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ㆍ中공세ㆍ유럽벽…한국 자동차 산업 ‘생존의 갈림길’ [韓 자동차 생태계 빨간불 中]

입력 2026-10-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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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EV 판매 14.5%↓…수입 EV는 41.0%↑
美 현지생산 압박·유럽 역내 생산 우대 강화
부품 수출도 7.2% 감소…국내 생산 인센티브 절실

한국 자동차산업이 미국의 관세 압박과 중국 완성차 업체의 공세, 유럽의 역내 생산 우대 움직임이라는 ‘3중고’에 직면했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주요 시장마다 현지 생산을 요구하는 정책 장벽이 높아지는 데다 중국 업체까지 가격과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넓히면서 수익성과 국내 생산기반을 동시에 지켜야 하는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

26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14.3% 감소한 13만5396대에 그쳤다. 특히 전기차는 국산 판매가 14.5% 감소한 반면 테슬라와 BYD 등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수입차는 41.0% 증가했다. 완성차 업체의 해외 현지조달 확대 영향 등으로 자동차부품 수출액도 같은 기간 7.2% 줄면서 내수와 부품 생태계 전반에서 압박이 커지는 모습이다.

중국 업체의 공세는 가장 큰 압박 요인이다. 중국 내수시장 침체와 과잉 생산능력으로 BYD와 지리, 체리 등 주요 업체가 해외 판매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에서도 시장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만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소프트웨어와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 등 제품 경쟁력까지 높아지면서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관세와 현지 생산 압박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앨라배마공장(HMMA)과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 현지 생산 확대는 관세 부담을 줄이고 시장 수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다만 해외 생산 확대는 국내 자동차 생태계에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질수록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의 추가 성장 여력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KAMA는 “완성차 업체의 현지조달 비중 확대 기조와 명절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영향으로 부품 수출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도 생산 지역을 둘러싼 경쟁은 거세지고 있다. 중국산 자동차와 배터리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면서 유럽 자동차업계와 정책당국에서는 역내 생산 차량과 부품에 혜택을 주는 ‘메이드 인 유럽’ 정책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보조금과 공공조달 등에 역내 생산 여부를 반영하는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차량의 경쟁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질 수 있다.

정치권에서도 국내 생산 기반을 지키기 위한 세제 지원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여야 의원 19명은 최근 전기자동차와 반도체, 태양광 발전 등 전략산업에 ‘국내생산세액공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26일 해당 법안을 11월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더불어민주당에 제안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현지 생산 확대와 중국 업체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 물량과 투자·고용을 붙잡기 위한 정책 대응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KAMA 관계자는 “중국계 기업들이 자국 시장을 넘어 유럽과 신흥시장으로 수출 및 현지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글로벌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 전환기에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고효율·보급형 전기차 라인업 확대와 함께 국내 생산 기반 유인을 위한 인센티브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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