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즉석밥’ 햇반의 다음 30년…잡곡·미국서 성장동력 찾는다

입력 2026-10-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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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생산라인서 수확 후 관리부터 당일 도정·무균공정까지 공개
국내 상품밥 성장률 백미 3%·잡곡 13%…50대 이상 전환이 관건
해외 매출 비중 15%→2028년 25% 목표…美 햇반 점유율 11.9%
미국 판매 백미 전량 국내 생산…한국식 ‘찰진 밥’으로 현지 공략

▲충북 진천에 위치한 CJ제일제당의 햇반 생산공장. (황민주 기자 minchu@)
▲충북 진천에 위치한 CJ제일제당의 햇반 생산공장. (황민주 기자 minchu@)

21일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 햇반 생산라인. 수확한 벼는 수매 단계부터 수분 상태를 점검하고 45도 이하에서 건조한 뒤 저온 보관한다. 사업장에 들어온 쌀은 도정 직후부터 수분이 빠지고 산화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해 당일 도정한다. 품종과 산지, 계절과 날씨에 따라 쌀겨층의 두께와 강도가 달라지는 만큼 도정 조건도 매번 달리 적용한다.

밥을 지은 뒤에는 고온·고압 스팀으로 단시간 살균하고 무균실에서 밀봉한다. 큰 건더기와 밥물을 넣는 솥반 등에는 쌀알과 부재료 사이의 공기를 진공으로 빼낸 뒤 스팀을 침투시키는 ‘진공가압살균’ 기술이 적용된다. CJ제일제당이 30년간 축적한 햇반 관련 국내외 특허는 해외 출원을 포함해 267건에 달한다.

1996년 첫선을 보인 햇반이 30년 동안 ‘갓 지은 밥맛’을 지켜온 방식이다. 그러나 출시 30주년을 맞은 CJ제일제당의 고민은 이제 같은 밥맛을 유지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국내 백미 즉석밥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만큼 앞으로의 성장 동력을 어디에서 찾을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CJ제일제당이 내놓은 답은 ‘잡곡·웰니스와 미국 시장’이다.

CJ제일제당은 이날 열린 ‘햇반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28년까지 햇반 국내외 연매출을 1조5000억원대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햇반 브랜드는 2023년 국내외 합산 매출 1조 원을 처음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1조1000억원 이상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1996년 출시 이후 올해 말까지 누적 매출은 약 1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백미는 성장 둔화…잡곡밥 13% 성장

국내 시장에서는 백미보다 잡곡밥에 무게를 싣는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국내 상품밥 시장 성장률은 약 5%로, 백미가 3% 성장한 데 비해 잡곡밥은 13% 증가했다. 잡곡밥의 소비자 침투율은 약 15%에 머물고 있어 추가 성장 여지도 크다는 판단이다.

반면 백미는 이미 신규 소비자 확대가 쉽지 않은 수준까지 보급됐다고 보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백미의 페네트레이션(침투율)은 지금 거의 전체인 상태”라며 “백미는 이용자가 더 늘어나기보다는 기존 소비자가 10개를 먹다가 20개를 먹는 식으로 물량을 늘리는 단계”라고 말했다.

실제 햇반 잡곡밥은 2019년 국내 햇반 즉석밥 사업에서 10%대 비중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0% 이상 차지하는 핵심 라인업으로 자리 잡았다. CJ제일제당은 향후 약 5년 안에 상품형 잡곡밥이 백미의 절반 수준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눈여겨보는 소비층은 50대 이상이다. 20~30대가 저탄수·건강관리 트렌드에 따라 상품형 잡곡밥을 찾는 반면, 50대 이상은 아직 집에서 직접 잡곡밥을 지어 먹는 비중이 높다. CJ제일제당은 이들이 상품밥으로 이동하는 시점을 시장 확대의 주요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젊은 세대보다는 50대 이상이 집에서 건강하게 지어 먹던 잡곡밥을 언제 어떤 계기로 상품밥으로 넘어오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모멘텀”이라며 “20~30대에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50대 이상에는 집에서 먹던 잡곡 배합과 최대한 비슷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햇반 시장점유율이 최근 일부 하락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다만 가격을 낮추거나 품질을 조정해 점유율 자체를 끌어올리는 전략보다는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MS(시장점유율) 싸움이라기보다는 파이를 얼마나 크게 만드느냐의 싸움”이라며 “잡곡밥으로 넘어오지 않는 50대 이상 고객층을 어떻게 전환할지, 밥을 먹는 빈도가 떨어지는 20~30대가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얼마나 다양하게 내놓을지가 더 큰 숙제”라고 말했다.

▲김숙진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실장 겸 한국사업본부장이 최근 진행된 햇반 30주년 미디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민주 기자 minchu@)
▲김숙진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실장 겸 한국사업본부장이 최근 진행된 햇반 30주년 미디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민주 기자 minchu@)

110g 미니밥 이어 ‘단백쌀’…밥 영양까지 설계

제품도 단순히 탄수화물 양을 줄이는 데서 단백질과 식이섬유 등 영양성분을 직접 설계하는 방향으로 확장한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소식·건강관리 수요에 맞춰 110g 용량의 ‘햇반 미니밥’을 출시했다. 130g 제품도 한 숟가락가량 남긴다는 소비자 반응에서 착안해 기존보다 용량을 더 줄였다.

오는 12월에는 100% 식물성 ‘단백쌀’을 적용한 ‘햇반 단백질 잡곡밥’을 선보인다. 콩·밀·완두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 소재를 쌀알 모양으로 가공한 성형쌀을 활용해 계란 흰자 3개 이상의 단백질 함량을 구현했다.

기존에도 분말 원료를 쌀 모양으로 만든 제품은 있었지만 햇반의 강한 열처리 공정을 거치면 형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CJ제일제당은 햇반 공정에서도 쌀알 형태와 식감을 유지하도록 성형쌀을 별도로 개발했다. 향후 단백질이나 식이섬유 등 원하는 영양성분을 더하는 제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비중 15%→25%…美 점유율 11.9%

두 번째 성장 축은 해외다. 햇반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1년 8%에서 지난해 15%로 높아졌다. 최근 5년간 해외 매출은 연평균 약 30%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은 2028년 해외 매출 비중을 20% 이상, 약 2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핵심 시장은 미국이다. CJ제일제당이 이날 공개한 미국 즉석밥 시장 내 햇반 점유율은 약 11.9%다. 시장 1위 브랜드인 ‘벤스 오리지널’은 약 45% 수준이다.

CJ제일제당은 현지 업체와의 차별점으로 당일 도정과 무균포장 기술을 통한 밥맛을 꼽았다. 미국 현지에서는 파우치형 제품이 많은 반면 햇반은 전자레인지에 조리해 용기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보울 타입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이 밥맛을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굉장히 잘 알고 있었다”며 “무균 포장밥에서 구현되는 갓 지은 밥맛과 현지 레토르트 파우치 밥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화 방식도 눈에 띈다.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먹는 장립종으로 곧바로 제품을 전환하기보다 한국식 찰진 밥인 ‘스티키 라이스’를 하나의 시장으로 먼저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재는 차별화된 품종과 간편성, 새로움이라는 세 가지로 사업하고 있다”며 “스티키 라이스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한 뒤 그들이 먹는 장립종까지 넓혀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장립종 즉석밥 업체들의 점유율은 감소하는 반면 숏그레인 비중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장립종으로 즉시 현지화하기보다 ‘한국식 찰진 밥’이라는 차별성을 유지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햇반 백미는 현재 전량 한국에서 생산한다. 부산과 진천에서 만든 햇반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CJ제일제당이 미국에서 운영하는 슈완스 생산시설에서는 현재 햇반을 만들지 않는다.

다만 미국 수요가 크게 늘 경우 현지 생산 가능성은 열어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공급을 더 늘려야 할 정도로 수요가 커지면 현지에 공장을 짓는 게 나을지, 수출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게 나을지 내부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이 전통적인 쌀 문화권인 동남아보다 미국과 유럽을 우선 공략하는 것도 가공식품 시장의 성숙도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은 구매력이 높고 가공식품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은 반면, 동남아는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여전히 원물을 직접 조리하는 비중이 높다는 판단이다.

김숙진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실장 겸 한국사업본부장은 “밥은 한식 글로벌화의 기반으로서 밥이 바뀌면 사람들의 생활과 식문화를 바꿀 수 있다”며 “생활을 바꾼 밥의 혁신을 넘어 세계인이 밥을 즐기는 방식을 변화시켜 국내외 조 단위 사업 도약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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