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여권 제출 명령 거부하고 미국행
트럼프 입국 허용ㆍ밀레이 이동 지원⋯외교 갈등 우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의원은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도착한 뒤 엑스(Xㆍ옛 트위터)에 공개서한을 올려 자신이 브라질의 정당한 지도자라고 선언했다. 그는 25일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현 대통령에게 약 450만 표 차이로 패배했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처음 공개한 서한에서 자신을 ‘당선된 대통령’이라고 표현했다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정당한 지도자’라는 표현으로 수정했다. 그는 “나에게 투표한 6000만 명뿐 아니라 모든 브라질 국민에게 말하고 싶다”며 “내가 지도자이며 브라질의 선거를 훔친 범죄자들은 폭정을 수립한 범죄조직의 일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대선이 룰라 대통령과 브라질 대법원에 의한 ‘선거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과 국제 선거 참관단, 주요국 지도자들은 룰라 대통령의 승리를 인정했으며 보우소나루 의원이 소속된 정당도 선거 결과를 수용했다.
브라질 선거당국 수장인 카시우 누니스 마르키스는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가 법률과 헌법상 요건을 완전히 준수해 치러졌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의원이 선거 조작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투표시간 연장 조치다. 브라질 대법원은 결선투표 당일인 25일 룰라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북동부 지역에서 유권자 투표 방해가 발생했다는 룰라 선거캠프의 문제 제기에 따라 투표시간을 2시간 연장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선거캠프 역시 보수 성향이 강한 남부 지역의 폭우를 이유로 투표시간 연장을 요청했다. 페드루 부르구스 인스페르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추가로 연장된 2시간 동안 행사된 표는 3만5000표 미만으로 전체 투표의 약 0.03%에 불과했다. 두 후보 간 표 차이가 약 450만 표에 달한다는 점에서 투표시간 연장이 선거 결과를 뒤집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보우소나루 의원의 미국행은 브라질 대법원의 명령을 거부한 가운데 이뤄졌다. 브라질 대법원은 돈세탁 혐의 수사와 관련해 여권 제출을 명령했지만 그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비밀리에 출국했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미국 도착 후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이동을 도왔다고 밝히고 자신과 가족에게 입국 비자를 발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나는 브라질에서 도망친 것이 아니다”라면서 “나와 가족을 보호하고 정치적 마녀사냥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떠났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우소나루 의원의 주장에 대한 직접적인 논평을 피하면서도 “이번 브라질 대선은 매우 이상한 선거”라고 언급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과 브라질 간 외교 관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브라질은 세계 2위 규모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로 미국과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크다. 룰라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보우소나루 가문의 권력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공모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앞서 로이터는 24일 미국 국무부가 보우소나루 가문의 정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브라질 내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플라비우 의원의 아버지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사법적 박해를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자이르 전 대통령 역시 2022년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미국으로 출국한 전력이 있다. 이후 브라질로 귀국했지만 지지자들의 수도 브라질리아 정부청사 습격과 관련한 쿠데타 모의 혐의로 징역 27년을 선고받았다.
정치 분석가들은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의원이 제기한 대선 결과 무효화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그가 미국에 머물며 대선 불복 운동을 이어갈 경우 브라질의 정치적 분열이 심화하고 트럼프 행정부와 룰라 정부 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관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