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땅 사서 청년농에 빌려주게…농지 소유 빗장 풀기 논의

입력 2026-11-0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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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농 땅과 청년농 수요 연결…장기 임대와 공동영농 지원 방안 제시
공익 목적에 한해 소유 허용 추진…임차농의 안정적인 경작권 보호도 과제

▲농협중앙회 미래전략연구소가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현장 중심 농지관리 거버넌스를 위한 농협과 사회적 경제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제4차 미래농업포럼'에서 박서홍 농협중앙회 부회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과 송옥주 국회의원(일곱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 미래전략연구소가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현장 중심 농지관리 거버넌스를 위한 농협과 사회적 경제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제4차 미래농업포럼'에서 박서홍 농협중앙회 부회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과 송옥주 국회의원(일곱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농협중앙회)

농협이 땅을 사들여 청년농과 귀농인에게 장기간 빌려주는 길을 열자는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졌다. 공익 목적에 한해 농협의 농지 소유 제한을 풀어 농사를 그만두려는 고령농의 땅을 새로 농업에 뛰어드는 청년에게 연결하자는 구상이다. 농지 구입 부담을 덜고 안정적인 영농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여러 농가가 함께 농사짓는 공동영농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농협중앙회 미래전략연구소는 2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현장 중심 농지관리 거버넌스를 위한 농협과 사회적 경제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제4차 미래농업포럼을 열었다고 3일 밝혔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농협중앙회 미래전략연구소가 주관했다.

농지 제도의 기본은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한다는 ‘경자유전’ 원칙이다. 헌법은 이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며, 농지법도 농지를 소유하려면 원칙적으로 자신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농협 역시 법에서 정한 예외를 제외하면 농지를 자유롭게 사들여 보유할 수 없다. 청년농에게 빌려주거나 공동영농에 활용하기 위한 농지 소유를 확대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다만 고령이나 질병, 상속 등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개인 간 농지 임대차가 가능하다. 농지 소유자가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에 임대를 맡겨 다른 농업인에게 빌려주는 방식도 있다.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사람의 농지를 다른 농업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예외다.

문제는 고령농의 은퇴와 청년농의 진입을 어떻게 원활하게 연결하느냐다. 농사를 그만두려는 사람은 농지를 팔거나 맡길 곳이 필요하고, 새로 농업에 뛰어드는 사람은 안정적으로 농사지을 땅을 확보해야 한다. 농지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으면 농기계를 효율적으로 쓰거나 영농 규모를 키우기도 쉽지 않다.

현재 농지은행은 농지를 매입하거나 빌려 청년농 등에게 매도·임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농협과 지역공동체의 참여를 확대하자는 제안은 이 같은 농지 공급과 관리 기능을 지역에서 보완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농지 전수조사를 계기로 현장의 임대차 관행과 제도를 어떻게 맞출지도 과제로 떠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0월 8일 농지 조사 후속조치와 제도 개혁 방향을 설명하면서 투기와 무관한 관행적 임대차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실제 농사짓는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농지 관리 강화와 함께 농업인이 계속 농사지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이런 농지 이용 문제를 풀기 위한 농협과 사회적 경제 조직의 역할이 논의됐다. 특히 농협의 농지 소유를 허용하는 농지법 개정안과 사회적 경제 조직을 ‘농지보유합리화법인’으로 지정하는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제도 개선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송 의원이 발의한 농협의 농지 소유 관련 개정안은 공동영농과 친환경농업 등 국가·지자체의 정책사업이나 다수 조합원을 위한 영농사업을 추진할 때 농지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취득한 농지를 목적사업에 쓰지 않게 된 후 3개월이 지나면 처분 의무를 부과하는 장치도 담겼다. 농업인 지원에 필요한 범위에서 소유를 허용하되 취득 목적에 맞게 활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농지보유합리화법인은 지역의 농지를 확보해 청년농과 귀농인, 공동영농조직 등에 우선 공급하도록 제안된 조직이다. 관련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과 생활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등 일정 요건을 갖춘 비영리법인을 지정해 이런 역할을 맡길 수 있도록 했다. 두 방안 모두 입법을 통해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단계다.

이날 강마야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공동체의 농지 공공경영 방안’을 발표하며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시민협동조합·공익법인, 국내 협동조합 등의 농지 공동보전 사례를 소개했다. 최영운 농협중앙회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농지시장 동향을 짚고 농지 이용 활성화를 위한 농협의 역할을 제시했다.

김한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는 농협이 지역 농지 관리와 공동영농을 지원할 수 있도록 일정 범위에서 농지 소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공동영농은 여러 농가가 함께 농사를 짓는 방식이다. 농기계와 인력 등을 공동으로 활용해 개별 농가의 작업 부담을 덜고 영농 효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농지 매매와 임대차뿐 아니라 상속 등으로 소유관계가 바뀌는 과정까지 관리할 체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농지를 빌려 농사짓는 임차농의 안정적인 경작권을 보장할 제도적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 의원은 “농지는 식량안보와 생태계 보전, 농촌 경관 및 공동체를 떠받치는 대체 불가능한 공공자원이자 사회적 자산이라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며 현장 농업인과 농협, 사회적 경제 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농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서홍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농협이 농지를 직접 소유해 청년농과 귀농인에게 장기 임대하고, 영농형 태양광과 친환경농업, 지역 특색작물 육성 등에 활용한다면 안정적인 농지 이용과 농업인 실익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관계기관 및 사회적 경제 조직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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