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좋아졌는데 왜 불편할까⋯AI 문장의 역설 [AI가 쓰는 시대 ①]

입력 2026-1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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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11-01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보도자료ㆍ논문 넘어 개인 메시지까지 확산
링크트인 게시물 41% AI 작성 추정
완벽한 문법ㆍ매끄러운 표현에도 거부감
인간 닮은 AI 문장에 ‘불쾌한 골짜기’ 현상
글쓰기 진정성ㆍ인간 사고력 중요성 부각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고통스러운 질병을 오래 앓는 것과 같다.

세계적인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1946년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에서 글쓰기의 고통을 이같이 표현했다. 오웰조차 고통스러워했던 글쓰기를 이제 AI가 단 몇 초 만에 대신하는 시대가 됐다.

1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글쓰기마저 AI가 빠르게 대체하면서 SNS 게시물부터 보도자료·논문·축하 메시지까지 AI에 글쓰기를 맡기는 일이 일상화됐다.

AI는 글쓰기의 수고를 덜고 문장의 완성도를 높여주지만, 이에 대한 거부감과 우려도 커졌다. AI가 만들어낸 매끄러운 문장이 오히려 글에 담긴 진정성과 개성을 희석시키고 나아가 인간의 사고력마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AI 탐지업체 팽그램의 연구에 따르면 50단어가 넘는 링크트인의 게시물 4만4350건을 분석한 결과 무려 41%가 AI 작성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AI가 작성한 글이 빠르게 확산하는 배경에는 압도적인 생산 속도가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AI는 0.5초 만에 시 한 편을, 10초 만에 1000단어 분량의 기사를, 30분 만에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맞먹는 분량의 장편 소설을 써낼 수 있다고 소개했다.

AI는 맞춤법에 서툴거나 문법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외국어로 글을 작성하려는 사람에게도 긴요하다. 과학자들이 연구 성과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논문을 작성 부담도 덜어준다. 이처럼 AI를 활용하면 인간이 직접 글을 쓸 때보다 훨씬 적은 노력으로 더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AI가 쓴 글을 향한 시선이 마냥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단순한 거부감을 넘어 도덕적 혐오감까지 불러일으킨다. 이코노미스트는 “밋밋하고 인공적이며 인간이 쓴 듯 하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AI의 글은 산문 세계의 ‘불쾌한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고 짚었다. ‘불쾌한 골짜기’는 로봇이 인간과 지나치게 닮으면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개념으로 인간의 글을 정교하게 흉내 낸 AI 문장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AI가 작성한 글을 구별하려는 움직임으로도 이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AI가 작성한 글을 찾아내는 일이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면서 “과거 라틴 문학을 분석할 때나 동원하던 세심한 관찰과 전문 용어를 사용해 일반적인 산문까지 샅샅이 분석하고 있는데 문학 비평이 이처럼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AI가 가공한 글이 급증하면서 AI 문장을 인간이 쓴 것처럼 바꿔주는 이른바 ‘AI 휴머나이저(AI humaniser)’ 도구도 우후죽순 등장했다. 이 도구들은 AI가 생성한 글 특유의 기계적으로 매끈한 느낌을 없애고 실제 인간이 쓴 것처럼 결점까지 갖춘 문장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역설적으로 AI가 생성한 글이 넘쳐날수록 인간이 직접 글을 쓰는 일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글쓰기는 단순히 단어를 나열하는 작업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고 논리를 발전시키는 지적 활동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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