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영광의 순간들] LG생명과학 '팩티브'

입력 2010-01-26 10:57 수정 2010-01-2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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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美FDA 승인 받은 글로벌신약...전세계 50여 국가와 상업화 추진

▲LG생명과학 김인철 사장
LG생명과학(이하 LG생과)이 개발한 퀴놀론계 항생제인 ‘팩티브’는 지난 2002년 12월 식약청으로부터 승인받은 국산 5호신약이다.

팩티브는 국내 신약개발사에 2가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미국 FDA 정식승인을 받았고 총 3000억원이라는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제품이라는 점이다.

FDA 승인을 받은 신약개발 국가가 전 세계적으로도 10개국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팩티브가 국내 제약산업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결코 과장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신물질 합성을 위한 끊임없는 도전

LG생과(당시 LG화학)가 1991년부터 연구개발에 착수한 ‘팩티브’는 개발 초기부터 순탄치 않았다. 연구 시작 2년만에 연구팀 리더의 암으로 인한 갑작스런 사망, 동물실험 실패, 이에 따라 연구가 여러 차례 중단되는 등 수많은 시련을 겪은 것이다.

하지만 연구원들이 개인시간을 내서 남몰래 연구하는 등의 노력으로 경영진을 감동시킨 끝에 연구를 재개, 팩티브 탄생의 초석을 다졌다.

당시 초기 물질합성 단계에서 홍창용 박사와 연구원들은 프로젝트중단이라는 위기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연구에 집중했다. 1994년 4월 25일 홍박사는 304번째 화합물 LB20304a의 시험관 약효 평가에 들어갔다.

기존 퀴놀론계 항균제 사이프로플록사신의 구조를 변형시킨 후 옥심(Oxime)이라는 구조를 도입한 독창적 구조의 화합물이었다.

이틀 후 주말, 연구원들이 휴가에 들어간 사이 홍박사는 홀로 실험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기존 항생제 보다 그람양성균, 그람음성균에 100배 이상 뛰어난 약효 수치가 프린트 돼 있었다. 그 순간 홍박사는 함께 고생했던 연구원의 책상위에 ‘Congratulations, We made it!’이라고 메모를 남겼다.

◆여러 번의 재도전 끝에 독자적으로 FDA승인받아

이후 팩티브 개발은 국내외에서의 동물 및 임상1상 실험에서 우수한 결과를 내며 순풍에 돛을 달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임상2상 이후의 개발. 환자에 대한 유효성, 안전성을 평가해야 하나 임상개발에 드는 엄청난 비용, 인프라 및 경험 등의 부족, 이에 따른 상품화 지연 또는 실패의 경우를 고려해야 했다.

이에 LG생과(당시 LG화학)는 투자위험 최소화 및 조기 상품화를 통한 상품가치 극대화를 위해 단독개발 대신 세계적 제약회사인 스미스클라인비참(SB)社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공동개발을 선택했다.

당시 의약품사업부 해외프로젝트팀에서 제휴 실무를 담당했던 김규돈 박사는 당시 국내 제약사의 여러가지 어려운 조건과 경험부족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원료 독점공급권’이라는 유리한 조건으로 세계적 제약사와의 공동 상업화 계약을 성사시켰다.

제휴 초기, 팩티브의 탁월한 약효를 인정한 SB社는 임상개발 기간을 최대한 줄여 조기 상품화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40여 국가, 1500여 병원, 총 9천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실험을 진행시켰다.

이에 따라 LG생과는 임상환자에게 임상샘플을 적기에 공급하는 한편, 신약승인 신청 전까지 FDA 기준에 맞는 팩티브 원료공장을 건설해야 했다.

그러나 생산시설은 물론 FDA 기준에 맞는 공장건설 경험도 없는 LG측에게는 커다란 난제였다. 처음에 SB社에서도 LG생과가, 그것도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이 모든 것을 다해낼 수 있을 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때부터 공정개발팀과 공장건설팀에게는 말 그대로 밤낮도, 휴일도 없는 초강행군이 이어졌다. 팀원들의 피나는 노력과 SB社의 꼼꼼한 컨설팅이 조화를 이루면서 LG생과는 결국 1차 신약허가 신청 전인 1999년 11월 공장을 완공할 수 있었다. 선진업체에서도 3년 이상 걸리는 것을 1년 반 만에 끝낸 것이다.

이러한 양사의 협력과 노력의 결과 1999년 12월 전략적 제휴사인 SB사를 통해 드디어 美 FDA에 신약승인 신청을 하게 된다.

그러나 2000년 12월 회사 수뇌부는 뜻하지 않은 비보를 접하게 된다. 팩티브가 미국 FDA의 신약승인에 실패했다는 소식이었다. 기대가 컸던만큼 경영진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실망과 좌절은 컸으며 일부에서는 신약개발에 대한 회의론도 대두됐다.

그리고 신약승인 재신청을 한참 준비중이던 2002년 4월에는 그동안의 개발 제휴사인 GSK(합병전 SB社)로부터 '공동개발 포기'라는 또 하나의 난관을 맞이하게 된다. 당시 LG생명과학이라는 독립법인 분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로인해 사내외 적으로 여러가지 회의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이던 양흥준 고문은 이러한 위기야 말로 국내 기업이 겪고 극복해나가야 할 과정중 하나이며, LG가 독자적으로 신약승인을 추진하더라도 허가 자료에 대한 보완과 일부 적응증 조정 등을 통해 충분히 승산이 있음을 사내외에 역설했다.

이때부터 팩티브 개발팀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우선 그동안 GSK社가 축적해온 팩티브에 대한 방대한 개발자료를 이전받아 새로운 제휴사인 미국의 GeneSoft社에 접목시키고 함께 보완해 나가는 작업이 시작됐다.

이후 개발자료의 이전 및 분석과 허가자료에 대한 보완 및 조정작업을 위해 LG생명과학 본사의 추연성 상무측과 GSK社, 그리고 GeneSoft社간에는 수시로 Teleconference(이하 TC)가 열리며 약 10개월에 걸친 끈질긴 행군이 계속됐다.

이때 미국과의 시차로 인해 저녁 9시에 시작해 새벽 1,2시에 끝나는 것이 보통인 TC에 참가해야 했던 팩티브 관련 직원들은 이 기간 동안 매주 2~3일은 새벽 1시 이후에 퇴근하는 강행군을 해야만 했다.

당시 LG측은 새로운 파트너 선정을 위해 미국 및 유럽 50개사 이상과 접촉해 평가분석 작업을 했으며, 이중 10여개사와 협상을 벌인`끝에 마침내 GeneSoft社와 만족할 만한 조건의 제휴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러한 준비과정을 거친 LG생과는 2002년 10월4일 드디어 미국의 전문대행사인 파렉셀社를 통해 미국 FDA에 신약승인을 재신청함으로써, 세계적 신약탄생을 위한 재도전에 나서게 된다.

신약승인 신청시에는 그동안 연구한 결과가 A4용지로 총 10만여장의 자료에 담겨 FDA에 제출됐으며 LG생명과학에서도 전임상, 임상1상, 원료의약품 및 제조시설에 대한 수많은 자료를 제출해야 했다.

이후 2003년 봄기운이 완연한 4월의 첫 주말 LG생과 본사에는 드디어 그렇게도 갈망하던 ‘美 FDA 신약승인 Letter’ 가 접수된다. 그동안 겪어 왔던 수많은 난관과 좌절이 희망과 성공의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현재보다 장래가 기대되는 광범위 항생제 팩티브

국내 첫 글로벌 신약 팩티브는 만성 호흡기질환의 악화(5일)와 폐렴(7일), 부비동염(5일) 등의 증상에 1일 1회 복용하는 퀴놀론계 항생제로 세계 최초로 미국 FDA로부터 다제내성 폐렴구균(MDRSP)에의한 감염에 사용할 수 있는 허가를 얻은 제품이다.

그러나 퀴놀론계 항생제의 특성상 1차가 아닌 2차 치료제로 사용되는 까닭에 팩티브는 상업화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매출에 대한 로열티와 원료 독점공급을 통해 지난해 올린 매출은 160억원.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환자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고 이달초 식약청으로부터 급·만성 중이염의 적응증을 추가획득하면서 팩티브는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팩티브는 요르단에서 다국적제약사의 제품을 제치고 항생제 매출 1위를 달성했으며, 터키, 사우디, 멕시코에서는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까지 판매허가를 획득한 국가도 미국, 멕시코, 캐나다, 러시아, 중국, 브라질 등 27개국에 달한다. 이중 화이자(멕시코), 애보트(캐나다), 리브존(중국), 아리겐(일본) 등 13개의 현지 상위 제약사와는 공동으로 세계 50여 개국의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팩티브는 우수한 효능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그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의약품 특성상 세계 각국에서 허가를 받기 위해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상업화가 속속 진행되고 있어 머지않아 LG생과의 캐쉬카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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