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오브 듀티' 속 북한 남침, 불편하다고요? [해시태그]

입력 2026-10-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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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에는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게임 줄거리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서울 도심이 전자기펄스(EMP) 공격으로 암흑에 빠집니다. 북한군 낙하산 부대가 하늘을 뒤덮고, 전역을 기다리던 한국군 박현준 일병은 순식간에 ‘제2의 한국전쟁’ 한복판에 던져지는데요. 전쟁은 북한 지도부 궁전 공격과 러시아의 개입으로까지 번지죠.

오늘(23일) 출시된 1인칭 슈팅게임(FPS)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가 가상의 북한 남침을 앞세워 한국의 분단 현실을 게임 한복판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미국 게임사 인피니티 워드가 개발하고 액티비전이 유통한 작품인데요. 한국어 간판과 편의점, 군대 말투까지 담아낸 세밀한 묘사에는 “몰입감이 남다르다”는 호평이 이어졌죠. 동시에 휴전 중인 한반도의 전쟁을 해외 게임사가 오락거리로 소비하고 대북 적대감을 키운다는 비판도 나오면서 논쟁이 뜨거워졌습니다.

논쟁은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 머물지 않았는데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인식을 비판하며 “북한 도발의 위험을 모르겠다면 이 게임이라도 해보라”고 언급하면서 정치권으로도 번졌습니다. 한 편의 전쟁 게임이 안보 경각심과 전쟁의 상품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오래된 논쟁이 다시 고개를 들었죠.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출처=액티비전 홈페이지 캡처)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출처=액티비전 홈페이지 캡처)


게임 속 설정도 사뭇 촘촘한데요.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 리승호와 여동생 리주영 사이에 권력 균열이 벌어집니다. 러시아 국방장관이자 극단주의 세력의 배후인 ‘아처’가 EMP 무기 지원을 조건으로 남침을 제안하자 리승호는 주저하죠. 이에 친러 강경파 리주영은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하고 침공을 감행합니다.

플레이어는 박현준 일병과 한미 연합 분대가 점령지를 되찾는 한반도 전선, 동료 ‘소프’를 잃은 존 프라이스 대위가 아처의 음모를 추적하는 해외 작전을 오가는데요. 한국의 참호전과 상륙전부터 뉴욕·파리·뭄바이를 무대로 한 전투가 이어지죠.

북한군도 하나의 악당 집단으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플레이어는 북한군 말단 병사가 돼 탈북자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일부 주민을 놓아줄 수 있는데요. 잔혹 행위에 회의를 품은 리주영의 부관 고진혁은 한미 측에 정보를 넘긴 뒤 북한에 남아 나라를 수습하겠다는 뜻을 밝힙니다.

결말에서는 박 일병의 부대와 고스트가 리주영을 제거하는데요. 아처는 남침이 유럽 침공에 앞서 EMP 무기를 시험하기 위한 계획이었다고 밝히고, 프라이스는 마지막 대결에서 아처를 죽인 뒤 자신도 숨을 거두죠. 한반도 전쟁은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과 러시아 극단주의 세력의 확전 계획이 맞물린 결과로 그려집니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출처=액티비전 홈페이지 캡처)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출처=액티비전 홈페이지 캡처)


‘콜 오브 듀티’는 2003년 2차 세계대전의 유럽 전선을 다루며 출발했는데요. 2007년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부터는 중동과 동유럽, 러시아 등 현대의 분쟁 지역으로 무대를 넓혔죠. 북한의 서울 침공도 처음은 아닙니다. 2014년 ‘어드밴스드 워페어’가 2054년 서울 전투로 막을 열었지만, 당시 한국은 전체 이야기의 도입부에 가까웠는데요. 이번 작품은 한반도 전쟁과 한국군 병사를 캠페인의 중심에 놓았다는 점이 사뭇 다르죠.

한국 이용자들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거리감의 붕괴’입니다. 해외 전장을 지켜보던 이용자가 한국어 간판과 편의점, 익숙한 군대 말투가 등장하는 도심에서 전투를 벌이죠. 주인공 박현준도 초인적인 특수부대원이 아니라 전역을 앞둔 의무복무 병사인데요.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이용자라면 외국 전쟁 영화보다 훨씬 가깝게 느낄 만한 설정입니다.

제작진도 이런 효과를 의도했죠. 인피니티 워드 공동대표 잭 오하라는 5월 28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시리즈가 아시아를 이 정도 규모로 다룬 적이 없다며, 한반도의 장기 대치와 주한미군의 존재에 주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작 과정에는 한국 군 복무 경험자와 군사·문화 자문진, 남북한 말투를 구분하기 위한 방언 코치가 참여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죠.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출처=액티비전 홈페이지 캡처)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출처=액티비전 홈페이지 캡처)


‘콜옵4’ 이야기 속 지도자와 쿠데타, EMP 침공은 허구지만 북·러 군사협력과 권력 승계, 휴전선의 긴장은 현실과 맞닿아 있는데요. 출시 직전 북한의 대남 위협과 한국 정부의 대응 경고까지 이어지면서 게임은 이미 긴장된 현실 한가운데 놓였습니다.

게임의 완성도에는 대체로 호평이 이어졌지만, 한반도 전쟁이라는 소재를 두고는 반응이 엇갈렸죠. 19일 기준 스팀 이용자 평가 4068건 가운데 94%가 긍정적이었는데요. 해외 매체들도 대규모 전투 연출과 북한군 시점의 임무, 자유도를 높인 반개방형 전장을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다만 일부 임무가 정해진 동선을 지나치게 강요하고, 프라이스의 이야기가 한국군 서사와 자연스럽게 맞물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죠.

국내에서는 한국의 거리와 군 문화를 세밀하게 구현했다는 평가가 나온 한편, 외국 게임사가 한반도의 전쟁과 분단을 오락적 소재로 소비했다는 거부감도 나타났는데요. 익숙한 공간을 전장으로 구현한 사실이 높은 몰입감을 만들면서도 불편함을 키운 겁니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출처=액티비전 홈페이지 캡처)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출처=액티비전 홈페이지 캡처)


논쟁의 불씨는 ‘한반도의 전쟁을 오락으로 만들어도 되는가’라는 물음에서 붙었는데요.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은 지난달 9일 한겨레 기고를 통해 한국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외국 게임사가 상업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적절한지 물었죠. 북한을 악으로, 한국을 저항자로, 미국을 구원자로 그리는 익숙한 구도가 복잡한 역사적 맥락을 지우고 대북 적대감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도 6월 유튜브 방송에서 휴전 중인 남북한 군인이 서로를 죽이는 설정이 적대감을 부추길 수 있다고 비판했죠.

정치권에서 게임을 직접 끌어온 인물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입니다. 안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인식을 비판하며 “북한 도발의 위험을 모르겠으면” 콜옵 게임이라도 해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는데요. 출시 전부터 논란이던 게임이 국내 정치 공방의 소재로까지 등장한 겁니다.

논쟁은 영화 ‘암살자(들)’로도 번졌는데요.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이 영화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제작진과 진보 진영 일부에서는 영화적 상상력과 창작의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 보수 성향 이용자들은 “영화는 영화로 보라면서 게임은 왜 게임으로 보지 않느냐”고 반박에 나선 거죠.

그렇다고 이를 곧바로 ‘이중잣대’라고 단정하기엔 조금 성급한데요. 두 작품은 소재와 현실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고, 영화의 창작 자유를 옹호한 사람과 이번 게임을 비판한 사람이 정확히 겹치는지도 확인되지 않죠. 허나 게임이 비평의 예외가 되는 것도 아닌데요. 창작자에게 표현할 자유가 있다면, 이용자에게는 그 표현에 담긴 시선과 메시지를 따져 물을 자유가 있죠.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출처=액티비전 홈페이지 캡처)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출처=액티비전 홈페이지 캡처)


‘모던 워페어 4’는 북한군을 단순한 악당 집단으로만 그리진 않는데요. 전쟁에 내몰린 젊은 한국군과 억압받는 북한 주민, 명령에 흔들리는 말단 병사와 권력을 차지하려는 지도층을 함께 보여주죠. 여기에 러시아와 미국까지 얽히면서 한반도 전쟁을 국제적인 권력 다툼으로 확장합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전쟁의 비극만을 말하는 것은 아닌데요. 이용자가 총을 쏘고 적을 쓰러뜨리며 재미를 느끼도록 만든 상업 게임 그 자체죠. 한국을 세밀하게 고증했다는 평가와 전쟁의 상처를 상품화했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오는 이유입니다.

게임이 유독 뜨겁게 받아들여진 배경에는 한반도의 현실이 있죠. 일상에서는 잠시 잊고 지내던 휴전과 징병,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북·러 밀착, 주한미군의 존재가 낯익은 한국 거리 위에 펼쳐졌는데요. 같은 장면을 보면서 누군가는 안보의 현실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분단의 상처가 오락으로 소비되는 데 불편함을 느꼈죠.

결국, 현실의 전쟁과 분단을 누가, 어떤 시선으로, 어디까지 오락으로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모던 워페어 4’가 건드린 것은 북한 남침이라는 자극적인 설정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여전히 답을 내리지 못한 현실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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