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실금 찾는 ‘AI의 눈’…300알 검사시간, 30분서 11분으로 단축[르포]

입력 2026-10-29 17: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축평원, 경기 평택 와이제이푸드서 품질평가 시연 현장 가보니
판정 이미지로 농가별 결함 분석…11월 품질정보제공 시범서비스 추진

▲박홍린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물품질평가사가 29일 경기 평택시 오성면 농업회사법인 와이제이푸드에서 AI 품질평가 장비를 시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박홍린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물품질평가사가 29일 경기 평택시 오성면 농업회사법인 와이제이푸드에서 AI 품질평가 장비를 시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흰 위생복을 입은 품질평가사가 주황색 흡착장치로 계란을 들어 롤러 위에 옮겼다. 계란은 방향을 맞춰 줄지어 검사부로 들어갔고, 옆 모니터에는 촬영한 이미지가 나타났다. 사람이 한 알씩 들여다보던 껍데기의 상태를 카메라와 AI가 읽어내는 과정이었다. 마트에서 마주하는 ‘1+등급’ 표시 뒤에서 계란 검사가 이미지와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29일 찾은 경기 평택시 오성면 농업회사법인 와이제이푸드에서 공개된 AI 기반 계란 품질평가 현장이다. 농장에서 받은 계란을 선별·가공·포장해 유통업체 등에 공급하는 이곳은 축산물품질평가원(축평원)의 AI 품질평가 장비를 처음 시범 도입한 사업장이다.

검사부에서는 계란을 회전시키며 외관 사진을 촬영했다. 껍데기 둘레를 360도로 살피는 방식이다. AI는 청결 상태와 표면의 결함을 분석해 정도에 따라 A~D급으로 구분한다. 아래에서 빛을 비춰 찍은 투광 이미지로는 껍데기의 깨짐 여부를 판별한다.

촬영을 마친 계란은 다시 계란판에 담겨 배출됐다. 화면에서는 계란별 번호를 선택해 외관 사진과 투광 이미지를 나란히 살펴볼 수 있었다. 여러 방향에서 찍은 사진을 돌려 보며 어떤 부분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구조다. 판정 결과와 함께 그 근거가 된 이미지가 남았다.

안동호 축평원 품질평가처장은 “눈으로 보기에 멀쩡해 보여도 미세한 금이 있으면 저장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겉으로 깨끗해 보이는 계란도 껍데기의 상태를 세밀하게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AI 기반 계란 품질평가 장비를 통해 판정한 계란 이미지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AI 기반 계란 품질평가 장비를 통해 판정한 계란 이미지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이러한 차이를 구분하는 AI의 바탕은 현장에서 모은 계란 이미지다. 축평원은 선별포장업체 4곳과 협업해 다양한 상태의 계란을 수집하고, 판정 항목과 결함 수준별로 분류해 학습시켰다. 검사 기준을 이미지와 연결해 기계가 판독하도록 한 것이다.

AI 장비에 넣는 계란은 등급판정을 신청한 물량에서 무작위로 뽑은 표본이다. 같은 농장과 산란일자, 중량, 품질 수준 등을 기준으로 묶은 물량을 ‘로트’라고 한다. 먼저 선별기로 이상란을 골라낸 뒤 구성한 로트에서 표본을 추출해 검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물량 전체의 등급을 정한다.

신선도는 별도의 ‘할란검사’로 확인한다. 계란을 깨 노른자와 흰자의 상태를 살피고, 무게와 진한 흰자의 높이를 이용해 신선도 지표인 호우단위를 측정한다. AI가 분석한 외관·파각 정보에 이러한 검사 결과를 더해 최종 품질등급을 부여한다. 포장에서 보는 1+·1·2등급은 이 같은 품질평가 결과로, 크기를 구분하는 중량규격이나 껍데기 끝자리에 표시된 사육환경번호와는 의미가 다르다.

검사시간은 크게 줄었다. 한효동 축평원 연구개발처장은 “10판 기준 판정시간이 30분에서 11분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계란 300알의 외관·파각 검사시간을 인력 판정과 비교하면 63.3% 단축한 셈이다. 축평원은 AI 판정 도입이 검사 인력 운용과 운영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용역도 추진하고 있다.

장비 도입의 배경에는 판정의 객관성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 계란은 매일 생산되고 휴일에도 등급판정 수요가 있지만 평가 인력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축평원은 업체가 자체적으로 품질을 관리하고 등급을 판정하면 이를 확인·관리하는 품질등급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유임종 축평원 소비지원본부장은 이런 업체의 판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기계 측정과 데이터 관리를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업체는 AI 판정 결과를 제품 차별화에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임장묵 와이제이푸드 대표는 “구매담당자들이 AI 판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AI 판정을 받은 제품이라는 점을 표시하는 방안을 유통업체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등급판정 절차 (자료제공=축산물품질평가원)
▲AI 등급판정 절차 (자료제공=축산물품질평가원)

축평원이 준비하는 다음 단계는 검사 결과를 농가의 품질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판정 데이터는 ‘축산물원패스’에 모아 관리하고, 농가와 선별포장업체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피드백 서비스를 11월부터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농가는 자신의 계란이 다른 농가와 비교해 어느 수준인지, 어떤 결함이 많은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선별포장업체도 거래 농가별 품질 수준과 문제점을 비교해 원료 계란 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 특정 농가에서 실금이 생기는 비율이 높다면 계란을 모으거나 옮기는 공정부터 점검하는 식이다. 판정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를 다음에 출하할 계란의 품질을 높이는 데 쓰겠다는 구상이다.

장비 도입비는 대당 약 1억2000만원이다. 축평원이 비용을 부담하고 업체는 설치 공간을 제공한다. 올해 10대를 추가 설치했으며, 신규 장비는 검증을 거쳐 11월부터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축평원은 2030년까지 AI 장비 보급처를 52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등급판정 물량은 2025년 약 15억 개로 전체 계란 생산량의 8.3%였으며, 2030년에는 약 48억3000만 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약 27억3000만 개에 AI 표본검사를 활용해 전체 등급판정 물량 중 AI 판정 비율을 56.5% 이상으로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선별라인과 장비를 연결해 라인을 통과하는 계란의 품질을 실시간으로 평가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현재의 표본검사를 넘어 더 많은 계란의 품질정보를 확보하려는 시도다.

유 본부장은 “농가가 자신의 데이터를 받아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생산량이나 품질이 향상되면 소비자에게도 품질 좋은 계란을 더 많이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관세·파업 뚫고 실적 선방…현대차, 신차·하이브리드로 성장동력 강화
  • 신혼여행 어디로 가길래…10명 중 6명 '800만원 이상' [데이터클립]
  • 장바구니 카트 승차 거부?…버스 반입 금지, 뜻밖의 물건들 [이슈크래커]
  • 신규택지 7.7만가구, 구체적 일정 미정…실제 입주는 언제
  • ‘회사 망해도 내 퇴직금은 안전’…근로자 든든한 ‘노후 보장’에 방점
  • 삼성전자 "내년 HBM 완판"⋯반도체 슈퍼호황 2027년까지 질주
  • 코스피, 6000선 하루 만에 반납…삼성전자 4%대 하락
  • 일본기상청이 본 강력 태풍 '인파'…경로 수정
  • 오늘의 상승종목

  • 10.2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7,675,000
    • -1.39%
    • 이더리움
    • 3,114,000
    • -1.98%
    • 비트코인 캐시
    • 375,500
    • -6.78%
    • 리플
    • 1,734
    • -2.69%
    • 솔라나
    • 134,600
    • -2.25%
    • 에이다
    • 269
    • -2.89%
    • 트론
    • 446
    • +0.22%
    • 스텔라루멘
    • 227
    • -1.73%
    • 비트코인에스브이
    • 23,510
    • +0%
    • 체인링크
    • 15,400
    • -3.02%
    • 샌드박스
    • 62.29
    • -4.02%
* 24시간 변동률 기준

Web3 레이더

  • 주목 펀딩
    • 1 Ripple $500M
    • 2 Axis Robotics Seed $12M
    • 3 World OTC $52.5M
    • 4 Morpho $175M
  • 인기 프로젝트
    • 1 LayerAI Infra 인기지수 302
    • 2 NeoSoul Infra 인기지수 301
    • 3 Robinhood CeFi 인기지수 253
    • 4 TransCrypts Tools 인기지수 249
  • 토큰 언락 임박
    • HumidiFi 유통량 113% D-41
    • Allora 유통량 89% D-13
    • DAOBase 유통량 43% D-20
    • FLock 유통량 41% D-2
Source fr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