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은행들, 가산금리 오히려 더 인상

입력 2009-12-1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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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최고 연 3.56%.. 주택담보대출자들 이자부담에 '분통'

시중은행들이 금융위기를 어느정도 벗어났는데도 주택담보대출에 여전히 높은 가산금리를 붙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지난해 9월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한 반면 대출 기준금리는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져 어쩔 수 없이 가산금리를 높였다고 항변해왔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현재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적용하는 최고 가산금리는 3.2~3.79%포인트에 이른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인 만기 3개월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가 지난 11일 기준 2.79%인 점을 고려하면 가산금리가 이보다 최고 1%포인트가량 높은 셈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CD 금리+가산금리’로 이뤄지며 은행들은 조달비용이나 고객 신용, 영업이윤 등을 감안해 가산금리를 결정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10월 초 연 6.32∼8.72%에서 이번 주 4.29∼6.58%로 2%포인트가량 낮아졌지만 CD 금리가 작년 9월 말(5.83%)부터 지금까지 3%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작다. 이는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가산금리는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10월 초 0.81∼2.51%포인트였으나 현재는 1.96∼3.56%포인트에 이른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0.8∼2.1%포인트에서 2.0∼3.2%포인트로, 우리은행은 1.5∼2.2%포인트에서 2.6∼3.62%포인트로 올렸다. 현재 외환은행의 가산금리는 최고 3.79%포인트에 달한다.

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조달 비용이 커진 반면 CD 금리는 급락했기 때문에 가산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역마진이 난다고 주장을 펴왔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은행의 주요 자금조달원인 정기예금 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작년 10월 6.28%에서 올해 10월 3.47%로 2.81%포인트나 떨어졌다. 만기 1년짜리 AAA등급 은행채 금리(민평평균)도 작년 10월 7.35%에서 이달 10일 현재 3.76%로 3.59%포인트 하락했다.

은행들의 영업 실적은 가산금리 인상 등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에 힘입어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국내 18개 은행은 올해 1분기 6000억원, 2분기 2조1000억원, 3분기 2조30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순이자마진(NIM)도 올해 1분기 1.91%에서 2분기 1.72%로 낮아졌다가 3분기에는 2.03%로 늘어났다.

은행권의 실적 개선 추세는 올해 4분기에도 이어져 주요 4대 금융지주회사의 연간 순이익은 작년보다 2.21% 늘어난 3조7천898억원이 될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했다.

내년에는 금융지주회사의 순이익이 올해보다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4대 금융지주회사의 순이익 전망치를 7조370억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올해 추정 순이익보다 85.7% 증가한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는 내년 순이익이 9485억원으로 올해보다 206.8%, KB금융지주는 2조1393억원으로 145.7%, 신한지주는 2조2455억원으로 53.5%, 우리금융지주는 1조7036억원으로 48.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증권은 내년에 은행업종의 실적 개선이 주요 업종 중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재우 애널리스트는 "고금리 자금의 저금리 차환 발행에 따른 조달비용 감소와 CD 금리 상승 등에 힘입어 순이자마진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조달 금리 하락과 실적 개선에도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함에 따라 신규 대출자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행이 내년에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CD 금리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높은 가산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만기를 연장하거나 다른 대출 상품으로 갈아탈 때까지 가산금리만큼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담당자는 "정기예금 금리와 은행채 금리 등이 작년보다 낮아졌더라도 조달비용이 한꺼번에 줄어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산금리 인하에도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출 기준금리의 변경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이 지난달 23일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예금은행의 가중평균 수신금리와 제3의 기관이 공표하는 은행 자금조달 금리 평균치를 대안으로 내놨지만 아직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가 주택담보대출 금리 담합 의혹을 조사 중인데다 기준금리의 산정 주체를 누구로 할지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기준금리 변경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이 현재로선 변동금리형과 고정금리형을 혼합하고 은행채 금리도 일부 기준으로 삼는 등 금리 복합 상품을 내놓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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