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ESS 타고 K배터리 실적 개선세
美 관세·공급망 규제에 반사이익 기대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중국 CATL의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앞세워 실적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미 ESS 수요 확대에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정책이 맞물리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점차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CATL의 3분기 순이익은 212억5000만위안(약 4조2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인 260억위안(5조1688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2분기 36.5%에서 3분기 14.5%로 반토막 났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6% 늘어난 1652억위2000만위안(약 32조8000억원)으로 외형 성장만큼 이익을 늘리지 못한 셈이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중국 전기차 수요가 꺾인 데다 배터리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중국 신에너지차 소매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6.7% 감소했다. CATL의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1월 49.8%에서 9월 40.9%로 떨어졌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1일부터 리튬이온 배터리에 2%의 소비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내수 주문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잠정 매출 9조6434억원, 영업이익 756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4169억원을 제외해도 3391억원의 흑자를 올렸다. 삼성SDI 역시 지난 분기 7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한 데 이어 3분기에도 흑자를 이어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개선 기대의 중심에는 북미 ESS 시장이 있다.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안정화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이에 현지 생산 기반을 갖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며 수요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반기에만 3조원 이상의 ESS 신규 수주를 확보했으며 연말까지 북미 ESS 생산능력을 50GWh(기가와트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삼성SDI도 이달 미국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정책도 국내 업체들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미국은 중국산 ESS용 배터리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포함된 금지외국기관(PFE)에서 조달한 소재 비중을 일정 이하로 제한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졌다. 이에 따라 일부 중국 ESS 업체들은 미국 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여전히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관세와 공급망 규제 등으로 한국 업체들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ESS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한 국내 기업들의 수혜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