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건강노트] 어르신 어지럼증, 나이 탓만은 아니다

입력 2026-1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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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웠다 일어나면 머리가 핑 돌고, 걸을 때는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붕 떠요. 병원에서 검사를 다 받았는데 이상이 없대요. 나이 들어서 그렇다는데 그냥 참고 살아야 하나요?”

얼마 전 진료실을 찾은 70대 어르신의 말씀입니다. 어지럼증은 노년기에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지만, 많은 분들이 나이 탓으로 여기고 참다가 넘어지면서 골절이라는 더 큰 문제를 겪기도 합니다.

어르신의 어지럼증은 한 가지 병 때문이라기보다, 나이가 들며 균형을 잡는 여러 기능이 함께 떨어져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받은 질환이 있더라도 이런 기능 저하가 겹치면 증상이 오래가거나 자주 재발하곤 합니다. 그만큼 원인을 하나씩 짚어 바로잡으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습니다.

가려낼 어지럼증과 치료할 어지럼증

다만 반드시 먼저 가려내야 할 어지럼증이 있습니다. 갑자기 심하게 어지러우면서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저리고, 물체가 둘로 보이거나, 혼자 서거나 걷지 못하고, 심한 두통이 함께 온다면 뇌졸중일 수 있으므로 지체 없이 응급실을 찾아야 합니다. 다행히 이런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 밖의 어지럼증은 대부분 한의원에서 증상을 살피고 진찰을 통해 원인을 구분해 치료할 수 있습니다. 고개를 돌리거나 누울 때 빙빙 도는 이석증, 일어설 때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립성 어지럼증, 여러 검사에서 원인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 어지럼증이 대표적입니다.

한쪽 귀가 갑자기 잘 안 들리는 돌발성 난청은 치료 시기가 중요하므로 청력검사와 함께 치료를 서둘러 시작하고, 가슴 두근거림과 함께 정신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관련 검진도 함께 받으면서 치료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어지럼증이든 목과 머리를 함께 살펴보면 치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왜 머리를 살펴야 할까

우리 몸의 균형은 귀 안쪽의 평형기관과 눈, 그리고 목이 보내는 위치 감각이 함께 맞춰 유지합니다. 뒷머리와 목뼈 사이의 작은 근육들에는 머리의 위치를 뇌에 알려주는 감각 수용체가 촘촘히 분포합니다. 이 부위가 오래 굳어 있으면 귀와 눈에서 들어오는 정보와 목에서 올라오는 정보가 어긋나 어지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목이 뻣뻣하고 뒷머리가 무거우며, 고개를 움직일 때 어지러움이 심해지는 분들에게서 흔히 봅니다.

귀와 눈, 목에서 오는 이 세 가지 균형 신호는 모두 두개골과 그 연결부에서 시작됩니다. 두개골은 하나의 통뼈처럼 보이지만 20여 개의 뼈가 톱니 모양의 봉합으로 맞물린 구조입니다. 눈이 자리한 안와를 이루고, 옆머리의 측두골 안에는 청각기관과 평형기관이 있으며, 뒷머리의 후두골은 첫 번째 목뼈와 관절을 이뤄 머리를 떠받칩니다. 머리 한가운데 나비 모양으로 놓인 접형골은 이 뼈들을 잇는 중심축 역할을 합니다.

두개골 추나로 균형을 되찾다

머리를 치료한다는 말이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원리는 다른 관절 치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두개골 추나는 뼈를 억지로 움직이는 치료가 아니라, 봉합과 이를 감싸는 근막, 뒷머리와 옆머리에 붙은 근육의 긴장을 풀어 머리와 목이 다시 부드럽게 함께 움직이도록 돕는 치료입니다. 목과 머리 연결부의 긴장이 풀리면 위치 감각 신호가 정돈되고, 평형기관을 품은 측두골 주변과 신경과 혈관이 지나는 머리 아래쪽의 부담도 덜어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개골 추나는 이석증과 메니에르병, 돌발성 난청, 이명처럼 귀와 관련된 어지럼증은 물론, 검사에서 뚜렷한 이상이 없는데도 나이가 들며 균형 기능이 떨어져 생긴 어지럼증까지 침, 한약 치료와 함께 폭넓게 적용합니다.

진단을 받고 치료했는데도 어지러움과 귀 먹먹함이 남거나 반복해서 재발한다면 더욱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목 결림이나 뒷머리 두통, 턱관절 불편이 함께 있거나 교통사고, 치과 치료 뒤에 증상이 시작되었다면 목과 머리의 기능 저하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치료는 먼저 목뼈의 긴장을 풀고, 이어서 후두골과 첫 번째 목뼈 사이, 측두골, 접형골 순서로 진행합니다. 손끝으로 각 부위의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환자의 호흡에 맞춰 가볍게 압력을 조절하는 방식이어서, 골밀도가 낮거나 목 관절이 약한 어르신도 비교적 부담 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치료를 통해 어지러움의 빈도와 강도가 줄고, 목 결림과 뒷머리 두통이 함께 가벼워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균형 감각이 회복되면 낙상 위험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의자에 앉아 시선을 한 점에 고정한 채 고개를 천천히 움직이는 균형 운동을 집에서 꾸준히 하면 치료 효과를 이어가는 데 보탬이 됩니다.

어지럼증은 나이가 들면 참고 살아야 하는 증상이 아닙니다. 위험한 원인을 먼저 가려내고, 기능이 떨어진 부위를 찾아 바로잡는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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