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이동수단이 보편화되면 주거지와 직장, 생활시설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동시간이 줄어들수록 도심과의 거리보다 지역별 산업·교육·의료 인프라가 공간의 가치를 좌우할 것으로 분석됐다.
삼일PwC는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동혁명이 바꾸는 인간의 삶'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동혁명 시리즈의 첫 번째 보고서로, 로보택시와 자율주행차, UAM, 드론 등 차세대 교통기술이 일상생활과 도시 구조에 미칠 영향을 다뤘다.
보고서는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변화로 이동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감소를 꼽았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면 운전하는 데 사용하던 시간을 업무나 휴식에 활용할 수 있어 이동시간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기술별 상용화 속도에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로보택시와 드론은 제한된 운행 구역에서 안전성과 사업성을 검증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해 2030~2035년 시장 확산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일반 자율주행 승용차는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의 안전성 검증과 사고 책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UAM도 기체 인증 외에 수직 이착륙장과 항공교통관리체계 구축 등이 선행돼야 한다. 기술력뿐 아니라 기존 교통수단과 비교한 경제성, 규제 수용 여부가 보급 속도를 결정한다는 분석이다.
이동 여건이 개선되면 직장과 가까운 곳에 거주해야 하는 제약도 줄어들 수 있다. 자율주행을 이용한 장거리 출퇴근이 가능해지고 도시 간 이동시간이 단축되면 여러 지역에 생활 기반을 마련하는 다거점 생활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교육과 의료 서비스의 이용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상급종합병원 47곳 중 23곳(약 49%)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교통 접근성이 개선되고 의료·돌봄 서비스가 이용자를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 확대되면 지역 간 이용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고령자가 기존 거주지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긍정적이다.
다만 교통기술 발전이 지역 균형발전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외곽지역에서도 대도시의 교육·문화·소비시설을 이용하기 쉬워지면서 오히려 중심지로 수요가 집중될 수 있어서다. 보고서는 이를 '연결성의 역설'로 설명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광역교통망을 여러 지역 거점의 성장과 연결한 반면, 일본은 교통망 확충에도 도쿄권으로 주요 기능이 집중된 사례로 제시됐다.
이에 따라 광역교통 거점과 수도권 인접 중소도시, 강원·제주·남해안의 체류형 생활지역, 의료·교육·관광 특화도시 등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대로 독자적인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은 교통 접근성이 개선되더라도 상대적인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행정구역보다 실제 이동·생활 범위를 기준으로 도시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통망 확충과 지역별 산업·생활 인프라 육성을 병행하고, 거주인구뿐 아니라 지역을 방문하고 소비하는 생활인구까지 정책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업에도 고객의 주소가 아닌 실제 이동 경로와 소요시간을 토대로 사업 입지를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의료·돌봄·유통 등에서는 고객이 직접 찾아오는 방식에서 벗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이동하는 사업모델의 확대를 제안했다.
김정연 PwC컨설팅 파트너는 "이동의 제약이 낮아지면서 개인과 기업이 누릴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데 있다"며 "공간의 가치도 교통 인프라 자체보다 그 지역만이 가진 경쟁력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삼일PwC는 후속 보고서에서 이동혁명이 산업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