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침체 속 비건설 사업 확대⋯사업 다각화 속도
호반 "단순투자 목적⋯ 항공·여행·물류 성장성 주목"

건설업을 모태로 성장한 호반그룹이 풍부한 현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대한전선과 삼성금거래소 등을 인수한 데 이어 항공업으로도 영역을 넓히려는 모양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과 함께 과거부터 이어져 온 항공업에 대한 관심이 맞물린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최근 한진칼 주식을 장내에서 추가 매입하고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호반그룹은 올해 7월 기준 한진칼 지분 20.15%(약 1345만 주)를 보유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20.57%)과의 격차를 0.42%포인트(p)까지 좁힌 바 있다.
조 회장은 이를 의식해 370억5000만원을 들여 한진칼 보통주 32만5000주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2일 공시했다. 12월 3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한진칼 지분 0.49%를 추가로 확보하겠단 방침이다.
호반그룹의 한진칼 투자는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호반건설은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사모펀드 KCGI 측 지분 17.43%를 인수하며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팬오션이 보유하던 한진칼 지분 5.58%를 추가 확보하는 등 투자를 이어왔다.
호반그룹의 항공업에 대한 관심은 처음이 아니다. 호반건설은 2015년 아시아시아나항공을 계열사로 두고 있던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인수가로 6007억원을 제시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상증자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최종 인수에는 실패했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건설업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한다. 주택 분양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호반그룹이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비건설 분야로 투자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내 호반그룹의 입지도 비건설 투자 확대의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 호남권 주택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서울 핵심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사업 확장에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김상열 호반그룹 창업주가 경영을 이끌던 시기인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호반건설은 신반포7차와 신반포15차, 방배경남아파트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사업 수주에 잇달아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호남권 주택사업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강남 3구 등 서울 핵심지에서 입지를 넓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건설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반그룹은 주택사업을 통해 축적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비건설 분야의 사업 확대를 추진해왔다. 2020년 삼성금거래소를 인수하며 귀금속 유통업에 진출했고, 2021년에는 대한전선을 인수하며 전선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호반건설과 호반산업 등 건설 계열사를 비롯해 유통·제조·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비건설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전선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3조4584억원, 영업이익 152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7%, 78.6% 증가한 수치다. 수주 잔고 역시 4조307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비건설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온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 확대를 계기로 항공업에 진출하고 나아가 경영권 참여에도 나설지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이번 추가 매입으로 최대주주에 올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향후 추가 지분 확보 여부와 투자 목적의 변화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다만 실제 경영권 확보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진칼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분 추가 매입 전인 6월 말 기준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57%, 호반건설 측은 19.83%다. 이 밖에 델타항공이 14.90%, 한국산업은행이 10.58%, 국민연금공단이 5.11%를 보유하고 있다. 델타항공과 산업은행이 조 회장 측 우호주주로 분류되는 만큼 호반그룹이 단일 최대주주에 오르더라도 실질적인 경영권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호반그룹은 이번 투자가 경영권 확보와 무관한 '단순 투자'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한진칼 주식을 추가 매입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것은 맞다"며 "항공·여행·물류 산업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과 한진칼의 기업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재무적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