 총재 아래의 금통위는 소비와 투자가 충분히 회복되고 난 것을 확인하고 나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려 할 것”이라며 “정부의 경기에 대한 판단 역시 향후 한국은행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상반기 중 기준금리를 인상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매파적 발언도 자제하면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우호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위협이 다소 존재하더라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기형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앞으로 금융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관점 대신 G20 등 글로벌 국가들과의 협의를 확대하면서 금리인상 시기를 결정하자는 관점이 강화될 전망”이라며 “선진국 경기회복의 강도가 아직 미약, 경제정책을 철회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기고가 낳은 3대 천재… KDI 직원 나이ㆍ주소 모두 기억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는 합리적인 시장주의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정부정책보다는 시장의 소통을 더 중시하고 대외개방 국제경제는 물론 조세와 거시경제를 두루 섭렵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후 연구위원과 연구조정실장, 원장 등을 거쳤으며 노동과 주택, 교육 등의 분야에도 탄탄한 이론적 배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KDI 원장으로 있을 당시 모든 직원들의 나이, 주소 등을 기억할 정도로 기억력이 탁월하다.
문민정부 초기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을 지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준비사무소장을 맡아 우리나라의 OECD 가입에 협상 창구로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초대 OECD 담당 공사를 맡았다.
참여정부에서는 제11대 KDI 원장을 지내면서 대통령 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위원과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등으로 주요 거시경제정책에 참여했다.
현재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 건 전 국무총리의 자문조직인 '미래와 경제'의 정책개발위원장으로도 한때 참여해 ‘10대 경제강국 정책과제’를 이끌어 낸 바 있다.
한림대 총장에 재직 중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에 임명돼 ‘MB노믹스’ 전도사로 나섰으나 지난 2008년 6월 이른바 ‘쇠고기 파동’에 따른 청와대 전면 개편으로 물러난 뒤 같은해 8월 주(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로 발탁됐다.
정운찬 국무 총리과 장승우 전 해양수산부장관과 경기고등학교 동문으로 ‘경기고가 낳은 3대 천재’로 불리기도 했다. 부인 황주혜 씨와 사이에 딸 한명을 두고 있다.
함흥 출신(63)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준비 사무소장 △초대 OECD 담당 공사 △한국조세연구원 원장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장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한림대 총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주 OECD 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