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공주시에 새 둥지를 튼 국립소방연구원의 역할에 대해 최용철 소방청장은 이렇게 말했다. 25년 만에 충남 아산에서 공주로 이전한 국립소방연구원은 이전과 함께 첨단 연구 시설을 갖추고 ‘재난의 답’을 찾기 위해 2일 닻을 올렸다.
이날 개청식에 맞춰 둘러본 연구 시설들은 실제와 가상을 넘나들며 재난 현장을 완벽히 구현하고 있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곳은 기존 아산 청사보다 부지 면적이 약 6배(5만8916㎡) 늘었다. 총사업비는 545억원이 투입됐다. 연구행정동과 특수연구동, 화재실험동 등을 짓는 데 445억원, 가상전술연구동과 유해가스대응연구동 등 핵심 연구시설 구축에 각각 75억원과 25억원이 쓰였다. 연구원 인근에 중앙소방학교가 자리 잡고 있어 기존 소방대원뿐 아니라 신임 소방대원의 현장 대응력 강화에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시설들은 대형 규모와 기술력을 자랑했다. 가상전술연구동 1층에는 30×30m 규모의 개방형 가상 훈련장이 자리했다. 이곳에선 최대 16명이 팀 단위로 전술 훈련을 할 수 있다. 모두 착용형 VR 기기(HMD)와 몸에 부착하는 센서를 통해 대형 교통사고 대응 등 실전과 같은 가상 재난 상황에 맞춤형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소프트웨어 등을 독자 개발 중이며 2~3년 뒤 실제 훈련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유해가스대응연구동 1층에는 실제 지하철 5호선 열차 객실 한 칸을 설치돼 있었고, 폐쇄·침수 공간도 재현돼 있어 실전 구조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해당 연구동 2층과 3층에는 가변형 벽체가 설치된 공간과 영화관 재현 공간도 설치돼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과학 소방의 진수는 연구행정동에서 엿볼 수 있었다. 특히 감정물분해실에서는 화재 현장에서 수거된 탄화 증거물들에 대한 정밀 분석이 한창이었다. 연구원은 “1차로 맨눈 검사를 거친 뒤, 의료용 엑스레이와 같은 비파괴 장비를 통해 화재 증거물 내부에 어떤 이상 증상이 있는지 정밀하게 관찰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나 천안 이랜드 물류센터 화재에서 공통으로 이슈가 된 메자닌 구조 문제점도 감정물분해실에서 심층 조시를 진행 중이다.

보호장비성능평가실에서는 소방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연구에 한창이었다. 박제섭 책임연구원은 “소방대원들은 고온과 고열의 환경에서 통풍이 안 되는 방화복까지 입어 열탈진을 거의 달고 살다시피 한다”며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 등 위험을 막기 위해 대원들의 심부 온도 등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위험 수치에 도달하기 전 사전에 경고하는 사전 경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 드론 기술 개발도 현재진행형이었다. 75m 이상 고층 빌딩 화재 시 고가사다리차의 진압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원격 소화탄을 장착한 소방 드론을 띄워 초기 화재를 진압하는 실용화 연구가 진행 중이었다. 또 단순 비행을 넘어 AI 카메라가 사람을 탐지하고 소방 시나리오에 맞춰 스스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국산 드론의 표준화 관제 플랫폼 구축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었다.

장기적으로 소방청은 국립소방연구원 공주 신청사 일대를 ‘K-소방안전 클러스터’로 발전시킬 전망이다. 연구원 인근에 ‘국가화재안전기준센터’가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으며 ‘소방R&D협업센터’ 건설도 계획돼 있어 앞으로 대한민국 과학 소방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연구원은 이날 비전 선포식을 통해 ‘국민안전가치를 창출하는 소방현장 과학기술 선도기관’으로의 도약을 알렸다. 김연상 국립소방연구원장은 “신청사에서 거둔 연구 성과가 국민이 곁에서 체감하는 안전으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