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최고 수준 의료 위한 AI 도입”[병원 AX현장③]

입력 2026-10-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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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현 서울아산병원 AI혁신지원실장 “AI 도입 전 검토부터 지속 사용·중단까지 관리”

▲송인혜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가 세포 계측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송인혜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가 세포 계측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인력 효율화를 위한 AI 도입이 아니라,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더욱 높은 수준의 진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양동현 서울아산병원 AI혁신지원실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병원이 추진하는 인공지능 전환(AX)의 목표를 ‘최고 수준의 의료를 위한 AI(AI for the Highest Standard of Care)’라고 강조했다. 반복 업무를 줄여 확보한 의료진의 시간과 역량을 환자 진료의 질을 높이는 데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병원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AI 기술 도입과 임상 적용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올해 2월부터 AI혁신지원실을 운영하고 있다. 양 실장은 “AI 도입 전 검토부터 실제 사용자 평가, 도입 이후 지속 사용 또는 중단 여부에 대한 평가까지 AI 활용의 전주기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도입 여부뿐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이는지, 계속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도 병원 차원에서 살피는 방식이다.

진료 현장에서는 반복 작업을 줄이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 병리과는 2021년 3월부터 세포 증식 표지자인 Ki-67 면역조직화학염색 판독에 세포 계측 AI를 적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병리의사가 현미경으로 수백 개 세포를 하나씩 확인해 양성 세포 비율을 계산했다. AI 도입 후에는 수천 개 세포를 자동 분석하고 결과를 시스템에 입력한다. 병원 측에 따르면 기존 약 10분이 걸리던 세포 계수 작업은 5초 내외로 줄었다.

송인혜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는 “AI가 단순 반복 작업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면 병리의사는 보다 복잡한 진단과 최종 판단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리 AI는 조직 슬라이드에서 의심 병변을 찾아 열지도 형태로 표시하는 등 판독을 보조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송 교수는 “육안으로 놓치기 쉬운 미세한 암세포 전이나 초기 병변을 AI가 사전에 감지하면 위음성 진단 가능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양신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뇌 자기공명영상(MRI) 판독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최양신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뇌 자기공명영상(MRI) 판독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에서도 AI는 판독의 반복 부담을 덜고 의료진의 판단을 보완한다. 최양신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AI 도입 전에는 뇌 영상의 병변을 하나씩 확인하고 이전 검사와 비교해야 했지만, 지금은 상당 부분이 자동화됐다”며 “반복적인 작업의 효율성을 높여주고 지칠 수 있는 업무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뇌 자기공명영상(MRI) 판독에 AI를 도입한 뒤 건당 판독시간은 66.9초에서 57.3초로 약 14.3% 줄었다. 최 교수는 뇌출혈·뇌졸중 의심 소견을 찾거나 뇌전이 환자의 MRI에서 병변 변화를 추적할 때 AI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제가 먼저 판독한 뒤 AI 결과를 한 번 더 확인해 서로 일치하면 판독할 때 자신감이 높아진다”며 “정신적 피로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가 설명한 활용 방식은 의료진이 먼저 영상을 판독한 뒤 AI 결과를 대조하는 것이다. 의료진의 판단과 AI 분석을 비교해 놓친 소견이 없는지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다. AI의 역할도 판독시간 단축뿐 아니라 의료진이 자신의 판단을 점검하는 데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진료기록 작성과 병원 내부 지식 검색에도 AI를 적용하고 있다. 음성인식 의무기록 시스템은 정신건강의학과와 소아정형외과 등 활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일부 진료과에서 사용 중이다. 진료과별 업무 특성에 맞춰 적용하고 효과를 살피는 방식이다.

폐쇄망 기반 프라이빗 AI 지식 검색 시스템은 간호부를 중심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용률과 업무시간 단축 등 구체적인 성과는 평가 단계다. 도입 사실과 별개로 실제 업무에서 얼마나 쓰이고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확인하고 있다.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병리 AI는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만큼 장비와 인프라, 전문인력 확보에 비용이 든다. 송 교수는 “국내 병리 기관 중에는 디지털 병리를 도입하지 않은 곳도 많다”며 “AI 도입에 앞서 디지털 병리 인프라를 구축하고, 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적절한 수가 체계와 제도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표준화와 시스템 간 호환성 확보, AI 오류 발생 시 의료진과 개발사 간 책임 기준도 과제로 꼽았다. 송 교수는 “AI가 제시한 결과에 오류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최종 진단과 판단은 병리의사가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아산병원은 임상 현장의 적용 경험에 병원 차원의 전주기 관리체계를 더해 AX를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는 업무 부담과 판독시간 감소가 진단 정확도와 환자 경험, 진료 수준 향상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평가할 계획이다. 양 실장은 “이를 평가할 구체적 지표와 제도적 지원 방안을 정부 부처 및 다른 의료기관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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