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비아파트 구입 대출 지원 확대
비아파트 착공 10% 감소로 공급 부진
전문가 “비아파트 규제 차등 적용해야”

정부가 30년 넘게 유지된 다세대·다가구주택의 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까지 확대하며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아파트에 집중된 주택 수요를 분산하고 도심 내 소규모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다만 건축비 상승과 전세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시장이 여전히 침체된 데다 실제 건축이 가능한 부지도 제한적이어서 규제 완화가 공급 확대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다세대·다가구주택의 면적과 층수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건축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은 12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다세대·다가구주택의 면적 제한은 기존 660㎡에서 1000㎡로 약 51.5% 확대된다. 다가구주택의 층수 제한도 기존 3개 층 이하에서 4개 층 이하로 상향된다. 1990년대 이후 30년 넘게 유지돼 온 건축 규제가 완화되는 것이다.
이밖에 다세대주택에 주민공동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용적률을 완화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기존 원룸·투룸 중심의 획일적인 주택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거 형태와 편의시설을 갖춘 비아파트 공급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공급 규제 완화와 함께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 지원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내년 1월 출시를 목표로 청년층의 비아파트 구입을 지원하는 정책모기지 상품인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준비하고 있다.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만 39세 이하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가 4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비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80%까지 적용하는 상품이다.
정부는 해당 상품을 연 3조원 규모로 2년간 한시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비아파트를 구입한 이후 다른 주택을 매입할 때도 생애 최초 주택 구입에 따른 LTV 우대 혜택을 유지하도록 해 청년층의 초기 주거 마련과 향후 주거 이동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정부가 건축 규제와 금융 지원을 동시에 확대하는 것은 비아파트 공급과 수요가 모두 위축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아파트의 경우 아파트보다 빠르게 지을 수 있어 수도권의 공급 부족을 해소한 방안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주택시장 지표를 보면 비아파트 시장의 회복세는 여전히 더딘 모습이다. 국토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아파트 착공 물량은 15만84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지만,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2만1598가구로 10.1% 감소했다. 거래시장 역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비아파트 거래량은 12만52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지만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하면 22.8% 적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 정책이 실제 공급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건축 규제 완화와 대출 지원뿐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서울에서는 신속통합기획이나 모아타운 등 정비사업 대상지로 지정된 지역이 많아 개별 건축행위가 제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실제 신축이 가능한 지역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가 정책 효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의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원 대상을 비아파트로 제한할 경우 주택 유형별 가격 변동에 따라 청년층의 자산 형성 지원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출 지원만으로 안정적인 자산 형성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빌라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임대사업자 등 민간 투자 수요가 유입돼야 하는데, 현재는 다주택자 규제와 세금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아파트와 비아파트를 동일하게 규제하기보다는 비아파트를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등 규제를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