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배울 기술, 버튼 한 번에”…한세 베트남 봉제공장의 변신 [르포]

입력 2026-11-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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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 필요 ‘하프문’ 공정 자동화…시간당 생산량 77장→243장
작업대 초록불은 ‘생산성 90% 이상’…전 공정 데이터로 연결
일본 바이어 공장은 검사 인력 더 투입…자동화·품질관리 투트랙

▲베트남 한세실업 TG7공장에서 작업자가 칼하트 제품 봉제 작업을 하고 있다. TG7공장은 컴퓨터 미싱 등 자동화 설비를 활용해 숙련공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황민주 기자 minchu@)
▲베트남 한세실업 TG7공장에서 작업자가 칼하트 제품 봉제 작업을 하고 있다. TG7공장은 컴퓨터 미싱 등 자동화 설비를 활용해 숙련공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황민주 기자 minchu@)

사람이 3년은 배워야 하는 봉제 기술을 기계에 담았습니다. 옷감을 올리고 버튼만 누르면 기계가 알아서 꿰매줍니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남서쪽으로 약 1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한세실업 TG공장. 정의관 TG공장장이 컴퓨터 미싱 앞에 서서 자동화된 봉제 공정을 설명했다. 작업자가 옷감을 기계 위에 올리고 버튼을 누르자 미싱 바늘이 미리 입력된 곡선을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숙련공이 손과 발을 움직여 모양을 잡아야 했던 공정을 기계가 그대로 재현했다.

사람의 손끝에 의존했던 봉제공장이 달라지고 있다. 반복 작업과 숙련이 필요한 공정은 기계가 맡고 사람은 생산과 품질관리에 집중한다. 한세실업은 여기에 공정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쌓아 궁극적으로 AI가 생산 현장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30일 찾은 TG공장은 띠엔장성에 자리한 한세실업의 베트남 핵심 생산기지다. 2010년 설립됐으며 니트 의류를 생산하는 5개 공장, 72개 생산라인을 운영한다.

3년 익힐 기술 기계에 심었다…77장 생산하던 공정서 243장

▲한세실업 베트남 TG공장 작업대에 설치된 스마트 벌브. 작업자의 목표 생산량 달성률에 따라 전구 색이 달라지며, 초록색은 생산 효율 90% 이상을 의미한다. (황민주 기자 minchu@)
▲한세실업 베트남 TG공장 작업대에 설치된 스마트 벌브. 작업자의 목표 생산량 달성률에 따라 전구 색이 달라지며, 초록색은 생산 효율 90% 이상을 의미한다. (황민주 기자 minchu@)

자동화 효과는 생산량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날 기자가 직접 체험한 ‘하프문’ 공정은 후드티와 재킷 뒤쪽의 반원 형태 부분을 봉제하는 작업이다. 곡선을 일정하게 살려야 해 통상 3년 이상 경험을 가진 숙련공이 맡는다.

한세실업은 2019년 하반기 이 공정에 컴퓨터 미싱을 도입했다. 도입 전 시간당 77장이던 생산량은 현재 243장까지 늘었다. 회사가 산정한 공정 효율은 도입 전보다 68% 개선됐다.

숙련공이 직접 원단의 방향을 잡으며 미싱을 돌리는 대신 프로그램이 봉제 경로를 제어한다. 작업자는 원단을 정해진 위치에 올리고 기계를 작동시키는 ‘오퍼레이터’ 역할을 맡는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과거에는 숙련 작업자의 확보가 생산성에 매우 중요했지만 숙련공을 계속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숙련 기술을 자동화 설비에 적용해 비숙련 작업자도 일정한 품질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화는 봉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무거운 원단을 작업대까지 옮길 때는 별도의 리프트를 활용하고, 봉제 과정에서는 행거 시스템이 작업을 마친 옷 조각을 다음 작업자의 자리까지 이동시킨다. 작업자가 무거운 재단물을 들고 공장 안을 오가는 시간을 줄인 것이다.

작업대 위에 달린 작은 전등도 공장의 변화를 보여준다. ‘스마트 벌브’다. 작업자의 생산 효율이 90% 이상이면 초록색, 75~90%는 파란색, 65~75%는 주황색, 65% 미만이면 빨간색 불이 켜진다.

관리자는 별도 서류를 뒤적이지 않아도 공장을 한눈에 훑으며 어느 공정에서 생산이 늦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세실업은 이 시스템을 전체 생산공장에 적용하고 있다.

자동화가 사람을 모두 밀어내진 않는다…일본 물량은 ‘검사 또 검사’

▲베트남 한세실업 TG1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제품용 원단을 검사하고 있다. 원단 결함을 봉제 전 단계에서 걸러내기 위해 검사 속도를 낮춰 전수검사를 진행한다. (황민주 기자 minchu@)
▲베트남 한세실업 TG1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제품용 원단을 검사하고 있다. 원단 결함을 봉제 전 단계에서 걸러내기 위해 검사 속도를 낮춰 전수검사를 진행한다. (황민주 기자 minchu@)

자동화가 곧바로 인력 축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 바이어 제품을 만드는 TG1공장은 오히려 품질관리에 더 많은 사람을 투입한다. 790명의 직원이 13개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이곳에서는 옷이 만들어지기 전 원단 단계부터 전수검사가 시작된다.

일반적인 미주 바이어 제품 생산공장보다 원단 검사 속도를 낮춰 작은 흠까지 살핀다. 한세실업에 따르면 TG1공장의 검사 인력은 다른 공장보다 25~30명가량 많다.

검사를 마친 원단을 잘랐다고 바로 봉제라인으로 보내지도 않는다. 작업자는 재단된 원단을 밝은 빛에 하나씩 비춰 구멍이나 결함 여부를 다시 확인한다. 봉제가 끝난 제품도 자체 검사를 거친 뒤 바이어가 지정한 제3자 검사원이 일부 물량을 다시 살핀다.

부러진 바늘 등 금속 이물질을 잡기 위한 검침 역시 포장 전후로 반복한다.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반복·숙련 작업은 자동화하되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품질 영역에는 오히려 인력을 더 쓰는 구조다.

QR코드 하나로 생산량·불량 추적…AI 위한 ‘데이터 밭’ 만든다

▲현지 공장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제공=한세실업)
▲현지 공장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제공=한세실업)

TG공장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변화는 데이터다. 원단이 공장에 들어오는 순간 바코드가 붙는다. 재단을 마친 원단에는 QR코드가 따라붙고 봉제라인의 작업자는 PDA로 자신이 맡은 공정을 스캔한다.

누가 몇 장을 작업했는지, 어느 공정에서 생산 속도가 떨어졌는지 어떤 종류의 불량이 발생했는지가 실시간으로 데이터화된다.

앞 공정에서 시간당 10장을 처리하는데 다음 공정에서 5장밖에 소화하지 못하면 전체 생산라인에 병목이 생긴다. 과거에는 관리자가 현장을 직접 돌며 원인을 찾아야 했지만 이제는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문제가 생긴 지점을 바로 확인하고 인력과 공정을 재배치할 수 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현장에서 최대한 페이퍼 작업을 줄이고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한세실업은 생산 데이터를 자체 생산관리 체계인 HAMS(Hansae Advanced Management System)로 연결한다. 창고관리부터 원단검사, 연단, 봉제, 품질, 설비까지 생산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구조다.

이렇게 공장 곳곳에서 모은 데이터의 종착점은 AI다. AI가 생산계획이나 공정 병목, 품질 이상을 분석하려면 먼저 사람의 경험과 종이에 머물던 생산정보가 디지털 데이터로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한세실업의 핵심 생산축이다. 현장 설명에 따르면 베트남 자체 생산법인과 외주 협력 생산망에서는 연간 약 1억장의 의류를 생산하며 관련 매출 규모는 약 4억6500만달러다.

인건비 상승도 공장 혁신을 재촉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베트남도 인건비가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십 명의 작업자가 줄지어 앉아 미싱을 돌리는 모습만 보면 과거의 봉제공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는 숙련공의 손기술이 프로그램으로 바뀌고, 작업자의 손을 거친 옷 한 장 한 장이 데이터가 되고 있었다. 사람이 옷을 만드는 공장에서, 이제 기계가 숙련을 기억하고 데이터가 생산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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