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 27조 삭감·미래기금 여유자금 104조 국채상환

국민의힘이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사립대 ‘반값 등록금’과 청년 월세 최대 50만원 지원, 소방관 위험근무수당 인상 등을 담은 11조5924억원 규모의 증액안을 추진한다. 정부 예산안에서 100대 문제 사업을 골라 27조원을 삭감하고 미래대응기금 여유자금 104조4000억원을 국채 상환에 투입하는 대신 청년·안전·생업·일자리·돌봄 등 민생 분야에 재원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의 삶 해결 예산’ 국민보고회를 열고 “민생을 지키고 미래를 지킬 5대 핵심 예산을 마련했다”며 “휘황찬란한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예산”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증액을 추진하는 예산은 총 11조5924억원이다. 분야별로 △청년의 삶 3조4287억원 △국민 안전 2조9100억원 △국민 생업 2조8306억원 △국민 일자리 1조2250억원 △생활 불안 1조1981억원이다.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분야는 청년이다. 국민의힘은 2조7337억원을 투입해 전국 사립대와 사립 전문대 등록금을 국공립대 평균인 400만원대 수준으로 낮추는 ‘사립대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기로 했다. 외국인 유학생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정부가 내년 입학생부터 지방 국립대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기로 한 데 맞서 사립대 학생과 학부모까지 지원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청년 주거에는 695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무주택 청년과 신혼가구의 월세 지원액을 최대 50만원으로 늘리고 실직이나 임금 체불로 월세를 내기 어려운 청년에게 최대 300만원을 최장 6개월 범위에서 긴급 지원한다. 취업·이직에 따른 이사 비용도 최대 100만원 지원한다. 비수도권으로 이주해 원격근무하는 청년에게는 이주·정착비를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국민 안전 분야에서는 소방관 처우 개선과 범죄 피해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 노후 소방장비 교체와 안전 투자 등에 총 2조4100억원을 투입하고 이 가운데 4100억원을 활용해 소방관 위험근무수당을 월 50만원 인상하겠다는 계획이다.
범죄 피해자 보호에는 5000억원을 투입한다. 스토킹 등 고위험 범죄 피해자에게 전문 경호와 긴급 동행 비용으로 1인당 평균 1000만원을 지원하고 보복범죄 등으로 이사가 필요할 경우 1500만원 수준의 주거 이전·재정착 비용을 지원한다. 치료·간병비와 심리치료, 긴급생계비, 직업훈련 등도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소상공인과 농어업인을 겨냥한 ‘생업 예산’도 2조8306억원 늘린다. 소상공인 분야에는 1조8416억원을 추가해 2만5000명을 대상으로 경영진단부터 개선 프로그램과 비용까지 지원하는 ‘실질소득 향상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점포당 최소 400만원에서 최대 1600만원을 지원한다.
신용취약자금은 8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대환대출은 3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저신용·다중채무 소상공인이 정책자금을 성실하게 상환할 경우 최대 10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자영업 폐업자를 채용한 기업에는 실제 지급 임금의 최대 50%를 12개월간 지원한다.
농어업 분야에는 7440억원을 증액한다. 공공임대용 농지 매입 예산을 2479억원 늘리고 처분 농지 매입 단가도 ㏊당 3억800만원에서 4억원으로 올리는 데 2622억원을 투입한다. 농업재해보험 국고지원율은 현행 50%에서 60%로 높이고 면세유 유가연동 보조금과 무기질 비료 가격 인상분 지원도 추진한다.
일자리 분야에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함께 기업을 만드는 방안을 꺼냈다. 국민의힘은 9800억원을 투입해 지자체가 정부 지원을 받아 49%, 민간이 51%를 투자하는 자본금 500억원 규모의 지방기업 40개를 설립하는 ‘지역주도형 기업 설립’ 사업을 추진한다.
플랫폼 노동자 지원에도 2450억원을 투입한다. 미지급 보수의 일부를 정부가 먼저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직무경력 인증시스템과 표준계약·정산증빙 시스템을 구축한다. 저소득 플랫폼 근로자의 사회보험료 지원 인원을 50만명 늘리고 ‘플랫폼 노동자 공제회’ 설립을 위한 초기 출연금 800억원도 지원한다.
돌봄과 취약계층 먹거리 지원을 포함한 ‘생활 불안’ 예산은 1조1981억원 증액한다. 이 가운데 8881억원을 투입해 어르신·아동·장애인 등을 위한 ‘24시간 긴급 대체 돌봄 체계’를 구축한다. 가족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해 연 10회, 회당 30만원의 계획형 대체돌봄도 추진한다.
가족을 돌보는 청년과 중장년에게는 1년간 월 50만원 상당의 돌봄·가사·병원동행 서비스 바우처를 지원하고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돌봄 혁신에도 500억원을 투입한다. 농식품 바우처의 국고보조율은 10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국민의힘은 증액 재원을 정부 예산안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장 대표는 정부안에서 100대 문제 사업을 선정해 총 27조원 규모의 감액안을 제시했다며 미래대응기금 162조원 가운데 여유자금 104조4000억원은 전액 국채 상환에 사용해 국채 이자비용 3조원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재정 운용에도 날을 세웠다. 장 대표는 올해 국가채무가 1412조8000억원에서 내년 1519조8000억원으로 107조원 늘어난다고 주장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시정연설에서 “국채 순증가분이 거의 없다”고 언급한 것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행사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도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 총 물량은 222조원이고 만기상환과 차환 등을 제외하면 66조원가량이 새롭게 발행되는 국채 순증가분”이라며 장 대표의 발언을 부연했다.
장 대표는 “좋은 예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줄여야 할 나쁜 예산이 있다”며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고 꼭 필요한 예산을 늘린 ‘국민의 삶 해결 예산’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