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X'까지 "실패하지 않습니다"⋯SBS 금토드라마, 흥행 비결은 [엔터로그]

입력 2026-10-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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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출처=SBS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출처=SBS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SBS가 또 한 번 웃고 있습니다.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가 방송 초반부터 심상찮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자랑하며 안방극장을 꽉 잡고 있기 때문인데요. 방송 4회 만에 전국 시청률 18.5%(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20% 돌파를 넘보는 상황입니다.

눈길을 끄는 건 이 작품이 TV 앞에 시청자를 모으는 동시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타고 해외에서도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입니다. 넷플릭스에서도 비영어 쇼 부문에서 2주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며 세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이로써 SBS는 '열혈사제'부터 이어온 금토드라마의 흥행 목록에 또 한 개의 작품을 추가하게 됐습니다.

한두 번의 성공이라면 개별 작품의 힘으로 볼 수 있겠지만, 해마다 흥행작이 나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여기에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까지 더해진 지금, '닥터X'의 초반 흥행은 SBS 금토드라마가 쌓아온 경쟁력을 돌아보게 하는데요. 주말마다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아온 SBS, 이번 성적표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요?

▲(사진제공=SBS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사진제공=SBS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4회 만에 20% 넘본다…'닥터X', 어디까지 오를까

'닥터X'는 출발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9일 첫 방송은 전국 시청률 11.4%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문을 열었는데요. 올해 방송된 미니시리즈 가운데 가장 높은 첫 회 시청률입니다. 이어 2회에서는 14.9%로 뛰었고, 17일 방송된 4회에서는 18.5%까지 올랐죠. 첫 방송과 비교하면 7.1%포인트(p) 상승한 수치입니다. 매회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한 데다가 4회 순간 최고 시청률은 20.8%까지 치솟으면서 전국 시청률 20% 돌파에도 기대가 모이고 있죠.

'닥터X'는 일본 TV아사히 드라마 '닥터X: 외과의 다이몬 미치코'를 원작으로 합니다. 천재 외과 의사가 부정부패에 찌든 의료 권력을 바로잡는 과정을 그린 메디컬 누아르 드라마인데요. 김지원은 병원의 위계나 관행에 굴하지 않고 수술 실력으로 자신의 선택을 증명하는 인물, 계수정을 연기합니다. 환자를 살리는 일이라면 물러서지 않는 행보가 극을 이끌어가죠.

최근 방송에서도 이런 인물의 매력이 드러났습니다. 응급실에 배치된 계수정은 병원 수뇌부의 반대에도 환자를 구하기 위해 직접 수술에 나섰는데요. 거침없이 판단하고 행동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카타르시스를 자아냈습니다. 계수정을 믿고 힘을 보태는 인턴 박태경 역의 김우석도 극에 온기를 더하고 있죠. 수술을 둘러싼 긴장감에 두 사람의 호흡이 더해지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가 배가되는 중입니다.

주인공이 넘어야 할 상대도 등장했습니다. 4회에서는 새로 부임한 외과의 나대일(장승조 분)의 실체가 드러났는데요. 주변에서 신뢰를 받는 그가 환자의 장기에 자신의 이니셜을 새겼다는 섬뜩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계수정이 수술 도중 그 흔적을 발견하면서 두 사람의 대립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죠.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수술실이 의사의 뒤틀린 욕망을 드러내는 공간이 되면서 다음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습니다.

해외에서도 일찌감치 성과를 냈습니다. 21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투둠에서 집계한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12일부터 18일까지 '닥터X' 시청 수(시청 시간을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는 710만으로 비영어 쇼 가운데 1위를 차지했는데요. 9일 공개된 이후 사흘 만에 1위로 직행한 뒤 2주 연속 정상을 지키는 중입니다. 국가별로는 한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7개국에서 1위에 올랐으며 48개국에서 톱 10에 들었죠.

이제 관심은 초반의 기세를 얼마나 이어갈지에 쏠립니다. SBS 금토드라마 역대 시청률 1위는 '펜트하우스2'(29.2%)인데요. '김부장'(23.1%), '열혈사제'(22.0%), '모범택시2'(21.0%) 등이 그 뒤를 잇습니다.

▲(사진제공=SBS '열혈사제', '김부장')
▲(사진제공=SBS '열혈사제', '김부장')

'열혈사제'부터 '김부장'까지…금토드라마 강자 입증

SBS 금토드라마의 시작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SBS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시청자들의 생활 방식 변화에 맞춰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편성을 개편했는데요. 이때 새롭게 선보인 금토드라마의 첫 주자가 김남길 주연의 '열혈사제'였습니다. 주말의 시작을 드라마로 채우겠다는 선택엔 시청자들도 응답했죠. '열혈사제'는 최고 시청률 22.0%를 기록하며 새 시간대의 안착을 이끌었습니다.

같은 해 말 첫 방송된 '스토브리그'도 호성적을 썼습니다. 야구 선수들의 경기 대신 구단을 운영하는 프런트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는데요. 꼴찌 구단에 부임한 단장 백승수(남궁민 분)가 조직의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으로 야구팬은 물론 야구를 잘 모르는 시청자까지 끌어들였습니다. 첫 회 5.5%였던 시청률은 최종회 19.1%까지 올랐죠.

이후에는 해마다 대표 흥행작이 나왔습니다. 2021년 '펜트하우스2'가 29.2%로 정점을 찍었고, 2022년에는 '천원짜리 변호사'가 15.2%를 기록했는데요. 2023년에는 '모범택시2'가 21.0%로 20%의 벽을 넘었습니다. 상류층의 욕망을 다룬 복수극부터 수임료 1000원을 받는 변호사의 법정 활극,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하는 액션극까지 소재와 주인공은 달랐지만 같은 시간대에서 잇달아 성과를 냈죠. SBS 금토드라마를 향한 기대가 쌓일 만한 흐름입니다.

2024년에는 '굿파트너'가 바통을 받았습니다. 현직 이혼 전문 변호사인 최유나 작가가 집필한 이 작품은 베테랑 변호사 차은경(장나라 분)과 신입 변호사 한유리(남지현 분)를 중심으로 이혼을 둘러싼 현실적인 고민을 담았는데요. 법정에서의 승패뿐 아니라 관계를 정리하고 삶을 다시 꾸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최고 시청률 17.7%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박형식과 허준호가 출연한 '보물섬'이 최종회 15.4%로 자체 최고 성적을 거뒀죠.

올해는 '김부장'이 그 흐름을 이어받았습니다.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부성애에 강렬한 액션을 결합한 이 작품은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했는데요. 최고 23.1%로 '열혈사제'를 넘어 역대 SBS 금토드라마 시청률 2위에 오르는 기염까지 토했죠. 금토드라마의 첫 성공작이 세운 기록을 7년 뒤 새로운 작품이 넘어선 겁니다.

여기에 '닥터X'까지 초반 상승세를 보이면서 SBS는 올해도 금토 시간대에 굵직한 흥행작을 보태고 있습니다.

성과는 전체 시청률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지난해 주요 채널 드라마의 2049 시청률에서 SBS는 2.3%로 6년 연속 1위를 지켰는데요. 미니시리즈를 포함하고 주말드라마를 제외한 집계에서 전 채널 가운데 유일하게 2%를 넘었습니다. 금토드라마를 중심으로 이어온 흥행이 젊은 시청층의 선택으로도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작품마다 배우와 소재가 바뀌어도 시청자를 다시 불러 모으는 힘, SBS가 금토드라마 강자로 불리는 배경입니다.

▲(AP/뉴시스)
▲(AP/뉴시스)

통쾌한 서사에 넷플릭스 날개 달았다

흥행작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공통점도 보입니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주인공, 쉽게 물러서지 않는 악역, 답답했던 상황을 뒤집는 한 방인데요. '열혈사제'에서는 사제가, '천원짜리 변호사'에서는 변호사가, '모범택시'에서는 복수 대행에 나선 이들이 그 역할을 맡았습니다. 직업과 배경은 달라도 시청자들이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어떤 순간에 속이 시원해질지는 분명했죠.

'닥터X' 역시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병원의 권위와 관행보다 환자의 생명을 앞세우는 계수정이 실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과정이 중심인데요.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모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인물의 선택과 갈등을 따라가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실력 있는 사람이 부당한 대우를 이겨내고, 힘을 가진 이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가를 치르게 하는 이야기는 폭넓은 시청층의 공감대를 건드리죠. 물론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지점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더 많은 시청자에게 전달할 통로도 넓어졌습니다. SBS는 2024년 12월 넷플릭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계약 기간은 지난해 1월부터 6년. 신작 드라마 일부와 예능·교양, 과거 인기 프로그램을 넷플릭스에 공급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일부 신작 드라마의 해외 공급까지 확대하는 내용이죠. 일부 작품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하면서 국내 방송과 해외 유통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하나의 작품으로 국내 방송과 글로벌 OTT 시장을 함께 공략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지상파 편성으로 본방송 시청층을 확보하는 동시에, 넷플릭스를 통해 시간과 지역의 제약을 넘어 시청자 접점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국내 방영과 해외 공개가 맞물리면 국가별 공개 시차를 줄이고 작품을 둘러싼 관심과 반응을 같은 시기에 모을 수 있습니다. '닥터X'가 방송 초반부터 국내 시청률과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에서 나란히 성과를 낸 것도 지상파의 편성 경쟁력과 OTT의 글로벌 유통망이 결합했을 때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익숙한 흥행 공식과 넓어진 유통망만으로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통쾌한 반격이 반복될수록 전개가 예상되기 쉽고, 주인공의 활약을 돋보이게 하려는 설정이 지나치면 이야기의 설득력도 약해질 수 있는데요. 같은 권선징악이라도 인물과 사건에 얼마나 새로운 재미를 담느냐가 다음 작품의 성패를 가를 겁니다. 넷플릭스가 시청자에게 작품을 발견할 기회를 열어준다면, 계속 보게 하는 건 결국 작품의 몫이겠죠.

SBS는 금토드라마로 쌓아온 흥행 경험에 글로벌 유통망을 더했습니다. '닥터X'는 그 조합이 국내외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데요. 이제는 높아진 기대를 남은 이야기로 채울 차례입니다. 금토드라마 강자의 저력은 시청자를 불러 모은 초반 성적에 이어 끝까지 붙잡아둘 뒷심에서 다시 한번 드러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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