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흐름 바꾼다⋯분당서울대병원, 데이터 기반 AX 추진[병원 AX현장①]

입력 2026-10-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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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때부터 전자의무기록 도입…정세영 정보화실장 “AI 성과는 현장 업무 재설계에서”

▲정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보화실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정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보화실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이 개원 때부터 축적한 전자의무기록(EMR)과 데이터 활용 역량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전환(AX)을 추진하고 있다. AI를 진료와 기록 업무에 연결해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고, 환자에게 필요한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정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보화실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최근 본지와 만나 “분당서울대병원은 시작부터 디지털 기반을 갖춰왔다”며 “기존 EMR의 발전과 함께 쌓인 스마트 솔루션과 표준 기반 기술이 현재 AX 추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뉴스위크 스마트병원 평가에서도 국내 상위 5위권에 드는 병원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003년 개원 당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모든 진료기록을 전산화해 종이 차트 없는 진료 환경을 구축했다. 2013년에는 차세대 EMR을 도입해 데이터 분석과 현장 활용 기반을 다졌다. 초기 정보화가 기록을 종이에서 전산으로 옮기는 작업이었다면, 이후에는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진료와 병원 운영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정 실장은 “AI 모델만 도입한다고 의료 현장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AI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와 실제 서비스에 연결돼 작동하는 기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X를 기존 스마트병원 서비스에 AI를 결합해 기능과 편의성을 높이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환자 침상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배식 현황이나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환자의 질문과 상황에 맞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의료진이 녹음한 내용을 요청한 형식의 의무기록으로 바꾸는 기능도 AI를 활용한 업무 개선 사례다.

▲정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보화실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정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보화실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정 실장은 “기존 스마트 기술이 환자와 의료진을 지원했다면 AX에서는 AI를 통해 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며 “서비스 간 연결과 데이터 연계도 이전보다 쉬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 간 데이터를 연결할 때 생성형 AI가 정보의 맥락을 파악해 연계를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환자용 앱 ‘헬스포유’도 고도화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의료 마이데이터를 연계해 다른 병원의 처방·진단 기록과 예방접종, 건강검진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고 환자가 자신의 건강관리 과정을 확인하도록 할 계획이다. 환자 동의를 바탕으로 검사 결과와 의무기록을 쉬운 말로 설명하고, 앱에서 궁금한 내용을 질문할 수 있는 기능도 구상하고 있다.

정 실장은 “환자가 병원에 다녀온 뒤에도 앱을 통해 꾸준히 관리받는다는 효용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며 “헬스포유를 고도화해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연결하고 개인화된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중순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환자가 병원에 올 때마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는 대신, 건강관리 여정을 확인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AI를 통해 진료 현장에서 확인한 효과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AI 심전도와 AI 심초음파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의료진과 함께 효과를 살폈다. AI 심전도는 판독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심근경색이 의심되는 환자를 심혈관중재실로 연결하는 절차를 앞당겼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해 시술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도입 전보다 12~13% 단축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사용 중인 ECG Buddy. 심전도 이미지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준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사용 중인 ECG Buddy. 심전도 이미지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준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AI 심초음파는 심장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의료진이 수동으로 입력하던 수십 개 측정 항목을 자동으로 분석한다. 정 실장은 “심초음파 검사에서 측정에 걸리는 시간이 평균 9분가량이었는데, AI를 적용한 뒤 1.2분까지 줄었다”며 “의료진이 판독과 입력에 들이던 시간을 줄이고 다른 업무에 집중할 여유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AI가 적용된 업무 단계별로 살펴야 한다. 환자 진단에는 여러 검사 결과와 임상 정보가 함께 고려되며 현재의 AI 소프트웨어는 그중 특정 단계나 한 종류의 데이터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정 실장은 “처음에는 AI가 진단의 여러 단계를 모두 대체할 것처럼 기대하지만 실제 효과는 개별 업무에서 확인해야 한다”며 “기술을 도입하는 것과 함께 업무 흐름을 어떻게 바꿀지 의료진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는 환자와 의료진을 돕는 AI 에이전트의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진에게는 환자의 진료 이력과 향후 필요한 검사를 정리해주는 보조자가, 환자에게는 의무기록과 검사 결과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도우미가 될 수 있다.

정 실장은 “AI 도입의 효과는 정확도뿐 아니라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 환자와 의료진의 경험, 실제 진료 과정의 변화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며 “반복 업무를 줄여 의료진이 환자 진료와 교육에 더 집중하고 환자는 자신의 관점에서 필요한 정보를 더 쉽게 얻는 것이 AX가 만들어야 할 변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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