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추미애 경기도지사 취임 넉 달 동안 도청 앞과 청사 로비에서 공개 기록으로 확인된 집회·기자회견·농성만 최소 15회다. 이 가운데 11회가 예산과 인건비 문제였다. 도정을 향한 요구가 쌓이는 사이 담장 밖 광교주민과 직장인, 도서관 이용객의 일상이 그 소리를 그대로 받아내고 있다.
4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도청 인근 주민과 직장인들은 집회 소음과 현수막, 교통체증으로 인한 생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5년 전 광교가 교육 인프라 등 여러 가지로 살기 좋다고 해서 왔는데, 환상에 불과했다"며 "평일에 연차를 내고 집에 있는 날이면 창문은 물론 집에 머무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길도 막힌다. A씨는 대규모 집회 인원에 경찰병력까지 몰리는 날이면 "평소 운전 거리가 3배 이상은 늘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측정한 수치가 아닌 체감이지만, 그만큼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도청 주변 길이 막힌다는 호소다.
불편은 아파트 담장 안에 머물지 않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인근 직장인과 상가 쇼핑객, 광교호수공원 방문객, 수원컨벤션센터 행사 참석자들도 집회 소음과 통행 불편을 호소했다.


경기융합타운 안 경기도서관 이용객의 목소리는 더 날카로웠다. 한 이용객은 "세금 들여 지어놓은 도서관을 평일에 이용하려고 해도 집회 때문에 갈 수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다른 곳에 도서관을 지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왜 도청과 함께 지어 이런 일이 생기느냐고 되물었다.
경기도서관은 총사업비 1227억원을 들여 지하 4층~지상 5층, 연면적 2만7795㎡ 규모로 지어져 2025년 10월25일 문을 열었다. 도청과 경기도의회, 경기도교육청이 함께 들어선 경기융합타운에 자리를 잡으면서 도민 누구나 찾는 공공시설과 집회가 몰리는 청사가 같은 마당을 쓰게 됐다.

그 소리는 도정을 향한다. 이투데이가 추 지사 취임일인 7월1일부터 11월3일까지 경기도의회 자료, 노동조합·단체 발표를 대조한 결과 도청 앞과 로비에서 개최가 확인된 집단행동은 8월 1회, 9월 4회, 10월 8회, 11월 2회다. 사흘 연속 집회는 날짜별로, 같은 날 다른 단체 행사는 각각 셌고, 도의회 앞 행사와 예고만 된 행사는 뺐다. 경찰 전체 통계가 아닌 최소치다. 15회 가운데 13회가 도청 앞 광장과 출입구 등 야외에서, 2회가 청사 로비에서 열렸다.
8월24일 공무원노조가 간부급 인사 지연에 반발한 것이 첫 사례다. 추 지사가 8월5일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하고 같은 달 5465억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담은 추경안을 내놓자 9월에는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 노조 300여명(노조 추산)과 경기문화재단·경기콘텐츠진흥원 노동자들이 인건비와 처우를 요구하며 잇따라 도청 앞에 섰다. 경기문화재단지부는 9월14일 농성에 들어갔다.
10월이 정점이었다.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는 6일부터 8일까지 사흘 연속 도청 앞에서 보육 관련 예산 27억 원 편성을 요구했고, 첫날 참가자는 경찰 추산 1800~2000명이다. 같은 날 소상공인 80여 명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추 지사의 13일 국정감사 '재정 빨대' 발언 뒤에는 소방노조 1인 시위와 20일 소방관 100여명의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23일에는 1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이민사회국 폐지 철회를, 27일에는 장애인 공공일자리 참여자 300여명이 도청 로비에서 예산 반영을 요구했다.
11월3일 하루에만 두 번이다.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 등 4개 단체가 연 도청 앞 '민생예산 확보 촉구! 생존권사수 결의대회'에는 1000여~1500여명이 모였고, 일부 단체장은 삭발했다. 같은 날 도청 1층 로비에서는 장애인 단체가 중증장애인 노동자 880명의 고용 보장을 위한 예산 반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5회를 쟁점별로 나누면 보육·소상공인 민생예산 5회, 산하기관 인건비·처우 4회, 장애인 일자리 예산 2회로 예산·인건비가 11회다. 나머지는 소방 2회, 인사·조직개편 각 1회다.
도는 집회의 요구에는 움직였다. 10월 12일 도의회를 통과한 추경에서 어린이집 보육 27억원과 '경기살리기 통큰 세일' 34억원 등 216억원이 되살아났다.
추 지사는 소방관 기자회견 당일 집무실에서 소방노조 관계자들을 만나 "저의 불찰로 또 표현상 그런 잘못된 단어로 인해서 마음에 상처가 컸다면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예산은 도의회와 협의해 꼭 필요한 예산을 채우겠다고 밝혔다. 도는 재정위기 속에서 내년 가용재원이 1조5000억원에 그친다는 입장이다.
반면 담장 밖 대응은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다. 올해 집회별 소음 측정 결과와 주민소음·교통민원 처리 건수, 도서관 이용 불편 접수 현황, 관계기관 공동대응 실적은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도청 주변 수십 개의 집회 현수막의 설치 수량과 정비 실적도 마찬가지다.
집회는 이번 주에도 예고돼 있다. 경기도농민단체협의회는 예산 축소와 농업·축산 조직 통합에 반발해 4일 삭발을 예고했다. 도는 11일 2027년도 본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하고, 도의회는 12월 16일 법정 처리 시한까지 예산안을 심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